외부칼럼 >

[기고] ‘초대형 산불시대’ 숲가꾸기의 중요성

[기고] ‘초대형 산불시대’ 숲가꾸기의 중요성
지난 3월 경북 의성에서 시작된 산불은 안동, 청송, 영양, 영덕까지 빠르게 확산됐다. 많은 주택이 불탔고, 인명 피해도 발생했다. 내륙에서 발생한 산불이 이 정도의 피해를 주리라곤 전혀 상상을 못했다. 왜 이렇게 산불이 커진 걸까. 우리는 기후변화를 원인으로 떠올린다. 그러나 한 가지 원인을 추가해야 한다. 바로 산림 내 가연성 물질의 급격한 증가다. 우리는 너도나도 나무를 심는 데 열심이었지만 숲을 가꾸는 데는 인색했다.

일반 국민은 식목일에 대해서는 잘 알지만 '숲가꾸기'라는 단어는 생소하고 낯설어한다. 산불철만 되면, 일부 단체와 몇몇 사람은 '숲가꾸기가 산불을 키웠다'고 주장한다. 필자는 숲가꾸기가 대형산불의 원인인지 확인하고 싶어 2022년 발생한 경남 밀양 산불 피해지를 찾았다. 산불이 발생할 당시 숲의 현황과 과거 숲가꾸기의 흔적 등을 조사했다. 산불 피해지의 평균 ㏊당 나무의 수는 무려 1600그루 이상이었다.

밀양시청에 전화를 걸어 밀양산불 피해지 내 숲가꾸기 사업 이력을 문의했더니 놀랍게도 숲가꾸기 실행 면적은 전체 피해지의 4%(26.5㏊)라는 답변을 받았다. 일부 단체의 주장은 과학적 근거가 전혀 없었다. 그들은 또 다른 주장을 한다. '숲가꾸기를 하면 산림 내 통과되는 바람의 양이 늘어 확산 속도를 키운다'고 말이다. 산불을 조금이라도 공부한 사람이라면 황당한 궤변이다.

대형산불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나무의 잎과 가지가 타는 수관화 발생 여부에 있다. 즉 산림 안에서 부는 바람 세기가 아니라 산림 밖에서 불에 부딪치는 공중바람의 세기가 더 중요한 것이다.

이런 사실은 많은 국내외 연구 사례들을 통해서도 알 수 있는데, 지표화 유형보다 수관화 유형이 공중바람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산불 확산속도가 최대 20배까지 빨라진다고 언급하고 있다.

'숲가꾸기와 산불 논란'의 반복적이고, 소모적인 논쟁은 한참 때늦고, 민망한 일이다. 이미 미국에서는 1990년대 후반 산불관련 논란을 겪었다. 당시 미 사법부에서 일부 단체의 손을 들어주면서 솎아베기 등 산림관리 사업을 줄일 수밖에 없었다.

20여년이 지난 지금 미국은 매년 초대형산불로 몸살을 앓고 있다. 마침내 미국은 2021년 '산불 숲 관리 10년 전략'을 발표했고, 미국 서부지역 숲을 관리하기 위해 연간 24억2000만달러(한화 3조5000억원)의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미국의 사례는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명확하게 알려주고 있다. 실패는 굳이 반복할 이유가 없다. 대형산불을 막기 위해선 나무와 나무 사이의 간격을 넓혀주어 불을 '지표화'로 유도해야 한다. 벌채 후 남은 부산물은 숲 밖으로 반출해 산림 내 탈 수 있는 물질을 감소시켜야 한다.

숲 관리는 단순히 산불 방지에만 효과가 있는 것이 아니다. 나무의 생장을 촉진하는 것은 물론 탄소흡수량을 증가시키고, 맑은 공기와 물을 제공하는 등 다양한 경제적·공익적 혜택을 준다.

우리는 이제 숲 관리를 파괴적 행위가 아닌 가꿈의 행위로 인식해야 한다. 수백 년간 이어온 산림관리 기술은 불에 콩 구워 먹듯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실패를 거듭하며 만들어 온 역사를 품은 과학기술이다.
우리가 과거 녹화사업에 성공한 것은 국민의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더 이상 소모적인 논쟁을 지양하고, 과학적 근거로 만들어진 산림관리 기술을 토대로 더욱 적극적인 숲 관리에 나서야 한다. 하루빨리 산불에 강하고, 건강한 아름다운 숲이 가꿔지기를 소망한다.

김성용 국립경국대학교 산림과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