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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년 도메인 분쟁 조정, 이젠 꽤 줄어 보람" [fn 이사람]

이덕재 카이특허법인 변리사
"멤버들과 효율적으로 조정한 덕"
1회 변리사의 날 장관상 수상 영예
국내 넘어 亞분쟁조정위서도 활약
지식재산분야서 글로벌 위상 높여

"20여년 도메인 분쟁 조정, 이젠 꽤 줄어 보람" [fn 이사람]
이덕재 카이특허법인 변리사

모든 상은 의미가 있지만 초대 수상자가 된다는 것은 더욱 의미가 크다. 지난달 26일은 제1회 변리사의 날로 변리사들에게는 각별한 의미를 지닌 날이었다. 이뿐만 아니라 이날을 기념해 뛰어난 활약을 펼쳐온 변리사들에게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상이 주어졌는데 이덕재 카이특허법인 변리사(사진)가 초대 수상자로 이름을 올렸다.

2일 서울 강남구 카이특허법인에서 만난 이 변리사는 1993년 변리사시험 합격 후 이듬해부터 지금까지 3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변리사로 활동해왔다.

이 변리사는 장관상 수상과 관련해 "2004년 인터넷주소분쟁조정위원회 제1기 조정위원 위촉 이후 20년 넘게 활동하며, 국내 인터넷주소 분쟁 해결의 핵심 역할을 수행해왔다는 점을 좋게 봐주신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2000년대 초기에는 유명기업들의 도메인을 선점해서 이를 돈벌이에 활용하려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며 "조정위원회가 20년 넘게 운영되면서 분쟁 조정 신청은 많이 줄었다. 위원회 멤버들이 워낙 이쪽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돼 있어 효율적으로 조정을 하다 보니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변리사는 2011년부터 현재까지 아시아도메인네임분쟁조정위원회(ADNDRC) 패널리스트로도 활동하고 있다. 'seltos-kia.com' 'cjcj-app.com' 'guccishop.com' 등 다수의 복잡한 국제 도메인 분쟁에 대한 명확하고 공정한 조정 결정을 내림으로써, 국제 지식재산 분야에서 우리나라의 위상을 높였다는 평가다.

30여년간 변리사로 활동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은 무엇일까. 그는 세계적인 히트 상품 불닭볶음면의 상표등록을 성공시킨 것을 꼽았다. 이 변리사는 "'불닭볶음면'이 정작 국내에서는 식별력이 없다는 이유로 상표등록이 거절됐는데 심판단계에서 사용에 의한 식별력 취득을 인정받아 등록할 수 있게 됐다"며 "그 후 해외에서도 순조롭게 상표등록을 받아 침해품을 단속할 수 있게 돼서 매우 기뻤다"고 말했다. 또 "CASS 맥주가 중국에서 선점당했는데, 심판을 통해서 말소시키고 민사소송을 제기해서 손해배상까지 받아낸 것도 기억에 남는다"고 덧붙였다.

최근에는 BTS 캐릭터와 오징어게임 침해품들을 공식 굿즈처럼 포장판매해서 소비자들을 속이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 변리사는 "이런 사건은 침해품 판매 플랫폼의 위조품에 대한 정책을 분석하고 가장 빠르게 삭제 요청할 수 있는 경로확보가 중요하다"며 "단순히 침해품을 플랫폼에 '신고하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침해가 반복되지 않도록 지속적인 모니터링 시스템도 구축해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덕재 변리사는 공학 전공자들이 대다수인 업계에서 드물게 법학 전공자다.
이 변리사는 문과 전공자도 변리사로서 충분히 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며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이 변리사는 "본인도 법학 전공자이다 보니 변리사에 대해 잘 알지 못한 채 선배의 권유로 준비를 시작했다"며 "흔히 변리사는 공학 등 이과 출신들만 할 수 있다고 여기는데 막상 변리사가 되고 보니 문과 출신도 충분히 변리사로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상표권이나 디자인 분야의 경우에는 문과 전공자도 전문성을 쌓을 수 있는 만큼 이들이 변리사에 많이 도전해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padet80@fnnews.com 박신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