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주택자 0원·무주택자 6억 묶여
일부 사업장은 대출규모 반토막
추가 이주비 끌어오기에 달렸는데
신용도 낮은 업체일수록 직격탄
수도권·규제지역의 주택담보대출 한도 6억원 제한, 소유권 이전 조건부 대출 금지를 골자로 한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 발표 이후 부동산 시장이 혼란에 빠졌다. 특히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지는 이주비 대출이 막히면서 사업 자체가 좌초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2일 서울 시내의 한 공인중개사무소에 매물 안내문이 붙어 있다. 뉴스1
정부가 고강도 대출 규제를 내놓으면서 건설사들의 셈범도 복잡해지고 있다. 이주비 대출과 주택담보대출 '6억원 캡'으로 인해 정비사업과 청약 시장의 한파가 예상되는 가운데 중소 건설사를 중심으로 업계가 직격탄을 맞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주비 대출 반토막…중견업체 울상
2일 업계에 따르면 6·27 대출 규제로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조합원들은 이주비 대출에 6억의 한도가 적용됐다. 이마저도 무주택자인 경우이며, 유주택자인 경우에는 이주비 대출이 아예 나오지 않는다. 조합들은 건설사들의 신용도에 따라 대출을 받는 '추가이주비 대출'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됐다.
결과적으로 건설사들의 '대출 끌어오는 능력'이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서울의 A재개발 사업장의 경우 앞서 기본이주비 대출을 신청한 조합원은 380여명으로, 계획된 이주비 대출 총액은 4200억원이다. 하지만 '유주택자는 0원, 무주택자는 6억원'이라는 규제로 대출 총액은 반 토막 날 전망이다. 대출 신청 조합원 380명을 모두 무주택자로 가정해도 이주비 대출 총액은 2280억원으로 줄어든다. 결국 나머지 2000억원가량은 건설사를 통한 추가이주비에 덤으로 얹어지는 구조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최근 한남4구역에서 이주비 주택담보인정비율(LTV) 150%를 제시한 삼성물산이 수주에 성공하는 등 요즘 정비사업장에서 이주비 추세가 150%인 듯하다"면서 "이는 원래도 기존 이주비 대출이 적었다는 뜻인데, 이번 규제로 인해 건설사 신용도가 더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흔히 '톱티어'라고 부르는 대형 건설사들의 신용도를 다수의 중견 건설사들이 이길 수가 있겠느냐"며 "정비사업 수주전에서 톱티어만 살아남는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내년 초 분양 연기 고민"
여기에 더해 분양시장까지 찬물을 끼얹은 모양새다.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6억원으로 묶인 것은 물론,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이 전면 금지되면서 분양받은 후 전세보증금으로 잔금을 치르는 방법이 막혔기 때문이다. 예비 수요자들이 청약 신청을 망설이면서 서울 외곽지역을 중심으로 미분양 폭탄을 맞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건설사들은 혼란스러운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대책 발표 후 바로 다음 날 시행이었다 보니 내부적으로도 정리가 안되고 우왕좌왕한 상황"이라며 "서울은 현금 부자들이 들어오는 시장이라 괜찮을 수 있지만 일부 사업장은 분양 일정 연기를 고려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 분양은 어쩔 수 없이 그대로 진행되겠지만 내년 초 분양이 더 고민"이라며 "지방은 이미 분양을 미룰 만큼 미룬 것인데, 또 미루게 된다면 사업을 접어야 하는 상황이나 마찬가지"라고 푸념했다.
ming@fnnews.com 전민경 최아영 서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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