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등 고가지역 상승폭 둔화..외곽은 강세
전문가들 “당분간 풍선효과 이어질 가능성”
서울 서초·강남구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최근 치솟던 서울 집값이 6·27 대출 규제 발표 직후 상승폭이 둔화됐다. 정부가 수도권 주택담보대출(주담대)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하면서 고가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형성됐던 매수세가 일부 진정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다만 외곽의 중저가 단지에서는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전반적인 가격 오름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6억 규제 첫 반응..중저가 강세
3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6월 5주(6월 30일 기준)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40% 상승하며 22주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다. 다만 상승폭은 전주(0.43%) 대비 감소했다. 수도권 전체 아파트값은 0.17% 올라 전주(0.16%)보다 오름폭이 확대됐다. 경기는 0.09%로 전주(0.05%) 대비 상승폭이 커졌고, 인천은 -0.02%를 기록하며 3주 만에 하락 전환됐다.
이번 통계는 정부의 대출 규제 발표 이후 첫 주간 흐름을 반영한 것이다. 정부는 지난달 27일 수도권 전 지역의 주담대를 총액 6억원 이하로 제한하고, 1주택자의 담보인정비율(LTV) 상한도 80%에서 70%로 낮추는 등 대출 규제를 강화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이 조치는 하루 뒤인 28일부터 즉시 시행됐다. 이후 실수요자들의 자금 여력이 줄며 거래 심리는 위축됐지만, 시장 전반은 여전히 매도자 우위 구조를 유지하며 시세를 떠받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지표를 대출 규제에 따른 시장의 ‘1차 반응’으로 해석했다. 윤지해 부동산114 리서치랩장은 “6억원 규제 기준은 고가 시장에는 직접 영향을 주지만 외곽 중저가 단지는 규제 영향이 적다”며 “수요가 그쪽으로 이동하면서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서울·경기 지역별 온도차 뚜렷
서울 자치구별로는 성동구(0.89%), 마포구(0.85%), 송파구(0.75%), 강남구(0.73%), 서초구(0.65%) 순으로 상승률이 높게 나타났다.
강남권 고가 아파트 밀집 지역 역시 높은 상승률을 유지했으나, 상승폭은 대부분 전주 대비 줄어들었다. 송파구는 0.75%로 전주(0.88%)보다 0.13%p 낮아졌고, 강남구(0.84%→0.73%), 서초구(0.77%→0.65%)도 상승폭이 줄었다. 강북 핵심지인 성동구(0.99%→0.89%), 마포구(0.98%→0.85%), 용산구(0.74%→0.58%)도 전주 대비 상승폭이 축소됐지만, 상승률 자체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시도별 아파트 매매가격지수 변동률. 한국부동산원 제공
외곽 중저가 단지로는 노원구(0.12%→0.17%), 도봉구(0.06%→0.08%) 등에서 상승폭이 확대됐다. 강북구는 0.11%로 전주(0.16%)보다 상승폭이 줄었지만, 강북 14개구 전체 평균은 0.30%를 기록하며 전주(0.31%) 수준을 유지했다.
경기권은 지역별 온도차가 뚜렷했다. 정비사업 기대감이 높은 지역들은 강세를 보였으나 입주 물량 부담이 큰 지역은 하락세를 나타냈다. 성남 분당구는 전주 대비 0.50%p 이상 확대된 1.17%를 기록했고, 과천시(0.47%→0.98%)와 안양 동안구(0.25%→0.37%)도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반면 평택시(-0.13%), 고양 일산동구(-0.18%) 등은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시장 관망 심화..해제 건수 급증
서울과 경기 지역에서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시장 분위기는 오히려 위축된 모습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6월 마지막 주(24~30일) 서울 아파트 매매 계약 해제 신고는 164건으로, 전주 대비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는 매우 이례적인 변화로 정부의 대출 규제 발표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주임교수는 “강남 3구는 단기간에 가격이 꺾일 지역이 아니며, 도봉·노원 등 외곽 지역에서는 일부 풍선효과가 감지된다”며 “현재의 상승폭 둔화는 일시적인 조정 국면일 가능성이 큰 만큼 시장의 방향성은 최소 한 달 이상 지켜봐야 가늠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en1302@fnnews.com 장인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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