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존재 자체가 사랑, 아버지와 아들의 사랑...7월 16일 개봉
장성호 감독이 2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애니메이션 '킹 오브 킹스'언론시사회ㆍ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봉준호 감독 '기생충'의 흥행을 뛰어넘고 북미 박스오피스에서 파란을 일으킨 한국 애니메이션 '킹 오브 킹스'가 금의환향한다. '킹 오브 킹스'가 오는 16일 국내 개봉을 앞두고 2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한국의 1세대 VFX(시각특수효과) 전문가 출신 장성호 감독은 이 영화로 성공적인 감독 데뷔전을 치렀다. 그는 '1987' '암살'의 김우형 촬영감독과 이 영화를 공동 제작했다. 또 직접 각본도 썼다. 장 감독은 이날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며 "고난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완성했고 그걸 이렇게 꺼내놓게 된 것만으로 충분히 뿌듯하다”고 말했다.
기획부터 개봉까지 꼬박 10년이 걸린 ‘킹 오브 킹스’는 올해 4월 미국에서 극장 매출액 6000만달러(약 815억원)를 돌파해 할리우드에서 가장 흥행한 한국 영화로 기록됐다. 연말까지 90개국, 개봉 논의 중인 국가까지 포함하면 120개국에서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북미 선공개해야 제작비 회수 가능했죠
이 작품은 장 감독이 찰스 디킨스의 소설 '예수의 생애'(he Life of Our Lord)를 읽고 영감을 받아 쓴 작품이다. 영화는 디킨스가 개구쟁이 막내 아들 월터에게 예수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방식으로 예수의 탄생부터 부활까지의 이야기를 다룬다.
감독은 이날 한국이 아니라 처음부터 북미 시장을 겨냥해 작품을 만든 이유로 "제작비 때문에 한국보다 북미 시장이 현실적이었다”고 답했다.
어릴 적부터 영화광이었던 그는 늘 영화 연출 및 제작을 꿈꿨고, 몇 차례 연출 제안을 받기도 했지만 매번 “아직은 때가 아니다”고 판단했다. 그러다 2015년 무렵이 돼서야 “이제는 해볼 만하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킹 오브 킹스'. 모팩스튜디오 제공
'킹 오브 킹스' 스틸 컷, 모팩스튜디오 제공
문제는 제작비였다. 자신이 가진 기술을 최대한 활용해 완성도 있는 결과물을 만들려면, 적은 예산으로는 불가능했다. 당시 한국 애니메이션 산업은 영유아물 중심이었고, 제작비 50억원을 넘기는 것도 드물었다. 자연스럽게 북미 선공개를 목표로 전략을 세웠다.
앞서 장 감독은 이 작품의 성공 비결로 할리우드 시장에 대한 철저한 분석을 통한 작품 기획과 작품의 완성도, 그리고 주류 시장 직접 공략을 꼽았다. 그는 “할리우드 기준의 기술적 퀄리티는 자신 있었다. 내가 오랜 기간 갈고닦아온 분야였기 때문이다. 관건은 어떤 기획을 내놓느냐였다”고 돌이켰다.
“북미 관객에게 통할 수 있는 소재여야 했다. 할리우드조차 오리지널 애니메이션으로 흥행한 경우가 드물었다. 그래서 찰스 디킨스의 고전을 모티브로 삼았다. 극장용 장편에서 ‘예수’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사례가 없다는 점도 흥미롭게 다가왔다”고 설명했다.
VFX 전문가로서 할리우드 주류 시장에서 일한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 그는 현지 관계자와 아이디어를 나누며 자신감을 얻었다. “무거운 주제라 상업적으로 풀기 어렵다는 우려가 있었다. 그래서 실제 낭독회를 자주 했던 디킨스가 자신의 아이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듯 진심으로 전달하면, 충분히 공감을 얻을 수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이 이야기를 시간여행처럼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디킨스의 소설은 어디까지나 모티브일 뿐이다. 새로운 이야기 구조와 상상력을 더해 ‘오리지널’로 재창조한 작품이다.
그는 제작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을 묻자 “제작비를 구하는 일이었다”고 답했다.
“기획부터 개봉까지 10년이 걸린 이유”라며 “제작비 구하는데 제 에너지의 99%를 썼다. 그 에너지의 반만이라도 창작에 쏟았다면 지금보다 더 좋은 결과물이 나왔을 거라고 제가 하도 넋두리를 하니까 김우형 촬영감독이 이 정도도 괜찮으니까, 그만하라고 말했을 정도”라고 웃었다.
“미국에선 크레디트를 보고 놀란 사람이 많다. 한인 교포들이 이메일과 문자를 지금도 보낸다. 그럴 때면 아주 뿌듯하다”고 말했다. “북미에서 특정 종교인만 반응한 게 아니고 일반 관객 반응도 좋았다. 보편적 사랑과 가족 이야기라서 반응이 좋았던 것 같다”고 강조했다.
종교에 상관없이 누구나 공감할 이야기로 보편성 획득
장 감독은 복잡한 신학적 요소보다 ‘사랑’이라는 본질에 집중했다. “예수님이 세상에 온 이유, 그분의 실체는 결국 사랑이다.” 더불어 ‘관계 회복’이라는 보편적 주제를 서브 플롯에 담았다.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 회복은 인간 사이의 단절과 갈등, 그리고 그 회복이라는 이야기 구조로 자연스럽게 어우러졌다. 이런 정서는 종교와 관계없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일반 관객에게는 부담 없이 다가갈 수 있는 가족영화이자, 크리스천 관객에게는 성경적 메타포가 풍부한 작품이다. 크리스천이라면 누구나 알만한 상징을 곳곳에 숨겨놨다”고 부연했다. 일테면 '손을 씻는 빌라도'의 모습 같은 것이다.
최근 할리우드에서는 K팝을 소재로 한 애니메이션이 인기몰이 중이다. 반면 그는 한국인이면서도 오히려 할리우드의 보편적 정서와 형식을 빌려 ‘예수 이야기’를 다뤘다. 이날 이런 반전이 흥미롭다는 질문이 나왔다.
장 감독은 이에 대해 “이제 한국은 어떤 소재든 보편적 정서로 풀어내고, 글로벌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작품을 내놓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해석했다.
영화 '킹 오브 킹스' 속 한 장면
“2005년 이 작품을 기획할 땐, K콘텐츠가 지금처럼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을 줄 몰랐다”며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영화 녹음을 위해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현지 스태프들과 호흡할 때마다 변화를 실감했다. LA와 뉴욕에서 만난 현장 스태프들은 하나같이 한국어 인사말을 건넸고, BTS와 봉준호, 박찬욱의 팬이라고 했다. 심지어 어떤 스태프는 홍상수 감독의 신작 소식까지 먼저 물어올 정도였다”고 돌이켰다.
장 감독은 “지금은 같은 콘텐츠를 만드는 ‘동료’라는 인식이 생겼다”며 “열등감을 가질 필요 없고, 자기검열에서 벗어나 창작자가 자신의 재능을 편하게 펼칠 수 있는 세상이 됐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북미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그는 “종교적 메시지를 강요하는 대신, 보편적 감정에 소구하는 이야기였고, 티켓 값을 낼 만큼 완성도 높은 작품이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결국 사람 사이의 이야기”라며 “누군가를 이해하고, 용서하고, 사랑하는 감정은 누구에게나 익숙하다. 종교를 떠나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라며 한국 관객의 지지와 성원을 당부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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