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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진출 韓기업 최악 관세는 피했다

세율 낮아졌지만 여전히 부담
삼성·LG "품목관세 지켜봐야"

베트남 진출 韓기업 최악 관세는 피했다
베트남 박닌성 옌퐁공단의 삼성전자 공장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하노이(베트남)·서울=김준석 특파원·임수빈 기자】"불확실성이 해소돼 기쁘면서도 한편으로는 예상보다 높은 관세에 고심이 깊어졌다. 품목별 관세율까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의 생산기지가 위치한 베트남이 인도·태평양 국가 중 처음으로 미국과 무역협상을 마무리했다. 그러나 베트남 현지에서는 관세율이 예상했던 수치보다 높아 아쉽다는 대다수의 반응이 나오고 있다. 업계에서는 향후 스마트폰을 비롯한 개별 품목에 대한 관세와 인도를 비롯한 다른 국가들의 관세율이 어떻게 결정되는 지가 또 다른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LG 가격 경쟁력 악화 불가피

3일 업계에 따르면 베트남이 2일 밤 미국과 무역협상에 합의하면서 관세율이 당초 46%에서 20%로 인하되지만 국내 진출기업들의 부담은 여전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당초 지난 4월 2일 발표된 46% 상호 관세에 비하면 최악을 피했다고 볼 수 있으나, 상호 관세가 없었던 현재와 비교하면 부담이 대폭 높아질 수밖에 없어서다.

일각에서는 10~15%를 예상했다는 말도 나온다. 예상했던 것보다 높은 고관세라는 것이다. 이에따라 일부 기업들은 해외 생산기지별 생산량 재조정 및 공장 이전 등 다양한 방안을 놓고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국내 전자업계 '투톱'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고심이 깊어질 전망이다. 베트남 국내총생산(GDP)의 4분의 1을 책임지며 '베트남 국민기업'으로 자리잡은 삼성전자는 베트남을 핵심사업인 스마트폰의 제조기지로 삼고 운영 중이다. 현재 타이응우옌성과 박닌성에서 전체 스마트폰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생산하며 이들 물량 중 상당수가 북미향 제품인 것으로 파악된다. 이 밖에도 삼성전자는 호찌민에서도 가전 공장을 운영 중이다.

스윙 생산을 통해 트럼프발 관세 파고를 넘고 있는 LG전자도 세탁기를 비롯해 베트남 하이퐁에서 생산되는 생활가전 물량의 다수를 북미로 수출하고 있다. 스윙 생산은 여러 국가에 분산된 생산 거점을 활용하여 특정 지역에서 발생하는 생산량 조절이나 관세 문제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전략을 의미한다. 앞서 LG전자 하이퐁법인 관계자는 하이퐁 정부에 46%의 관세율이 확정되었을때 추가 투자가 어렵다는 뜻을 전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베트남을 기점으로 근처 동남아 국가들도 적극적으로 협상 타결하려고 하는 점은 긍정적"이라면서도 "관세부과로 악화될 가격경쟁력을 상쇄할 수 있는 방안 마련에 고심 중"이라고 밝혔다.

■품목별 관세 여전히 복병

품목별 관세도 복병이 될 전망이다. 이번 미국과 베트남이 이번 무역 합의는 국가 별 맞춤형 관세인 상호관세만 해당되고, 품목별 관세는 포함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3일부터 트럼프 행정부가 수입산 냉장고·건조기·세탁기 등 주요 가전 제품에도 철강함량 기준으로 최대 50% 관세가 부과해 가전업계도 피해를 보고 있다. 이어 반도체와 스마트폰 등 정보기술(IT) 품목까지 별도의 품목 관세 부과를 예고하고 있어 삼성전자 등 베트남 진출 기업들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추후 인도를 비롯해 다른 국가의 관세율 변화와 품목별 관세율을 봐야 앞으로의 글로벌 전략 조정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rejune1112@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