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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새로운 성장동력 창출이 필요하다

[서초포럼] 새로운 성장동력 창출이 필요하다
정만기 한국산업연합포럼 회장
우리 경제는 위기에 직면해 있다. 보호주의, 중국의 과잉생산 등 대외환경이 좋지 않고 규제와 노동경직성 지속, 생산가능인구 감소, 노사갈등과 계급의식 등장 등 국내 여건도 좋지 않다. 기업들의 경영실적 악화는 국내 일자리 감소와 그로 인한 소비수요 위축은 물론 국가적으론 세수기반 약화와 재정 악화를 유발하고 있다.

우려스러운 일은 미래 성장동력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수준의 새로운 고부가가치 기업으로 도약했다든가 세계 최초로 파급력이 높은 기술을 개발했다는 뉴스들은 들리지 않는다. 앞서 살핀 요인들의 복합작용에 따른 결과이겠으나 특히 두 가지 요인에 주목하고 싶다.

하나는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 재벌 3세들의 기업가정신 약화다. 산업화와 정보화를 이끌던 재벌 1, 2세대 이후 재벌 3세대들이 기업 경영의 전면에 나서면서 대기업들은 진취적으로 새로운 고부가가치 산업에 진출하기보다는 기존 사업 유지와 방어에 힘을 쏟고 있다. 재벌 3세대 다수는 해외유학을 하고 체계적 경영수업을 받아 우리 경제의 새로운 도약에 힘이 될 것으로 기대했으나, 이들은 조부모나 부모 세대가 일구어 놓은 사업에서 단기 비용절감형 경영에 치중하고 있다. 인공지능(AI), 차세대반도체, 바이오, 로봇, 환경산업 등 다양한 미래 산업에서 중국에 밀리는 양상이다.

이제까지는 전 세대들이 만들어놓은 분야에서 그나마 부가가치를 창출해왔으나, 신산업 진출이 특히 중국 기업들의 선점으로 막히면서 우리의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위축되고 있다. 일부를 제외하고는 재벌 3세들에게 신성장동력 창출을 기대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국민 일부의 반기업 정서나 무조건적 대기업 비판 문화도 글로벌 수준에서 우리의 위상 약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다른 하나는 유니콘 기업 등장도 미흡하다는 점이다. 유니콘 기업이란 10억달러, 약 1조3000억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기술기반의 비상장 신생기업을 의미한다. 이들은 주로 AI, 핀테크, 바이오테크, 이커머스, 모빌리티 등 분야의 기술 중심 기업이며 벤처캐피털 투자유치에 성공하면서 빠른 성장성을 보인다. 미국의 스페이스X, 오픈AI와 중국의 틱톡, 인도의 플립카트, 한국의 야놀자나 쏘카 등이 예이다.

정확한 통계 산정은 쉽지 않지만 세계적으로 대략 1450~1600개의 유니콘 기업이 존재하는 가운데, 2024년 미국엔 전 세계 유니콘의 절반가량인 약 700개, 중국엔 약 340개, 인도엔 약 100개, 일본엔 약 110개, 한국엔 약 20개가 존재하면서 한국의 유니콘 기업 수는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는 스타트업 생태계 전반의 구조적 한계와 제도적 장벽, 문화적 요인 등이 복합작용한 결과로 평가되고 있다. 벤처투자 생태계는 좁고 보수적이며 정부는 창업 지원을 강조하지만 핀테크나 바이오 등을 중심으로 갈라파고스적 강한 규제도 양산되고 있어 산업생태계의 자율성과 유연성이 위축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피터팬 증후군'의 지속이다. 중견기업 이상으로 분류되면 세제 혜택이나 정부 지원에서 배제되고, 각종 규제와 사회적 책임이 늘어나기 때문에 기업들은 중소기업에 안주하려고 한다.


단기 비용절감형 경영과 피터팬 증후군이라는 소극적 기업문화가 조속히 사라져야 한다. 이러한 문화가 독자적으로만 발생했다기보다는 중소기업 보호와 대기업 규제라는 정책 지속도 상당한 역할을 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정책의 새 역할이 필요하다. 기업가정신이 다시 발휘되고 유니콘의 성장생태계 조성을 위한 정책 대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만기 한국산업연합포럼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