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영/BH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촬영하면서도 너무 좋아 빨리 선보이고 싶었다. 배우들도 위로 받으며 찍은 이 작품이 시청자들에게도 위로를 전해 너무 좋다. 내 연기로 공감을 줄 수 있어서 정말 기쁘다.”
이호수처럼 사려 깊지만 유바비(‘유미의 세포들2’)의 솔직함도 갖춘 배우 박진영이 ‘미지의 서울’로 함박웃음을 터뜨렸다.
제대 후 복귀작인 ‘미지의 서울’은 박진영이 주연급으로 출연한 드라마 중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뿐만 아니라 ‘나의 아저씨’ ‘나의 해방일지’를 잇는 인생 드라마로 손꼽히며 작품성도 인정받았다. 박진영은 동시기 개봉한 영화 ‘하이파이브’와 전혀 다른 캐릭터를 소화하며 그야말로 믿고 보는 젊은 남자 배우로 부상했다.
"호수는 너무 좋은 사람, 인내심만 닮았죠"
박진영은 8일 서울 강남구 BH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가진 라운드 인터뷰에서 이번 드라마가 "잊지 못할 경험"으로 남았다며 기뻐했다. 인기를 예측했냐는 물음에는 “요즘 젊은 친구들도 공감할 이야기라는 공감대는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고 답했다.
극 중 박진영이 연기한 '호수'는 청력을 절반 잃은 청년이다. 그는 "남들 보기에는 대형 로펌에서 일하는 능력 있는 변호사나 마음속 깊은 트라우마를 극복하려 고군분투하는 인물"이라며 “SNS 시대, 겉으론 멀쩡해 보이는 사람들도 각자 아픔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공감의 여지가 있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캐릭터와의 싱크로율에 대해서는 “호수는 보기 드문 청년이고 정말 좋은 사람이라서 내가 연기하는 게 미안할 정도였다”며 겸손하게 말한 뒤 “청력이 좋지 않지만 약자의 소리를 마음으로 듣는 인물이라는 점이 인상 깊었다. 나와 닮은 점은 거의 없지만 인내심만큼은 비슷하다”고 답했다.
호수 캐릭터에 접근한 자신만의 방법을 묻자 “청각에 대한 핸디캡을 감추기 위해 더 잘 들으려고 노력하고, 말도 잘하고 싶어 하는 인물로 생각했다”며 “말하는 템포를 낮춘 이유”라고 설명했다.
박진영은 호수의 청력 상태를 이해하기 위해 실제로 이어폰을 한쪽만 꽂고 돌아다녀봤다. 그랬더니 공간에 따라 차이가 났다. 그는 “좁은 공간에선 상대의 입모양이 보이지만, 큰 공간에선 그도 여의치 않잖나”며 “예컨대 결혼식장에서 동창과 대화하는 장면에서 대사 타이밍을 일부러 늦추거나 되묻는 연기를 삽입한 것은 그 때문이었다”며 설명했다.
tvN /사진=뉴스1
tvN 미지의 서울 /사진=뉴스1
tvN 미지의 서울 /사진=뉴스1
호수는 교통사고로 아버지를 잃고, 새 엄마와 단둘이 살아왔다. 성인이 된 후에는 피한방울도 섞이지 않은 새엄마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부단히 애쓴다. 그러다 나머지 청력마저 잃게 될 위기에 처한 뒤 연인이었던 미지(박보영)마저 밀어내고, 방구석에 처박히는데 이때 그를 어둠에서 꺼내주는 이가 바로 엄마다.
11화에서 호수와 새엄마 분홍(김선영)은 오랫동안 감췄던 서로에 대한 마음을 고백하며 시청자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박진영은 시청자의 호평을 받은 이 감정신에 대해 “사실은 부담감 때문에 촬영 중에 호수처럼 땅굴을 파다가 김선영 선배 도움으로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고 돌이켰다.
“11부 대본을 보고 주위에서 ‘그 신 기대된다’고 말해 부담감이 컸다. 촬영 중 땅굴을 파고 있었는데, 선영 선배님이 ‘내가 해줄 테니 느껴봐’라고 말해줘서 마음을 다잡고 연기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박신우 감독 "너희가 모쏠의 마음을 아냐며 디테일하게 연기 지도"
호수의 연기 톤을 잡는 데는 박신우 공동 감독의 도움이 컸다. 특히 모태 솔로였던 호수와 미지가 마침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사귀게 된 후 서툴게 스킨십을 하는 모습은 오히려 시청자에게 묘한 설렘을 안기며 좋은 반응을 얻었다.
박진영은 “키스신 같은 장면에서 마음이 콩닥콩닥하게 만드는 포인트를 감독님이 정확히 집어주셨다”며 “박신우 감독님이 ‘자신은 모쏠의 마음을 잘 안다’며 농담처럼 말씀하셨다”고 귀띔했다.
첫 촬영에서 상대방의 말에 반응을 줄이라는 지시를 통해 '호수다움'을 표현할 수 있었다. 그때부터 감독님을 믿고 현장에서 모니터링을 안했단다. "귀가 들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로사식당 골목길에서 걸어나오는 장면에서도 원래는 좀더 감정적으로 연기했는데, 감독님이 좀 더 담백하게 하라고 하셨다. 그런데 드라마를 보고, 감독님 디렉션이 맞구나, 그게 더 슬프더라”며 신뢰를 표했다.
박진영/BH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진=뉴스1
박보영과의 호흡에 대해서는 "1인 4역처럼 느껴질 정도로 디테일하게 연기해 감탄했다"고 말했다. “미래와 미지를 빠르게 오가며 달리 표현하는 걸 보고 놀랐다”며 “대본의 80%가 박보영 분량이었는데, 촬영이 새벽에 끝나도 2시간은 대본을 보고 왔다더라. 체력에도 감탄했다”고 말했다.
개인적으로 위로받았던 대사는 “누구나 숨기고 싶은 아픔이 하나쯤 있지 않나”라는 부분이었다. “모두가 아픔을 안고 살지만 다 드러내진 않는다. 그 말이 너무 공감됐고, 위로가 됐다”고 전했다. 또 로사가 상월(원미경)에게 “언젠가 너를 읽어줄 사람이 나타날 거야”라는 말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며, “실제 삶에서도 결국 사람을 통해 위로받는다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작품을 보며 가장 많이 운 장면은 요양병원에서 할머니가 미래를 알아보고 이름을 불러주는 장면이었다. “미래가 너무 꿋꿋하게 버텼잖나. 펑펑 울었다”며 “혼잣말을 많이 해서 드라마건 영화건 혼자 본다. 이번 드라마도 혼자 본방사수했다”며 자기만의 시청법도 전했다.
"아주 오래, 다양하게 연기하는 배우 되고 싶어요"
드라마 '드림하이2'(2012)로 데뷔해 보이그룹 갓세븐 활동까지 벌써 데뷔 13년차다. 슬럼프를 켞은 적은 없냐는 물음에는 다행히 없다며 자신의 강점인 ‘긍정회로’를 언급했다. 그는 “상황은 안 바뀌니까 억지로라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갓세븐 멤버 잭슨이 ‘넌 배우로도 잘 될 거야’라고 말해줬는데,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연기 원동력으로 “좋은 표현을 한 배우들을 보면 시너지를 얻는다"며 "나와 같은 나이에 대단한 연기를 한 선배들의 초기작을 찾아본다”고 자신만의 노하우를 밝혔다. “오래 연기하고 싶고,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하고 싶다”며 롤모델로 소속사 선배 배우 이병헌과 박해수를 꼽았다.
박진영/BH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진=뉴스1
차기작은 정통 멜로 ‘샤이닝’이다. '공항 가는 길'과 '반의 반'을 썼던 이숙연 작가가 글을 쓰고 '그 해 우리는'과 '사랑한다고 말해줘'를 찍은 김윤진 PD가 연출한다.
박진영은 “소설 같은 대본”이라고 애정을 표한 뒤 “10대 시절이 나와서 요즘 1일 1팩 중”이라며 수줍게 웃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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