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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승부수 던졌다" 삼성전자, '8세대 D램' 개발 재개...이번엔 '9나노'

반도체 장비사에 개발 준비 요청
8세대 개발 보류한 지 3개월 만
10나노 아닌 9나노로...승부수
7세대-차세대 잇는 다리 역할

[단독] "승부수 던졌다" 삼성전자, '8세대 D램' 개발 재개...이번엔 '9나노'
4월 30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 삼성 깃발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뉴스 1
[파이낸셜뉴스] 삼성전자가 10나노미터(㎚)급에서 9나노급으로 레벨을 높여 8세대(D1e) D램 개발을 재개한 것으로 확인됐다. 8세대 D램 대신 수직으로 세워 만드는 개발 방식을 채택했다고 알려진 지 약 3개월 만이다. 본격적인 개발에 앞서 관련 조직 신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최근 6세대(D1c) D램 양산 승인을 반는 등 시장 주도권 탈환을 위한 기술 선도에 총력을 펼치는 모습이다.

9나노 8세대 D램 개발 본격 준비
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디바이스 솔루션·DS)은 최근 반도체 장비사에 '8세대 D램'과 관련된 장비 준비를 요청했다. 지난 4월 8세대 D램 인력을 일부 철수하는 등 사실상 개발을 멈춘 지 3개월 만이다. 현재 주력하고 있는 D1d(7세대)뿐만 아니라 D1e(8세대), 한 발 더 나아간 D0a(9나노 미만 차세대)개발을 동시 전개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올해 초 D1e 성공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자체 재현성 평가를 진행했다. 현재 삼성의 8세대 D램 개발의 목표 수준은 9나노대 D램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10나노급일 것이란 업계의 일반적 시각을 뛰어넘는 시도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스펙이 결정된 건 아니기 때문에 이론상으로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고 했다.

10나노와 9나노는 표면적으로는 단순히 1나노 차이가 나지만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실제로 성능을 비롯해 전력 효율, 제조 난이도 등에 영향을 주는 기술적인 진화를 포함하고 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여기에 제조 난이도에서도 큰 차이가 있다. 9나노 D램은 또 10나노 D램 대비 선폭이 약 10%가량 좁으며 트랜지스터 밀도도 10~15% 높다.

D1e 개발 본격화에 따른 조직 신설도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올해 초 장비사와 함께 D1e 개발 준비를 하다가 무산, 8세대 제품 선행 연구 조직이 7세대 조직과 합쳐졌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8세대 D램 필요하다"...결정 이유는
삼성전자가 한 차례 보류했던 D1e 개발을 다시 하는 이유는 반도체 근원 경쟁력 제고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이전 세대 대비 전력 효율이 늘면 발열·냉각 비용이 줄고 서버 운영비를 절감할 수 있어 통상적으로 고객사 입장에서는 최신 D램 수요가 더 높다. 이를 알고 있는 삼성전자가 내부 판단 끝에 개발 재개를 결정했다는 것이다.

예상보다 더딘 D0a 개발 속도를 높이기 위한 조치라는 시각도 있다. 7세대와 차세대를 잇는 '사다리 역할'로 8세대 D램 개발이 필요하다고 봤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오는 2026년 D1d, 2027년 D0a 양산에 돌입하겠다고 계획을 세운 상황이다. D1e의 양산은 그 중간 시점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D1e는 이제 시작 단계"라며 "양산 시점을 구체화하기 까지는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최근 6세대 D램 양산 승인을 받으며 기세를 올리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범용 반도체 가격 상승 및 계절적 성수기 등으로 2·4분기 바닥을 다지고 하반기 실적 개선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삼성전자가 올해 4·4분기 영업이익 8조7170억원을 기록, 전년 동기 대비 34.3% 개선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kjh0109@fnnews.com 권준호 임수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