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상 SK텔레콤 CEO가 지난 4일 오후 서울 중구 SK텔레콤 본사에서 사이버 침해 사고 관련 입장과 향후 계획을 발표하기 전 고개를 숙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정부가 SK텔레콤의 유심 해킹 사태에 대해 귀책을 인정하고 해지 고객에 대한 위약금 면제를 명령하자 증권가가 SKT의 목표주가를 줄줄이 낮췄다. 증권가에서는 단기 실적 악화가 불가피하고 불확실성도 크다며 보수적인 전망을 내놨다.
8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전날 현대차증권과 NH투자증권, 유진투자증권 등 6개 증권사는 SK텔레콤의 목표주가를 일제히 하향 조정했다. 증권사가 새롭게 제시한 목표주가는 5만2000원에서 6만6000원이다. SK텔레콤은 전날 5만39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번 사태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 4일 SK텔레콤이 안전한 통신서비스 제공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고 판단하면서 촉발됐다. 정부는 4월 19일부터 7월 14일까지 해지한 고객들에게 통신 요금 위약금을 면제하도록 명령했고, SK텔레콤은 이를 수용했다.
SK텔레콤은 8월 통신요금 50% 할인, 연말까지 월 50GB 추가 데이터 제공, T멤버십 할인 강화 등의 고객 감사 패키지를 발표했다. 이와 함께 향후 5년간 7,000억원을 들여 정보보호 강화에 나서기로 했다. 유심 교체, 대리점 보상, 과징금 등을 합친 비용은 최소 8천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증권가에서는 정부의 강경한 태도와 과징금 규모의 불확실성을 이유로 배당 유지 가능성도 낮아졌다고 평가도 내놓고 있다. 이번 보상 패키지로 인한 현금 손실에 더해 과징금, 주파수 경매 등 현금 흐름에 압박을 가할 변수가 여전히 남아있다는 것이다.
반면 단기적으로 불확실성이 크지만 고객 이탈이 예상보다 크지 않고, 정보보안 강화와 신뢰 회복을 통해 중장기적으로는 정상화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도 나오고 있다. 고객 감사 패키지 등은 단기적인 비용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으나 중장기적으로는 기업 지속 가능성을 우선시한 조치로 보이며 번호이동 시장도 예상보다 과열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준섭 KB증권 연구원은 "SK텔레콤이 한시적 위약금 면제안을 채택하면서 번호이동 시장이 과열될 것이라는 우려가 축소됐다"며 시장에 팽배한 우려에 비해 번호이동 시장은 과열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분석했다.
koreanbae@fnnews.com 배한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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