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학계 등 다양한 전문가 제언
속도전보다 '점진적 접근' 강조
"집권 5년 동안 실현 가능한지
전환율 목표 수치 고민해 봐야"
안정적·충분한 공급은 필수조건
저장장치 인프라 구축 선행돼야
"스코프3 공시 필요" 한목소리
의무화·시기 놓고는 의견 다양
왼쪽부터 정승일 전 산업통상자원부 차관, 강천구 인하대학교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 박문수 세종대 기후환경융합학과 교수, 황우현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명예특임교수, 양연호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 황지원 한국ESG기준원 정책연구본부 부연구위원
전문가들은 신재생에너지 전환을 위해 '정부의 체계적인 정책 수립'과 '안정적이고 충분한 공급 확보'가 필수라고 입을 모았다. 특히 구체적인 로드맵을 구성, 단계별로 지키는 게 중요하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전 밸류체인 탄소 배출량을 담은 '스코프3' 공시 의무에 대해서는 대다수가 필요성을 공감하면서도, 구체적인 기준 설정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무화 조치를 서두르기보다는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체계적인 정책 마련이 출발점"
8일 파이낸셜뉴스가 이재명 정부의 향후 '신재생에너지 전환' 방향성에 대해 민간·학계 등 다양한 전문가와 인터뷰한 결과, 가장 시급한 과제는 '체계적인 정책'으로 꼽혔다.
정승일 전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은 "무탄소 전원을 공급하려면 신재생에너지 개발과 운영 보급을 현재보다 체계적으로 해야 한다"며 "원료, 설비, 부품, 소재 등 업종별 대표 기업들이 같이 힘을 합칠 수 있도록 공통 이니셔티브를 만드는 데 정책적 지원 등을 강구해야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규모 있는 신재생 산업 운영의 필요성 언급하며, 유틸리티급의 해상 풍력·영농형 태양광을 만들어 충분한 공급이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주에너지공사 사장을 지냈던 황우현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명예특임교수도 '치밀하고 정교한 정책 수립'이 가장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황 교수는 "(신재생에너지 전환이) 단기간에 될 수 없다"며 "국회는 물론, 학계 및 산업계 등 전 분야가 모두 모여서 모든 분야에서 동시에 하나씩 바꿔나가야만 인프라 전환이 가능할 것이다. 결국 먼저 정책을 결정하고 산업 육성을 위한 틀을 만든 뒤 이를 실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무리한 '속도전'보다는 점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나왔다.
강천구 인하대학교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는 "재생에너지는 현재 화석연료보다 가격 경쟁력이 많이 낮고 무한으로 저장할 수 있는 기술이 있는 것도 아니다"며 "결국 중요한 것은 안정적 공급이다. 재생에너지 전환이 장기적인 방향인 것은 부정할 수 없지만, 당장 무리하게 속도를 내기보다 (이재명 정부) 5년 집권 동안 어느 정도 수치로 재생에너지 전환율을 올릴지 등에 대해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박문수 세종대 기후환경융합학과 교수는 인프라 구축을 산업 전환에 필수 요소로 봤다. 그는 "어떨 때는 많이 생산되고 어떨 때는 안되다 보니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인프라 구축이 있어야 한다"며 "재생에너지 쪽에 투자를 많이 해서 그 비율이 높아지도록 하는 것이 정부 역할"이라고 전했다.
■"스코프3 공시해야"… 속도는 이견
스코프3 의무 공시에 대해서는 대부분 전문가들이 방향성에는 공감했지만, 속도감에서 차이를 보였다. 양연호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는 "스코프3는 지속가능보고서 형태가 아닌 법적인 의무 공시 체계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기업들 다수가 역량 부족이나 국제 기준과의 정합성 문제를 이유로 기후 공시 의무화를 유예해야 한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지만, 수출 비중이 큰 일부 기업은 잘 준비하고 있다"며 "오히려 (일정 유예 기간을 두고) 스코프3을 빠르게 의무화해 기업들이 학습, 내재화할 수 있도록 하자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황지원 한국ESG기준원 정책연구본부 부연구위원은 인증 제도 기준의 불명확성이 먼저 해결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직접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도 어려운 데다 대체 데이터(간접적 산정치)로 계산할 경우 신뢰할 만한 데이터베이스가 필요한데 한국엔 아직 그 기반이 부족하다. 1차 데이터 확보가 어렵다면, 간접데이터로라도 신뢰도 있는 계산이 가능하도록 공공 데이터베이스 구축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의무화에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도 적지 않다. 정 전 차관은 "기술, 생산 방식 공정 전환 등 로드맵 설정이 없는 상태에서 (스코프3) 의무화를 한다면 기업 부담이 클 것"이라며 "글로벌 경쟁에서도 불리한 위치에 처할 수 있다"고 봤다. 황 교수도 "스코프3 공시 의무화 논의는 지금 상황에서 너무 빠른 단계다"며 "비용도 고려하면서 조금은 현실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soup@fnnews.com 임수빈 정원일 이동혁 권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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