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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산 기업에 고가 투자"...아이스버그 비판에 고려아연 "脫중국 위한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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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버그 "TMC는 부실기업" 비판 고려아연 "脫중국·공급망 전략적 투자" 반박

"파산 기업에 고가 투자"...아이스버그 비판에 고려아연 "脫중국 위한 전략"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전경.뉴스1

[파이낸셜뉴스] 고려아연이 미국 심해광물 채굴 스타트업 'TMC(The Metals Company)'에 대한 지분 투자를 단행한 가운데, 글로벌 리서치 기관 아이스버그 리서치가 TMC의 재무 건전성과 사업 현실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고려아연은 "단기 수익보다 전략적 가치에 무게를 둔 결정"이라며 반박에 나섰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공매도 리서치 전문기관인 아이스버그는 최근 보고서에서 "TMC는 과거 파산한 노틸러스 미네랄(Nautilus Minerals)의 사업 모델과 경영진을 사실상 계승한 기업"이라며 "완전자본잠식 상태에서 이뤄진 고평가 투자는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TMC는 지난해 말 기준 자본총계가 마이너스 1700만달러로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보유 현금도 350만달러에 불과해 연간 운영비용(8100만달러)을 감당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특히 아이스버그는 "고려아연이 투자한 주식 단가는 직전 기관 투자자들의 공모가(3달러) 대비 45% 높은 4.35달러"라며 "향후 주식 추가 매입 권리인 워런트(신주인수권) 행사가 역시 7달러로 55% 더 높게 설정됐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고려아연은 "사실과 다르다"며 아이스버그의 주장을 일축했다. 특히 급변하는 국제 정세와 자원의 무기화에 대응하려는 회사의 전략적 노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TMC 주가는 지난 15일 종가 기준 7.57달러로 당초 취득가인 주당 4.34달러 대비 74.4% 상승했다"며 "이는 시장이 TMC의 성장 잠재력과 글로벌 공급망에서의 전략적 가치를 재평가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실제 미국 정부는 중국의 자원 무기화 움직임에 대응해 우방국과 희소금속·전략광물 공급망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 발표된 '해저 자원 개발' 행정명령은 상무부·에너지부·국방부 등 주요 부처가 미국의 배타적경제수역(EEZ)과 국제 해역에서 망간단괴 탐사 및 채광 허가를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고려아연의 이번 투자는 단순한 재무적 판단을 넘어 미국 주도의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한국이 주도권을 확보하고 대미 협상력을 높이는 실질적인 '지렛대'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TMC는 트럼프 행정부 시절 행정명령에 따라 미국 해양대기청(NOAA)에 탐사·채광 허가를 신청한 상태다.

업계는 해외 전략광물 확보 경쟁이 본격화된 만큼 일정 수준의 리스크를 감수하더라도 선제적인 투자가 불가피하다는 분위기다. 전기차·배터리·반도체 등 첨단 산업의 성장으로 리튬·니켈·희토류 등 핵심 자원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이들 자원의 70% 이상이 특정 국가에 편중돼 있어 글로벌 공급망 확보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중국의 자원 무기화 전략이 심화되는 국면에서 TMC와의 협력은 탈중국 공급망 구축과 주요 광물 수급 안정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편, TMC는 현재 심해에서 니켈·코발트·구리·망간 등을 함유한 망간단괴 채광(채집)을 준비 중이다. 고려아연은 이차전지 소재 자회사 켐코가 오는 2027년 상업 가동을 목표로 건설 중인 올인원 니켈 제련소에 TMC가 안정적인 원료 공급처로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moving@fnnews.com 이동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