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승현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 회장
지난 6월 16일 프랑스 고등학교에서는 수험자의 논리와 통찰력을 평가하는 것으로 유명한 난도 높은 바칼로레아 철학 시험이 치러졌다. 문제는 "우리의 미래는 기술에 달려 있는가"였다. 이 질문은 오늘날 AI 기술이 우리 사회에 던지는 본질적 고민을 담고 있다. 특히 제조·의료·국방 등 전 산업에 걸친 AI 대전환이 가속화되는 지금 미래를 결정짓는 것은 기술 자체인가, 아니면 우리가 기술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달려 있는가가 핵심이다. 우리나라는 어떤 방향을 선택하고 있는가.
우리 정부는 AI 3대 강국 도약을 목표로 산업 전반에 AI를 내재화 중이며, AI 기반의 국가 혁신과 발전을 위하여 시장·산업 중심의 AI 진흥 의지를 갖고 새로운 AI 거버넌스를 고민 중이다. 이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튼튼한 AI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여 분야별 AI 전환(AX·AI Transformation)을 촉진하고, 산업구조 전반의 혁신을 모색하고 있다. AX는 단순한 디지털화가 아닌 AI를 중심으로 한 구조적 전환이다.
AI 활용의 확대는 단지 기술 보급을 넘어서 새로운 수요와 시장을 창출하며, 다시 혁신기술과 인재 유입을 유도하고 생태계의 성장을 촉진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든다.
앞으로 전 세계의 AI 기술과 모델은 그 활용도를 검증받는 실험장이자 시장으로 우리나라를 주목하게 될 것이며, 우리나라 독자 AI 생태계와의 경쟁과 협력을 통해 공진화할 기회를 잡을 것이다.
이러한 대전환의 기반은 바로 AI의 안전성과 신뢰성에 있다. 기술의 안전과 신뢰가 담보되지 않으면 확산도 어렵고, 시장도 확장되기가 어렵다.
우리가 일상에서 활용하는 전기를 떠올려 보자. 전기는 강력한 인프라 기술이지만 이를 활용한 산업 발전과 생활편의를 가능하게 한 것은 누전차단기, 전기 규격, 안전설비 같은 안전·신뢰 기술과 장치들이다. AI도 마찬가지다. 신뢰할 수 있는 기반 없이 혁신은 뿌리 내릴 수 없다.
현재 논의되는 인공지능 기본법의 취지도 이러한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혁신에 맞닿아 있다. 다만 투명성 확보와 고영향 AI 사업자의 책무와 같이 기술혁신과 안전·신뢰 확보의 균형을 위해 각계의 절충과 협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안전성과 신뢰성은 새 정부가 추진하는 '모두의 AI'와 'AI 기본사회' 실현을 위한 핵심 전제조건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독자 AI 모델과 기술 생태계도 이러한 신뢰성과 안전성을 바탕으로 해야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고 차별화된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AI가 산업과 일상에 폭넓게 자리 잡으려면 단순한 기술 보급을 넘어 국민 누구나 안심하고 AI를 일상과 업무에 자연스럽게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반드시 갖춰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기본 인프라와 기준을 제시하고, 민간은 자율경쟁을 통해 기술과 신뢰를 증명해야 한다.
이에 민간 자율의 안전 및 신뢰 확보를 위한 방식들이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민간 중심의 기술표준 개발과 검증 등 산업과 생태계에서 이해관계자 간의 투명한 의사소통이 될 수 있는 장치들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이유이다. 민간 주도의 신뢰 확보는 기술과 사회가 함께 나아갈 수 있는 '공존의 기반'을 마련하는 중요한 발판이 된다.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 역시 AI 활용 전반에 대한 가이드를 마련해 보급하고 AI 신뢰성 검증체계 고도화, AI 보안시험 서비스 등을 제공하여 국민이 AI를 안심하고 활용할 수 있는 신뢰와 안전 기반의 AI 대전환을 뒷받침하기 위해 전사적인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다시 서두의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결국 우리의 미래는 기술에 달려 있다. 더 정확히는 기술이 우리와 얼마나 잘 공존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AI의 안전과 신뢰는 기술과 우리가 함께 나아가기 위한 공존의 출발점이다.
손승현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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