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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체 늪’ 철강업계… 강소기업 활약으로 돌파구 찾는다

철강 수출 10년전보다 6.6% 감소
현대제철·포스코 휴·폐업 잇달아
전문성·기술력 가진 강소기업 부각
포스코엠텍·조선내화 등 역할 중요"철강 생태계 살릴 정책 지원 절실"

‘침체 늪’ 철강업계… 강소기업 활약으로 돌파구 찾는다
지난 50여 년간 한국 제조업을 견인해온 철강산업이 중대 기로에 서 있다. 국내 철강산업은 신흥국 중심의 조강능력 증강 속 글로벌 공급과잉, 해외 수입규제와 국내 불공정 수입재 범람, 탈탄소 경쟁 심화 등으로 침체의 늪에 빠졌다. 올들어서는 중국산 저가 철강재의 대량 유입되는 상황에 미국의 고율 관세 등 대외 악재가 잇따르면서, 국내 철강업계는 존립의 위기에 처했다.

16일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철강제품 수출량은 지난 2013년 2890만t에서 2023년 2734만t으로 10년 간 6.6% 감소했다. 또한 대표기업의 영업이익률도 2010년 10%대에서 2024년에는 3.0%대로 대폭 하락했다. 실제로 현대제철은 지난달 포항2공장을 전면 휴업(셧다운)했고, 최근에는 포항1공장 내 중기사업부 매각을 추진하는 등 경쟁력을 잃은 사업부서도 정리하고 있다. 포스코도 지난 해 7월 포항 제1제강공장에 이어 11월에는 포항제철소 1선재공장을 폐쇄했다.

■철강업 위기…강소기업 역할 재조명

이러한 위기 속에서 철강산업과 관련한 강소기업의 역할이 그 어느 때 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대기업이 전체 산업을 견인하는 구조에서는 위기 시 산업 생태계가 쉽게 붕괴될 수 있다. 반면, 다양한 강소기업들이 각자의 전문성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산업의 뿌리를 튼튼히 받쳐줄 때, 위기 극복의 동력과 산업의 지속가능성이 확보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강소기업들은 각자의 전문성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기술혁신, 환경·사회·지배구조(ESG)경영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국내 철강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생태계 건강성 유지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먼저 포스코엠텍은 포스코그룹사로 철강 포장과 철강 부원료 사업 분야에서 독보적인 전문성과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 특히 포스코엠텍은 108건에 달하는 철강포장기술 특허를 보유 중이다. 철강포장사업 부문은 철강제품 포장서비스 제공을 넘어 철강제품포장용 설비의 설계, 제작 및 설치와 유지보수 등 엔지니어링 영역까지 사업을 확장해 왔으며, 스마트패키지 구축 등 첨단 기술 도입에도 앞장서고 있다. 지난해 6월에는 한국거래소가 선정한 코스닥 글로벌 세그먼트 기업에 선정되기도 하는 등 철강산업 내 건강한 분업 구조를 실현한 모범 사례로 꼽힌다.

조선내화 주식회사는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의 종합내화물 회사다. 내화물은 주로 고온 설비의 내부에 설치되는 벽돌 모양의 소비재로, 설비를 보호하거나, 원료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물질로 제조 과정에 철강제조업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소금 같은 존재다. 조선내화 주식회사는 1947년 설립 이후 1978년 증권거래소에 상장될 만큼 내화물 분야에서 발빠른 성장을 이어온 기업으로 최근에는 연구개발을 전담하는 자회사도 설립해 매출액의 3% 상당을 연구개발비용에 투자하기도 했다.

서울엔지니어링은 대풍구, 냉각반, 랜스노즐 등 제철산업에 필수적인 조업자재를 전 세계로 납품하는 회사다. 1968년 설립돼 풍구 제작 전문 업체로 성장하기 시작한 서울엔지니어링은 1984년 4월 10년 간의 법정관리를 거쳐 결국 회생에 성공했고 올해 기준 전 세계 제철소에 연간 풍구 3500개를 수출하는 풍구 분야 시장점유율 1위 회사로 발돋움했다.

■강소기업 생존 위한 제도적 뒷받침 있어야

삼우에코는 아연도금강판의 도금량을 공기를 이용해 균일하게 제어하는 장치인 에어나이프시스템이 유명한데 포트롤 유니트, 스노우트 등 설비도 제작해 판매하고 있다. 삼우에코는 중소기업이지만 부설기술연구소를 설립·운용해왔으며 현재 126건의 국내 특허를 보유한 기술력 있는 강소기업이다.

다만 최근에는 이들 강소기업들 마저도 자금, 인력, 연구개발 등 여러 측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기 침체와 글로벌 경쟁 심화는 강소기업의 경영 환경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결국 국가 차원의 정책적 지원과 제도적 뒷받침 없이는 이들 기업의 성장은 물론, 철강생태계 자체의 존속도 장담하기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정부와 지자체, 대기업이 함께 나서 강소기업의 기술개발 지원, 금융·세제 혜택, 인력 양성, 공정거래 환경 조성 등 다각적인 지원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padet80@fnnews.com 박신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