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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권하더니 이젠 전세사기범 취급"…폭우속 쏟아진 절규

비아파트 임대인들 용산 시위..“보증은 못들고 대출도 막혀”
전세사기 이후, 달라진 보증보험 기준…비아파트 직격탄
버팀목 대출까지 축소…"서민 주거 선택지 사라져"

[파이낸셜뉴스] "왜 아파트값을 잡는데 청년들이 받는 전세대출 한도까지 줄여서 비아파트 시장의 자금이 빠져나가야 하나요. 아파트와 구분지어 정책을 만들어주길 바랍니다."

17일 오전 10시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 평화의 광장 인근 열린 비아파트 임대인 집회에서 강희창 한국임대인연합회장은 이렇게 말했다. 지난 '6·27대출규제'가 아파트 가격 상승세를 잡기 위한 목적과 달리 연봉 5000만원 이하 청년들이 받는 버팀목 전세대출 한도까지 기존 2억원에서 1억5천만원으로 줄였기 때문이다.

이날 집회는 이번 규제를 비롯해 정부마다 달라지는 정책에 '전세사기범'이라는 오명을 쓴 비아파트 임대인들이 이재명 대통령에게 비아파트 시장에 맞는 정책 수립을 요구하는 서한을 전달하기 위한 취지로 열렸다. 한국임대인연합회, 전국오피스텔협의회, 경기남부임대인연합, 부산착한임대인연합 등의 회원 70여명이 우비와 마스크를 쓰고 참석했다.

비아파트 시장이 가장 크게 타격을 받기 시작한 것은 2022년, 전세사기 사태 이후 HUG(주택도시보증공사)의 보증보험 가입 기준이 강화되면서다. 당시 정부는 세입자 보호를 위해 전세보증보험 한도를 기존 공시가격의 150%에서 126%로 축소했다. 한도가 축소되면서 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대상이 줄었고 전세시장은 위축됐다. 더 문제는 비아파트의 공시가격이 일반적으로 시세에 한참 못 미친다는 데 있다. 아파트와 달리 비아파트의 경우 거래가 적고 건축물의 개별성이 크기 때문에 정확한 시세 파악이 어려워 공시지가 보다 낮은 공시가가 책정되는 일이 잦다.

"정부가 권하더니 이젠 전세사기범 취급"…폭우속 쏟아진 절규
17일 오전 10시 서울 용산구 용산전쟁기념관 평화의 광장 인근에서 한국임대인연합회, 전국오피스텔협의회, 경기남부임대인연합회, 부산착한임대인연합회 등 70여명이 모여 집회를 진행했다. 사진=최가영 기자

실제로 빌라, 다주택, 다세대주택은 아파트에 비해 소득이 적은 청년 등이 거주하는 주거지다. 국토교통부가 5년마다 실시하는 '주거실태조사'의 최근 결과(2023년)를 보면 저소득층 3가구 중 2가구는 단독·연립·다세대 주택(저소득층의 아파트 거주 비율 33.7%)에 거주한다.

집회에 참가한 40대 임대사업자는 "젊은 친구들이 다른 주거형태는 비용이 비싸 선택하는 것이 원룸인데 다중주택, 다가구주택의 경우 보증보험 가입을 아예 못해 월세밖에 못준다"며 1년째 방이 비어있다고 했다. 이어 "이번 6·27대책으로 청년 버팀목대출 기준이 2억에서 1억 5천까지 줄어들면서 전세가 2억원대에 걸려있는 원룸들은 곧바로 역전세행"이라고 덧붙였다.

양진우 전국오피스텔협의회장은 "그동안 우리나라 주택 공급에 나름대로 축을 담당했다고 생각했는데 정부 생각은 그게 아닌 것 같다"며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전세사기범들과 달리 투잡하고 갖고 있던 집, 차 다 팔아서 보증금 돌려주기 위해 노력한 이들인데 최소한 죄인 취급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정부가 권하더니 이젠 전세사기범 취급"…폭우속 쏟아진 절규
17일 오전 10시 서울 용산구 용산전쟁기념관 평화의 광장 인근에서 한국임대인연합회, 전국오피스텔협의회, 경기남부임대인연합회, 부산착한임대인연합회 등 70여명이 모여 집회를 진행했다. 사진=최가영 기자
수원에서 임대사업을 하고 있는 60대 박씨는 "건축비만 15~16억이 들어간 주택, 13가구를 지었는데 공시가격은 12억도 안 되니 5가구만 전세를 줄 수 있는 상황"이라며 "6~7년간 거주하던 한 세입자는 곧 전세 만기인데 더 살고 싶어도 보증보험 한도 때문에 연장이 불가해 서로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특히 전세사기 사태가 벌어지기 전까지 임대사업을 장려하던 정부가 이제는 임대사업자들을 '집값 올리는 주범'이나 '전세사기범'으로 몰고 갔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주택임대사업자 등록을 장려했던 시기는 주로 2017년부터 2020년까지였다. 특히 문재인 정부 초기 다주택자의 임대사업자 등록을 유도하며 양도소득세, 종합부동산세 감면 등 혜택을 제공한 결과, 2019년에는 약 50만명 이상이 임대사업자 등록을 했다.

강희창 한국임대인연합회장은 "우리는 주택 임대 사업자를 나라가 권장해서 한 것"이라며 "청년이나 서민의 주거에 우리가 어느 정도 기여한다는 생각으로 좋은 일도 하면서 돈도 벌 수 있으니까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going@fnnews.com 최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