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 조난신호장비 개발 ‘씨뱅크’ 정선진 대표
20km 떨어진 거리까지 통신
물에 빠지면 즉각 구조신호 보내
위치 오차 10m로 줄여 정확성↑
해상풍력발전 현장에도 납품
정선진 씨뱅크 대표가 구명조끼에 부착한 스마트 조난알리미 제품을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변옥환 기자
씨뱅크가 지난 2021년 시장에 처음 선보인 '스마트 조난알리미' 씨뱅크 제공
최근 해상풍력발전사업이 활성화되면서 해양 작업자들의 안전사고 위험도 커지고 있다.
이에 해상 실종사고를 예방하고, 조난현장 구조를 돕는 '해양조난알리미'가 주목받고 있다.
20일 해양조난알리미를 개발한 해양 테크기업 '씨뱅크'가 있는 부산 영도를 찾아 정선진 대표 이야기를 들어봤다.
씨뱅크는 양식업자들을 위한 종합 기술 솔루션 개발기업으로 사고 등으로 망망대해에 표류하더라도 구조 신호가 신속히 터지는 스마트 조난알리미를 개발했다.
■5년 시행착오 끝에 조난신호장비 개발
이 회사 정선진 대표는 굴과 가리비를 양식하는 패류 양식업자였다. 이후 오랜 양식 경험을 바탕으로 국립수산과학원 남동해연구소 객원연구원으로 일할 기회를 얻었다. 그는 양식업 발전을 위해 해양환경 데이터 수집과 해양 안전 폐쇄회로(CC)TV 도입 등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곳에서 사고가 났다. 가족이 운영하는 양식장에서 오랜 기간 일한 직원 A씨가 갑자기 사라진 것이다. 해양 CCTV 기록을 뒤져도 그의 동선이 전혀 잡히지 않았다. 결국 6개월 수색 끝에 바다에 떠오른 유해를 찾았다.
정 대표는 "굉장히 충격적이었다. CCTV도 달아놓은 데다 베테랑 직원이라 구명조끼도 늘 입고 있었다"며 "사람들과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작업하다 아무도 모르게 바다에 빠졌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저 또한 왜 더 철저히 준비하지 못했을까 하는 후회를 많이 했다"고 당시 심정을 전했다.
이 사고가 그의 해양 안전기기 개발 의지에 불을 지폈다. 그가 살펴본 해양 안전 장비 중 위치추적기는 정작 바다 한 가운데에서 신호를 못 잡고 다른 추적기는 엉뚱한 위치를 짚는 등 문제가 많았다.
정 대표는 사람이 물에 빠졌을 때 즉시 경고 알림을 주고 실시간으로 위치를 업데이트 해 알려주는 장비만 있다면 바다에 표류하더라도 쉽게 구조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당시 국내 장비들은 모두 그만한 기술력을 갖추지 못했다. 이에 그가 직접 기기 개발에 나선 것이다.
바다 추락사고때 방수도 되고 위치 오차도 거의 없으며 어디서든 신호가 터지는 데다 조작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신호를 전달하는 기기를 개발하고자 씨뱅크는 5년간 시행착오를 거쳤다. 그 결과 20㎞ 통신 거리와 10m 위치 오차, 최소 12시간 넘게 작동하는 소형 개인용 조난신호장비를 개발, 상용화하는 데 성공했다.
■해외 안전장비보다 효율성 높여
이 스마트 조난알리미는 '오작동'이 없는 것이 핵심이라고 정 대표는 강조했다. 그 외 안전장비들은 수분감지센서, 자이로센서, 수동 작동 등의 매커니즘 때문에 작업 중 넘어지거나 물만 튀어도 작동하게 돼 오신고가 발생하는 사례들이 많아 구조 연계에 걸림이 됐다.
유사한 해외장비들도 많지만 교신의 한계로 선박 자동 식별장치(AIS) 장비가 실린 배가 있어야만 조난 신호가 보내지며, 이는 악천후때 신호가 약해져 정확한 위치 파악이 힘들다는 단점이 있다.
그러나 스마트 조난알리미는 KT의 허가를 받아 LTE 신호 체계를 적용, 육상에서 20㎞까지 통신이 되며 실시간 위치 파악 또한 여타 제품보다 더 효과적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정 대표는 "최근 국내에 해상풍력 발전사업이 활성화하며 인천과 전남 등 지역 건설사 및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조난알리미 구매 신청이 들어오고 있다. 지난달에는 대기업 계열사인 LS마린솔루션과 계약을 체결해 해상풍력발전 개발사업 현장에 물품을 납품했다"며 "특히 서해의 경우 조수간만의 차가 동해·남해보다 크고 물살이 거세 이 같은 안전장비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바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중대재해를 예방하는 데 조난알리미가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국내 양식산업 발전 밑바탕 주역 희망
씨뱅크의 주력 제품은 조난알리미이지만 출발점과 기업 정체성은 모두 양식사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안전장비 뿐 아니라 이전에 패류 양식 경험을 바탕으로 육상 치패 양식 시스템 'FLUPSY'를 개발해 일선 양식업장에 보급 중이다. 환경 변화와 오염물에 예민한 치패(새끼 조개)들의 폐사를 방지하기 위해 개발한 시스템으로, 육상의 인공수조와 필터가 달린 호스를 배치해 해수의 자동 순환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그는 "잦아진 태풍과 이상기후 등으로 조업 나간 어부와 양식업자 등은 바다에서 더 위험한 상황을 감수해야 한다. 조난알리미의 소프트웨어를 계속 업데이트하고 현장에 지속 보급해 바다에서의 익사 사고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것이 우리의 단기 목표"라며 "또 최근 개발을 마친 '태양광(ESS) 차세대 에너지 자립형 해상양식 작업선'을 상용화해 에너지 효율도 높이고 친환경적인 어선을 더 많이 보급하고 싶다.
수산업의 첨단화와 친환경화를 선도하는 기업으로 자리할 것"이라며 포부를 전했다.
씨뱅크의 조난알리미 제품 개발하는 과정에서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부산본부 등 기관들의 도움도 커 고마운 마음을 간직하고 있었다.
특구에서 진행하는 '연구개발 지원사업'을 통해 조난알리미 제품 개발을 이어갈 수 있었고, 개발 이후에도 마케팅부터 특허 등록 지원까지 후속지원을 통해 이 제품을 선보일 수 있었다고 정 대표는 전했다.
lich0929@fnnews.com 변옥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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