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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관세 '반사이익' SK하이닉스, 역대 최대 실적 썼다

미국 관세 부과 전 선구매 효과
D램, 낸드플래시 출하량 급증
"하반기도 AI 수요로 수급 유지"
투자 확대, 양산으로 경쟁력 확보

美 관세 '반사이익' SK하이닉스, 역대 최대 실적 썼다
24일 경기도 이천시 SK하이닉스 본사 모습. 연합뉴스
SK하이닉스 분기별 매출, 영업이익 추이
(단위:억원)
시기 매출 영업이익
2024년 2·4분기 164233 54685
3·4분기 175731 70300
4·4분기 197670 80828
2025년 1·4분기 176391 74405
2·4분기 222320 92129
(출처: SK하이닉스)
[파이낸셜뉴스] 미국 관세 부과로 영업이익이 대폭 줄어든 현대차와 달리 SK하이닉스는 오히려 '풀인'(선구매) 효과 등에 힘입어 사상 최대 실적을 썼다. SK하이닉스는 하반기 관세 정책에 따라 제품 수요가 일부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판단하면서도, 인공지능(AI) 서버에 쓰이는 고대역폭메모리(HBM)와 낸드플래시 시장 수급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회사는 남은 기간 HBM 생산 장비 투자를 더욱 확대하고, 청주 M15X를 통해 차세대 HBM을 생산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SK하이닉스는 24일 올해 2·4분기 영업이익이 9조212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8.5% 늘었다고 공시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35% 증가한 22조2320억원이다. 기존 최고 기록이던 지난해 4·4분기를 넘는 분기 실적이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AI에 적극 투자하면서 AI용 메모리 수요가 꾸준히 늘었고, D램과 낸드플래시가 모두 예상을 웃도는 출하량을 기록,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는 게 SK하이닉스 설명이다.

특히 미국 관세 부과 직전 고객사들이 제품 재고를 쌓아두려는 움직임이 큰 영향을 미쳤다.

김규현 SK하이닉스 D램 마케팅 담당은 "고객들은 올해 상반기 재고 수준을 보수적으로 가져가려고 했지만, 관세 정책 관련 불확실성이 높아지며 적정 재고 수준을 확보하는 전략으로 방향을 전환했다"며 "2·4분기 제품 출하량 증가 수준이 당초 가이던스를 크게 상회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올해 2·4분기 D램 매출 비중은 전체의 77%로 지난해 같은 기간 66% 보다 11%p 늘었다.

낸드플래시도 관세 효과를 톡톡히 봤다. 김석 낸드플래시 마케팅 담당은 "지난 분기 실적발표에서 2·4분기 낸드 출하량 증가 가이던스를 20% 이상으로 제시했지만, 하이퍼스케일 기업(대규모 데이터센터 인프라를 활용해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처리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들의 AI 투자 확대로 인한 기업용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eSSD) 수요가 증가했다"며 "관세 영향에 따른 단품 중심 풀인 수요가 더해졌다"고 전했다. SK하이닉스의 이번 분기 낸드플래시 출하량은 직전분기 대비 70% 이상 증가했다.

SK하이닉스는 하반기에도 두 제품의 시장 수급이 유지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규현 담당은 "하반기 수요 둔화 우려가 상존하고 있지만, 시스템 빌드도 증가해 고객들의 재고 수준이 크게 우려될 만큼 높아지지 않았다"며 "메모리 공급사들의 재고도 상당히 줄어들어 앞으로는 생산 증가에 기인한 공급 증가만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투자비 확대를 통해 HBM 생산 장비를 구매하고 청주 M15X 가동 등을 통해 향후 견조한 수요를 이어가겠다는 전략이다.

송현종 SK하이닉스 코퍼레이트 센터 사장은 "M15X는 올해 4·4분기 오픈, 내년 본격적으로 양산에 기여할 것"이라며 "점진적으로 차세대 HBM 관련 생산능력을 늘려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kjh0109@fnnews.com 권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