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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욱 동북아 안보 리뷰] 전작권 전환은 시기상조

北 감시에 천문학적 비용
한미연합작전 태세 이완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도

[남성욱 동북아 안보 리뷰] 전작권 전환은 시기상조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폭탄과 방위비 인상 압박이 본격화됐다. 협상이 접점을 못 찾으며 한미 간에 각종 쟁점 현안이 돌발적으로 부상했다. 위성락 안보실장은 미국 방문 결과를 설명하면서 대통령실이 미국과의 관세협상 시 전시작전권 환수를 협상 카드로 검토하는 것과 관련, "국방비를 포함해 논의 대상 중 하나"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의 9배인 100억달러의 한국 방위비 인상을 언급했다. 상호관세 25%에다 방위비 100억달러 등으로 한국과의 무역적자를 보전하겠다는 의도다. 위 실장의 발언은 미국의 요구를 전면 거부하기는 어려운 만큼 주고받기를 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한국 요구사항 중 하나로 전시작전권의 전환을 끄집어냈다. 평시엔 우리 군이 갖고 있지만 전쟁이 일어나면 연합사, 미군으로 넘어가는 작전권을 우리 군이 환수해 오겠다는 입장이다.

전작권 전환 문제는 군사주권이라는 감정적 표현이 사용되지만 군사적으로 복잡한 전문적 사안이다. 전작권 환수는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다. 2006년부터 추진돼 왔지만 역대 정부에서 독자적인 작전 수행요건이 완성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미뤄져 왔다.

전작권 전환이 세력전이(power transition)와 각자도생의 국제정치 현실에서 신중해야 할 이유는 다음과 같다. 우선, 엄청난 비용 부담 증가다. 우리 군이 북한군의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첨단장비 운용이 필수적이다. 지금까지 미군이 담당했던 감시기능은 고스란히 우리 부담이 된다. 전작권을 운용하는 당사자가 지불해야 할 비용은 다양하다. 북한을 24시간 들여다보는 정지궤도 인공위성 비용, 통신 감청비용, 기타 군사 동향 및 전략자산 운용비용 등이 포함된다. 21조원에 이른다는 천문학적인 규모의 추계도 있다. 일부 진보 진영에서는 같은 민족이며 주적이 아닌 북한군의 동향을 파악할 필요가 없다는 이상주의적 성향을 주장하지만 6·25 남침 역사를 망각한 비현실적인 판단이다.

다음은 전작권 전환으로 한미연합작전 태세가 상당부분 이완될 수 있다. 역대 정부는 전작권 환수를 위해서는 특정 시기보다는 '조건 충족 여부'가 불가피하다고 인식했다. 정부가 여건이 충족되었다고 평가하는 것은 감정적 판단에 근거하며 시기상조다. 지금은 전작권 전환보다는 중대한 관세와 방위비 분담금 인상 협상 및 주한미군의 역할 등 긴급현안에 집중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관련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면서 주한미군의 역할에 변화가 있다. 엘브리지 콜비 미 국방차관은 전작권을 한국군에 넘기고, 주한미군은 중국 견제에 집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미국의 전략적 유연성을 전작권 환수의 계기로 삼는 것은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과 함께 한미동맹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무리한 발상이다. 북·러 군사동맹이 강화되고 북핵이 고도화되는 상황을 경시하지 말아야 한다.

방위비 인상과 관세협상에 대한 반대급부는 핵 잠재력(latency) 구현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한미 원자력협정을 미일 원자력협정 수준으로 개정해야 한다. 미국은 2015년 한미 원자력협정을 개정해 한국이 사용후핵연료를 부분적으로 재처리해 일부 연구활동을 수행할 수 있게 했다. 그러나 재처리는 플루토늄 회수가 불가한 해외 위탁 처리와 핵무기 전용이 어려운 건식 재처리 연구를 허용하는 수준에 그쳤다. 우라늄 농축도 20% 미만 저농축으로 제한됐다. 미일 양국은 1988년 미일 원자력협정을 개정했다. 일본은 재처리시설과 플루토늄 원료를 확보해 언제든지 핵무장에 나설 수 있다.

위 실장은 정치적 파장으로 전작권 전환에 대해 "장기적 현안으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한발 물러섰으나 국방장관 후보자가 임기 내 환수를 언급하는 등 우왕좌왕이다.
전작권 전환은 한국이 독자적인 정보능력을 갖출 때까지 서두르지 말아야 하며, 미국이 먼저 제기해야 할 사안이다. 한미 간에는 이보다 시급한 일이 산적해 있다. 현안은 이성적으로 국익에 부합하게 추진하는 것이 국익 중심의 실용정부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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