팁스(TIPS) 선정기업도 예외없어
투자 유치 스타트업 '잇단 퇴장'
창업 3년 미만 스타트업 폐업 속출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24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뉴스1 제공
| 투자 유치 이력이 있는 한국 스타트업 및 중소기업 폐업 건수 |
| (건) |
| 연도 |
폐업 신고 |
| 2022년 |
101건 |
| 2023년 |
152건 |
| 2024년 |
191건 |
| 2025년(7월 기준) |
88건 |
|
| (더브이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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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명품 플랫폼 '디코드'를 운영하며 누적 235억원의 투자를 유치한 스타트업 엔코드가 올해 3월 폐업을 신고했다. 유안타인베스트먼트, 신한벤처투자, 에스브이인베스트먼트 등 주요 투자자로부터 수백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던 유망 기업이었지만, 글로벌 명품 불황과 수익성 악화로 결국 문을 닫았다.
'머트발'로 불리는 3대 명품 플랫폼 머스트잇, 트렌비, 발란도 2023년도와 대동소이한 규모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중 발란의 경우 엔코드가 폐업을 신고한 것과 같은 달인 지난 3월,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스타트업 폐업 신고가 매년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는 만큼 단기 성과 중심의 벤처 생태계 재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7월까지 88곳 폐업…올해 역대 최다 가능성도
29일 벤처투자 플랫폼 더브이씨에 따르면 폐업을 신고한 스타트업 및 중소기업은 매년 증가세다. 2022년 101건, 2023년 152건, 2024년 191건으로 급증했으며, 올해 들어서 7월까지 88건이 발생했다. 투자 유치 이력이 있는 스타트업의 붕괴가 가속화되고 있는 셈이다.
폐업 사례는 초기 단계 스타트업에 집중됐다. 올해 폐업 기업 중 92%가 시드~시리즈A 단계의 초기 투자 유치 기업이었다. 이 중 69%는 업력 3년 이하였다. 중기(시리즈B~C)는 8%, 후기(시리즈 D 이상)는 1%에 불과했다.
업종별로는 바이오·의료·헬스케어가 9건으로 가장 많았다. 알타머 기반 RNA 신약개발사 '바이오이즈', 정밀진단 기술 스타트업 '싸이토딕스' 등 누적 수십억원의 투자를 받은 기업들이 줄줄이 무너졌다.
게임과 교육 분야가 각각 8건으로 뒤를 이었다. 게임 업계에선 '매드월드'를 개발한 잔다소프트, 인도네시아 대표 게임사 살림그룹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한 모바일 RPG 게임 개발사 '엔퓨전' 등이 폐업을 신고했다. 누적 투자 55억원을 받은 기업들이다.
에듀테크 기업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AIDT) 무산 가능성과 정부 규제 불확실성이 커지며 '루이다글로벌', '플레이탱고' 등 8개 기업이 사업을 접었다. 루이다글로벌은 4월, 플레이탱고는 확장현실(XR) 기반 교육 서비스 중단 이후 폐업했다.
폐업 기업 중에는 일정 수준 이상의 성과를 인정받았던 팁스(TIPS) 선정 기업도 다수 포함됐다. 올해 상반기 폐업을 신고한 팁스 출신 기업은 23개로, 전체의 26.1%에 달했다. 이는 2022년 16%(16개), 2023년 17%(21개), 2024년 20%(38개)에 비해 뚜렷한 증가세다.
대표 사례로는 자율주행 기술 스타트업 '스프링클라우드'가 있다. 정부 연구개발(R&D) 자금 100억원 가량을 수주한 바 있지만 시장 출혈 경쟁에 시달리다 지난해 폐업했다. 누적 214억원 이상 투자를 받은 '보라스카이', '드랍', '와이아웃' 등도 문을 닫았다.
단기 성과 중심 한계…정책 지원 절실
특히 폐업한 스타트업 10곳 중 7곳 가량이 업력 3년 이하라는 점에서 단기 성과 중심의 벤처투자 생태계 재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벤처투자(VC) 업계 관계자는 "높은 밸류에이션에 조기 투자를 받은 기업들이 수익성 확보에 실패하면서 대규모 손실로 이어지고 있다"며 "일시적 자금난이 아니라 구조적 생존 위기 신호로 해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벤처 생태계에 대한 정책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24일 취임한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올해는 벤처 30년, 모태펀드 20년을 맞이하는 뜻깊은 해”라며 “AI 등 신기술에 도전하는 4세대 벤처기업가들이 국가 혁신의 주축이 될 수 있도록 생태계를 정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벤처 4대 강국 도약 종합대책을 수립하고, 연기금 등 민간 자금의 벤처투자 시장 참여 확대, 모태펀드 존속기간 연장 등을 통해 국내 벤처투자 기반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jimnn@fnnews.com 신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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