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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살아남는 결말 그린 '전독시' 한국 영화의 희망되길"

원동연 제작자 인터뷰
K블록버스터 '전지적 독자 시점'
스크린에 담기엔 방대한 스토리
영화적 각색은 피할 수 없는 도전
신과함께 VFX팀과 다시 손잡고
러닝타임 90%, 시각효과로 채워
안효섭·이민호 등 화려한 캐스팅
해외 개봉 잇따라 글로벌 흥행 조짐

"함께 살아남는 결말 그린 '전독시' 한국 영화의 희망되길"
주인공 김독자(안효섭)가 동료들과 생존 게임을 벌이는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의 한 장면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미녀는 괴로워'(2006), '광해, 왕이 된 남자'(2012), '신과 함께' 시리즈(2017~2018) 등 무려 세 편의 천만 영화를 내놓은 원동연 리얼라이즈픽쳐스 대표(사진)가 또 한 번 야심찬 도전에 나섰다.

그가 선택한 프로젝트는 글로벌 누적 조회수 3억뷰를 돌파한 동명 웹소설 원작 판타지 액션 블록버스터 '전지적 독자 시점'이다.

제작비만 300억원에 달하는 이 영화는 기획부터 완성까지 꼬박 5년이 걸린 대작이다. 그러나 원 대표는 요즘 속이 바짝 탄다.

그는 "5~6년 전 기획할 당시만 해도 여름 블록버스터가 극장가를 주도했다. '신과 함께2'의 경우 개봉 5일 만에 600만명을 모았다.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산업적인 혁신의 필요성을 느낄 정도로 어렵다"고 짚었다.

실제로 올해 가장 흥행한 한국영화 '야당'이 338만명, '미션 임파서블8'이 339만명을 모으는데 그칠 정도로, 영화산업은 어려움에 처해 있다.

■원작팬 쓴소리...실관람객평이 더 좋아

소설 '멸망한 세상에서 살아남는 세 가지 방법'이 현실이 되는 '전독시'는 본편만 551화. 외전까지 포함하면 3000화를 넘는 방대한 원작의 초반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각색했다. 웹툰 연재 전이라 콘셉트 아트와 크리처 디자인은 아예 새롭게 했다. 개봉 직후 '신과 함께' 개봉 당시처럼 원작 팬의 쓴소리가 직격탄처럼 쏟아졌다. 반면 일반 관객들은 "재미있고 신선하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그 결과 포털사이트 기준 네티즌 평점보다 실관람객 평점이 높다.

원 대표는 "'전독시'는 '신과 함께'보다 분량이 열 배는 더 길다"며 "관객을 2시간 안에 설득하려면 각색은 필연적"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영화는 '파트 1'이라 생각하고, 세계관과 캐릭터를 설명하면서도 한 편의 이야기로서 완결성을 갖추는 데 집중했다."

그가 '전독시'에 매력을 느낀 이유는 두 가지다. 국내엔 성자물이나 회귀물 같은 판타지 블록버스터 자체가 없다는 게 끌렸다. 주인공 '김독자'가 이야기 속에 들어가 결말을 바꾼다는 설정도 신선하게 다가왔다.

그는 "기존 이야기를 소비하는 존재에서 벗어나, 스스로 결말을 만드는 주체가 되는 구조가 참 매력적이었다"며 "누가 먼저 영화화할까 봐 조바심이 날 정도였다"고 덧붙였다.

기술적으로 가능할지 여부가 관건이었다. 그는 "'신과 함께'의 정성진 엠83 대표에게 가능하겠냐고 물었더니, 피와 뼈를 갈아 넣겠다고 하더라"며 새로운 장르에 도전하는 제작진의 열정을 언급했다.

"함께 살아남는 결말 그린 '전독시' 한국 영화의 희망되길"
'전지적 독자 시점' '케미 비하인드 스틸'. 롯데엔터테인먼트

"함께 살아남는 결말 그린 '전독시' 한국 영화의 희망되길"
'전지적 독자 시점' '케미 비하인드 스틸'. 롯데엔터테인먼트

"함께 살아남는 결말 그린 '전독시' 한국 영화의 희망되길"
'전지적 독자 시점' '케미 비하인드 스틸'. 롯데엔터테인먼트

"함께 살아남는 결말 그린 '전독시' 한국 영화의 희망되길"
'전지적 독자 시점' '케미 비하인드 스틸'. 롯데엔터테인먼트

'전독시'는 총 러닝타임 117분 중 약 90%인 1300여 컷이 시각효과(VFX)로 구성됐다. 게임 형식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이면서 기술적 실험에 나섰다. 코인을 모아 무기를 사고, 괴물과 싸우는 액션 장면은 실제 인물이 게임 속에서 움직이는 듯한 색다른 체험을 선사한다. 그러나 배경은 지하철 3호선 라인이라는 친숙한 공간이라 현실감도 놓치지 않는다.

'전독시'는 새로운 시도에 걸맞게 캐스팅도 젊다. 원 대표는 "보통 이런 대작은 4050세대 톱스타를 캐스팅하지만, 이번엔 2030 중심으로 가되, 글로벌 인지도를 고려했다"고 말했다.

드라마로 입지를 다진 안효섭, 아시아 전역에 팬을 보유한 이민호, 그리고 블랙핑크 지수가 대표적이다. 해외 매출이 따라주면 국내에서 600만명 가량 들어야 하는 손익분기점도 낮아진다.

실제로 영화는 대만에서 '파묘'를 뛰어넘는 오프닝을 기록하며 순조로운 출발을 알렸고, 북미와 아시아 여러 지역에서도 개봉을 앞뒀다. 28일부터 2박3일간 진행되는 싱가포르 프로모션에는 안효섭, 이민호가 직접 참여한다.

■CG 퀄리티 아쉬워… 제작비 한계

원 대표는 "'전독시'는 철저히 오락 영화"라며 "원작의 만능키인 김독자가 시나리오(미션)를 클리어하는 쾌감보다는 동료들과 함께 살아남는 결말을 쓰겠다는 연대와 위로의 메시지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그 감정이 영화에 깔려 있지만, 무엇보다 새로운 시각 효과와 장르적 시도가 관객에게 새로움을 줄 수 있길 바랐다는 것이다.

게임 기업 스마일게이트의 첫 영화 투자·제작작이다. 결과물에 대한 반응을 묻자 원 대표는 "CG의 퀄리티에 다소 아쉬움을 표했다"고 답했다. 이어 "게임업계에선 1000억원 이상 제작비를 투입하는 게 드물지 않다. 반면 한국영화 수익 구조로는 글로벌 수준의 퀄리티를 맞추기 위한 제작비를 감당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최근 할리우드의 기술 총집합이라 불리는 '아바타3-재와 벌'의 일부 장면이 언론에 공개됐다. 제작비는 한화로 약 3447억원. '전독시'의 약 11.5배다.

원 대표는 "관객은 전 세계 콘텐츠를 같은 눈높이에서 본다. 한국 영화라고 '한 수 접고' 보지 않는다. 한국 블록버스터의 글로벌 진출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정말 불리한 게임이다.
이 격차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앞으로의 과제"라고 말했다.

영화계 선후배들이 개봉을 앞둔 그에게 "형이 국가대표"라며 응원을 보낸 것은 단지 영화 한 편의 성공을 바라는 게 아닐 것이다. 극중 김독자 일행이 괴물과 맞서는 마지막 역이 충무로역인 것도 마찬가지. 김독자가 혼자가 아닌 여럿이 살아남는 희망을 꿈꾸듯, 원 대표 역시 한국영화 위기 속에서 희망을 꿈꾼다.

"함께 살아남는 결말 그린 '전독시' 한국 영화의 희망되길"
'전지적 독자 시점'을 공동 제작한 원동연 대표.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