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헌 광운대 경영학부 교수
5극 3특 균형성장 전략은 인공지능(AI) 전환과 더불어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핵심적인 경제성장 전략이다. 수도권에 버금가는 초광역 단위의 성장거점을 부울경, 대구경북, 광주전남, 충청권 네 곳에 조성하고 강원, 전북, 제주 특별자치도의 차별화된 경쟁력도 끌어올리겠다는 것이 5극 3특 전략이다. 수도권 1극 체제로는 1%대로 주저앉은 잠재성장률을 3% 이상으로 끌어올릴 수 없다는 문제의식에서 내놓은 정책이다. 서울의 합계출산율이 전국에서 최저임을 고려하면 옳은 진단이다.
지역 균형발전 정책은 2004년 노무현 정부에서 시작되었다. 경제활동인구와 산업체의 수도권 쏠림을 완화하기 위해 중앙행정부처와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과 더불어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의 공장 설립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었다. 수도권에 대한 진입규제와 더불어 지방 산업체에 대한 연구개발(R&D) 지원과 세제 혜택을 확대하는 균형발전 정책은 이후 보수와 진보 정부 간에 강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지속해서 추진되었다.
하지만 그간의 정책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인구와 경제력의 수도권 집중은 완화되지 않았다. 전체 취업자 중 수도권 취업자 비중은 2000년 46.5%에서 2023년 51.6%로 늘었으며, 같은 시기 총부가가치 생산에서 수도권 비중은 48.2%에서 52.0%로 증가하였다. 첨단 신산업 활동의 수도권 집중은 더욱 심한데, 중소벤처기업부 통계에 의하면 최근 10년간(2013~2023년)의 벤처투자에서 수도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80%를 넘는다. 젊은이들이 일하는 스타트업과 벤처기업을 지방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다. 또한 청년층 인구의 수도권 유입이 지속되면서 지방 소재 기업의 구인난도 심화하고 있기에 기업들도 덩달아 수도권으로 몰려들고 있다.
기존의 균형발전 정책은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중앙정부가 여러 사업을 기획하여 공모하고, 지방자치단체는 경쟁을 통해 지역 발전에 필요한 사업예산을 확보하도록 진행되었다. 이 상황에서 지역 발전에 투입할 자체 예산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자치단체로서는 중앙정부가 지원하는 사업의 내용이 지역경제 여건상 필요한가를 따질 겨를 없이 유치경쟁에 뛰어들게 된다. 이 과정에서 여러 지역에 유사한 사업들이 뿌려주기 식으로 지원되었고, 사업 추진 과정이나 그 성과에 대한 관리와 책임의 주체는 모호해졌다. 그 결과 동일한 기능을 하는 R&D센터나 혁신클러스터가 소규모로 전국에 산재하게 되어 경쟁력을 갖지 못하게 되었다.
5극 3특 성장전략이 기존 정책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추진 과정에서 다음 두 가지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 첫째, 5대 초광역권과 3개 특별지방자치단체별로 특화된 분야에 혁신과 성장의 자원이 집중되도록 지원해야 한다. 권역별 성장거점에 특정 분야의 인재, 기업, 자금 등 자원을 임계 규모 이상으로 집중하여 규모의 경제와 집적효과가 발현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물론 특정 권역 내에서 성장거점이 한곳에 집중되게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권역 내에서 A시는 연구와 교육의 거점으로, B시는 문화의 거점으로, C시는 제조업과 일자리의 거점으로 기능하도록 발전시킬 수 있다. 다만 중요한 것은 각각의 거점이 수도권과 대등한 경쟁력을 갖도록 하는 것이다.
둘째, 권역별로 무슨 산업을 육성할 것이며, 그에 따라 무엇을 지원할 것인가는 지원을 담당하는 중앙부처와 해당 권역의 지자체, 대학 및 기업과 긴밀한 협의를 통해 점진적으로 결정해야 한다. 특히 권역별로 차별적 경쟁력을 갖는 산업은 정부에 의해 선정되고 육성되는 것이 아니라 해당 권역에서 활동하는 혁신주체의 노력으로 발현된다는 관점을 견지할 필요가 있다. 당면한 AI 데이터센터나 휴머노이드 로봇 연구단의 입지 결정 시 이러한 협력적 의사결정이 중요하다.
이병헌 광운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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