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디오 모팩의 ‘킹 오브 킹스’ 애니메이션 이미지
K-애니메이션이 실사에 가까운 연출과 리얼타임 제작기법을 결합하며 산업 전반의 패러다임 전환을 이끌고 있다. 감성적 완성도와 기술적 혁신을 동시에 추구하는 흐름 속에서, 국내 애니메이션은 더 이상 특정 연령층에 한정된 콘텐츠가 아닌 전 세대를 아우르는 종합 영상 콘텐츠로 진화하고 있다.
K-애니메이션이 기술적 진화를 바탕으로 새로운 전환기를 맞고 있다. 최근 개봉한 오컬트 블록버스터 애니메이션 ‘퇴마록’은 개봉 6주 만에 50만 명의 관객을 돌파했고, 풀 3D 애니메이션 ‘미스터 로봇’은 개봉 이틀 만에 1만 명 이상을 끌어모으며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7월 개봉한 ‘킹 오브 킹스’는 개봉 12일 만에 누적 관객 70만 명을 넘기며 박스오피스 상위권에 진입했고, 북미 시장에서도 약 5,700만 달러의 수익을 올리며 한국 콘텐츠의 새로운 가능성을 입증했다.
이 같은 흐름에는 실사 영화 못지않은 연출력과 리얼타임 기반 제작 기법이 자리하고 있다. 언리얼 엔진과 같은 게임 기반 기술이 영상 콘텐츠 제작에 본격 도입되면서, 애니메이션 제작 방식에도 근본적인 변화가 일고 있다.
기존 애니메이션은 모델링, 조명, 애니메이팅 등의 후 렌더링 기반 제작 방식을 따랐지만, 리얼타임 제작 기법은 실시간 렌더링을 통해 결과물을 즉시 확인하고 수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창작 효율성과 유연성을 크게 높였다. 반복 작업이 줄고, 피드백 및 의사결정이 빠르게 이뤄지는 제작 환경이 가능해진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킹 오브 킹스’다. 이 작품은 언리얼 엔진의 버추얼 프로덕션 기술을 활용해 애니메이션임에도 영화 촬영과 유사한 방식으로 작업이 이뤄졌다. 배우들의 퍼포먼스를 실시간으로 캡처하고, 가상의 세트와 조명·카메라를 자유롭게 조정하면서 디렉터는 즉각적인 피드백을 통해 고품질 결과물을 확보할 수 있었다.
리얼타임 기술을 통한 실시간 렌더링 이미지
‘미스터 로봇’ 역시 리얼타임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섬세한 표정 변화와 조명 연출 등을 실시간으로 조정하며, 사실감과 몰입도를 끌어올렸다. 실사 영화에서 사용하는 카메라 워킹 기법까지 도입돼 애니메이션의 영화적 품질을 극대화한 사례로 평가된다.
이러한 기술적 변화는 단순히 효율 향상에 그치지 않는다. 콘텐츠 제작의 표준을 새롭게 정의하고, 창작자들이 반복적인 기술적 제약에서 벗어나 창의적 시도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다. 특히 리얼타임 기술은 연령층을 초월한 감정 표현과 서사 구조 설계에 유리해, 다양한 타깃을 아우르는 작품 제작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해외 주요 제작사들도 이 같은 흐름에 주목하고 있다. 디즈니TV애니메이션은 2D 감성과 3D 기술을 결합한 신작을 제작하고 있으며, 소니 픽처스 이미지웍스는 넷플릭스 시리즈 ‘러브, 데스 + 로봇’의 일부 에피소드를 리얼타임 방식으로 4개월 만에 완성한 바 있다. 웨타 FX는 단편 ‘War is Over!’로 언리얼 엔진 기반 애니메이션 최초로 아카데미상을 수상하며 기술적 혁신과 예술적 완성도를 동시에 입증했다.
국내에서도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유미의 세포들’, ‘미니특공대’, ‘아머드 사우루스’, ‘극장판 윌벤져스’ 등 다양한 작품이 리얼타임 기술을 활용해 제작됐으며, 제작 속도와 품질 모두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도출하고 있다.
정부 또한 애니메이션 산업 진흥에 약 1,5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예고하며 K-애니메이션의 경쟁력 강화를 지원하고 있다.
이와 같은 기술 기반 변화는 단순한 유행에 그치지 않고, 향후 K-콘텐츠 산업 전반의 경쟁력 향상에도 직결될 것으로 보인다. 애니메이션이 실사영화 못지않은 몰입도와 완성도를 갖추며 한류 콘텐츠의 또 다른 중심축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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