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숏폼 드라마 IP산업 및 AI 콘텐츠 산업 전략' 주제로 강연
와이낫미디어 이민석 대표
[파이낸셜뉴스] 와이낫미디어의 이민석 대표가 오는 9월 17일 서울 강남구 조선팰리스더그레이트홀에서 열리는 ‘제12회 대한민국 문화콘텐츠포럼’ 연단에 선다.
파이낸셜뉴스가 주최하는 이번 포럼은 '숏폼 시대, K콘텐츠 혁신 전략'을 주제로 숏폼이라는 압축된 콘텐츠 형식이 한국 콘텐츠사업의 미래를 어떻게 바꿀지, 콘텐츠 산업 변화와 미래 가능성을 심도 깊게 조망할 예정이다. 이 대표뿐 아니라 틱톡코리아의 매티 린 매니저와 글로벌 히트작 ‘안녕, 오빠들’을 제작한 뉴유니버스 정호영 대표, 숏폼 마케팅 전략을 주도하는 순이엔티 박창우 대표가 함께한다.
이 대표는 이날 ‘숏폼 드라마 IP 산업 및 AI 콘텐츠 산업 전략’을 주제로 숏폼 드라마의 산업적 가치와 AI 기술이 열어갈 새로운 콘텐츠 생태계에 대해 강연한다. 그는 "숏폼은 이제 일상이 됐다"며 "숏폼 드라마가 현재 K드라마 시장을 대체하긴 어렵지만, 새로운 사업 모델을 발굴하거나 어려움에 빠진 광고 사업 모델을 부흥시키는 모델로 적용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 숏폼 드라마가 콘텐츠 산업의 지형도를 어떻게 바꿀 것이라고 보나요?
△ 숏폼 드라마의 흐름은 중국 대륙 내 성장과 대륙 외 성장, 이렇게 두 축으로 나눠서 보면 좋습니다. 중국 내에서는 국가라디오텔레비전총국(광전총국)의 규제 여파도 있었지만, 기존의 자극적인 막장물에서 벗어나 다양한 장르 실험이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수익 모델도 단건 결제에만 머물지 않고, 멤버십(구독형), 브랜디드(광고형), 커머스 연계 등으로 다변화되고 있죠. 플랫폼은 중국판 틱톡 더우인과 중국의 대표적인 숏폼·라이브 방송 플랫폼 콰이서우가 주도하고 있으며, 중국 최대 드라마 제작사 화쳐잉스도 별도 레이블을 출범시켜 이 시장에 뛰어들었습니다.
반면 대륙 외 시장에서는 릴숏과 드라마박스 같은 중국계 숏폼 드라마 플랫폼이 주도권을 쥐고 있습니다. 이들은 막장물·자극물에 집중하며 단건 결제 기반의 비즈니스 모델을 추구합니다. 소비자가 강한 도파민 자극에 이끌려 바로 결제하도록 설계된 콘텐츠죠. 그래서 제작 방식도 자극적인 웹소설이나 게임물과 유사하게 구성됩니다.
릴숏(모기업 COL 그룹)은 게임·숏드라마·웹소설을 트랜스미디어 방식으로 자체 제작·배급하고, 드라마박스는 소위 막장극을 제작하고 유통하는 모델을 지향하는데요. 타깃 시장도 달라서 릴숏은 일본, 드라마박스는 한국 시장에 더 집중하는 편입니다.
(참고로 현재 한국 내 숏폼 드라마 플랫폼 점유율 1위는 드라마박스이며, 일본 1위는 더우인이 별도로 만든 플랫폼 피코쇼(PikoShow)가 차지하고 있다).
- 숏폼은 AI 기술 활용도가 높을 분야로 꼽히는데요, AI와 숏폼의 시너지를 어떻게 전망하나요?
△ AI 기술을 크게 나누면 기존 데이터를 분석하는 기술과 새로운 데이터를 생성하는 기술이 있습니다. 콘텐츠 산업과 맞닿아 있는 쪽은 단연 ‘생성형 AI’입니다. LLM(거대언어모델)은 검색이나 시나리오 작업에, 멀티모달 모델은 영상을 통째로 학습해 영상 생성·편집에 활용됩니다.
AI는 필연적으로 막대한 전력과 데이터를 소비하기 때문에, 영상 제작 측면에서 보면 롱폼보다 숏폼이 훨씬 효율적입니다. 영상 생성에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 결과물이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리테이크’ 작업을 해야 하는데, 롱폼의 경우 오히려 직접 제작하는 편이 채산성이 나을 수 있거든요. 이런 이유로 AI 기반 생산성 고도화 전략은 숏폼 드라마에서 더 활발하게 쓰일 것입니다.
향후에는 인터랙티브 기술이 적용된 드라마 콘텐츠도 등장할 것입니다. 이 또한 AI 기술이 적용되고 특히 광고 분야와의 결합 가능성이 큽니다. 정리하면, 생성형 AI는 드라마·예능 전반에 유용하지만, 단기적으로 가장 빠르게 확산되는 곳은 숏폼 영역이 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허식당’은 와이낫미디어와 하쿠호도DY뮤직&픽쳐스, 코퍼스재팬이 공동 기획, 더그레이트쇼가 제작하였으며 전 회차는 넷플릭스와 웨이브(Wavve), 왓챠와 티빙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 숏폼이 제작비 부담으로 어려움을 겪는 K영상산업의 돌파구나 전략 자산이 될 수 있을까요?
△ K시리즈의 연 매출 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에, 숏폼이 이를 대체하는 수준으로 성장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하거나, 침체된 광고 시장을 되살리는 모델로는 충분히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숏폼 드라마는 IP 프랜차이즈를 통해 속편을 빠르게 선보이고, 중소 규모의 팬덤을 형성해 배우나 스토리 IP를 다른 장르(게임·웹소설·웹툰)로 확장할 수 있습니다. K시리즈 한 편은 제작비만 최소 150억~500억원, 많게는 1000억 원이 소요되는데, 이에 걸맞은 마케팅비와 톱스타 캐스팅 협의가 필요하죠. 반면 숏폼은 비교적 자유롭게 IP를 운영하며 팬덤을 모을 수 있어 수익 고도화 전략에 유리합니다. 최근 언더그라운드 아이돌 그룹 ‘QWER’처럼, 규모는 작아도 강한 팬덤을 보유한 IP는 막강한 힘을 발휘합니다. 사실 K팝도 이런 비주류 문화에서 태어나 성장했듯, 숏폼 역시 새로운 IP 생태계의 실험장이 될 수 있습니다.
2016년 창립한 와이낫미디어는 기존 방송국이 아니라 유튜브, 틱톡 등의 플랫폼을 통해 ‘웹드라마’라는 장르를 개척, 자체 기획·제작·유통하는 사업모델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후 적극적인 M&A와 사업 확장을 통해 10년 만에 글로벌 종합 콘텐츠 스튜디오로 성장했다. 메인 채널 ‘콬TV’ (170만명)등을 비롯해 약 300만명 이상의 구독자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매니지먼트 사업도 본격화했다.
대표작으로는 ‘전지적 짝사랑 시점’ ‘일진에게 찍혔을 때’와 같은 웹드라마와 중·장편 드라마 ‘청담국제고등학교’ '허식당' 시리즈가 있다. 지금까지 141편의 드라마를 제작했으며, 이중 110여편이 글로벌에서 유통 중이다. 2021년에는 일본 시장에 진출해 아베마TV와 손잡고 ‘오늘부터 계약연애’ ‘@계정을 삭제하였습니다’ 등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했다.
지난 1일 인기리에 종영한 ‘청담국제고등학교2’는 넷플릭스 국내 순위 2위, 아시아 최대 OTT 뷰(Viu) 인도네시아 1위·필리핀 2위, 일본 아베마TV 韓·中 드라마 장르 1위를 기록하는 등 글로벌 흥행성과를 거뒀다.
- 와이낫미디어는 웹드라마로 시작해 10년 만에 종합 엔터테인먼트사로 도약했습니다. 롱폼 제작사로 성장한 비결을 꼽는다면?
△처음에는 웹드라마를 자체 기획·제작·유통하는 모델로 성장했습니다. 유튜브 채널 ‘콬TV’를 기반으로, 10분 내외의 ‘스낵 드라마’로 MZ세대를 사로잡고, IP 프랜차이즈화로 수익 고도화 전략을 세웠죠. 그 과정에서 100편 이상의 자체 IP와 수백만 팬덤을 확보했지만,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한 구조였습니다.
'청담국제고등학교2' 이은샘, 김예림 배신할까…최종회 기대 UP. 와이낫미디어, 리안컨텐츠 제공
2020년 코로나 팬데믹 시기 국내외 OTT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중대형 드라마 제작 붐이 일었습니다. 반면 웹드라마 유통 구조가 급격히 불리해져서 웹드라마는 광고형으로 전환하고 IP를 생성하는 건 미드폼 드라마로 바꿨죠. 그리고 장편 드라마 제작사 2곳을 인수해서 장편 드라마 제작 라인업을 확충했습니다.
이렇게 사업을 다각화하며 연매출 200~300억원 규모, 수익 전환에 성공한 종합 스튜디오로 변모했습니다. 마침 다시 ‘유료 숏폼 드라마’ 시장이 열리면서, 그간의 제작 경험과 파이프라인을 기반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롱폼 제작사로의 성장’이라기보다, 시장 변화에 맞춘 기민한 피봇 전략의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숏폼 트렌드에 맞춰 준비 중인 프로젝트가 있나요?
△현재 국내 유력 숏폼 플랫폼 제작 수주뿐 아니라, 자체 유통 IP 제작, 해외 플랫폼·게임사와의 협업을 진행 중입니다. 특히 일본 기반 숏폼, BL 드라마, 게임사 협업 모델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공개하기 어렵습니다.
- 중국과 미국이 숏폼 드라마 시장을 주도하는 가운데, 한국 제작사만의 경쟁력은 무엇일까요?
△한국은 드라마 제작의 ‘원자재’가 강력합니다. 작가, 감독, 배우 풀의 질이 높고, 제작 효율과 채산성이 뛰어나죠. 물론 중국이 빠르게 추격하고 있어 경쟁은 불가피합니다. 하지만 스토리 콘텐츠는 ‘미세한 차이’에서 품질이 갈리며, 이는 단기간에 쌓을 수 없는 역량입니다.
현재 한국 드라마 시장은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제작 능력을 갖추고 있고, 우리 문화와 배우들이 지닌 저력은 여전히 강력합니다. 영상·이야기 콘텐츠는 기술보다 ‘문화의 힘’이 본질이기 때문에, 한국이 여전히 경쟁 우위에 있다고 믿습니다.
숏폼 드라마도 마찬가지입니다.
중국과 중국계(미국) 스튜디오들의 물량 공세를 따라갈 필요는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 콘텐츠가 그 시장의 ‘트리거’이자 ‘게임체인저’가 되는 것입니다. 이 시장은 넷플릭스처럼 독점 오리지널로 시장 독점을 꾀하기가 어려운 시장이니 만큼 현명한 유통 전략과 회수 모델을 구축하는 게 관건이라고 생각합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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