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경제 기초체력 약해지고 있어
주식시장 기대와 실제 괴리 커져
경기침체·물가상승 함께 올 수도
버핏지수 329%로 사상 최고치
'IT 버블붕괴' 직전보다도 높아
금리인하 기대감 경제 과대평가
김영익 더제이자산운용 고문
최근 미국의 주요 주가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해가고 있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가 주가 상승의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 것이다. 그러나 경제의 기초체력이 약해지고 있어 주식시장의 기대와 실제 경제 사이의 괴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연준은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 상단을 4.50%에서 4.25%로 내렸다. 물가상승률은 2%대 후반으로 목표치보다 높다. 그러나 지난 5월 이후 고용 증가세가 급격하게 둔화하고 있기에 연준은 10월과 12월 FOMC에서도 금리를 인하할 확률이 높다. 9월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지수는 55.4로 장기평균(82.3)에 크게 못 미쳤고, 1년 후 기대 인플레이션율은 4.8%로 높게 나타났다. 경기침체와 물가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69%를 차지하는 소비가 위축되면서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수 있다. 실제로 올해 들어 소비가 장기 추세선 밑으로 떨어졌는데, 그 이유는 주로 세 가지 때문이다. 첫째, 저축률이 낮다. 올해 1~7월 평균 저축률은 4.5%로 장기평균 5.7%를 밑돈다. 둘째, 이자 부담이 늘었다. 가계 가처분소득에서 이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2.5%로 15년 평균을 웃돈다. 셋째, 실질소득이 정체됐다. 명목소득은 코로나 이전보다 늘었지만, 물가가 더 빨리 올라 실제 구매력은 늘지 않았다.
소비가 줄면 기업 매출이 감소하고, 기업은 고용을 줄일 것이다. 실제로 5월 이후 고용 증가세가 급격히 꺾였다. 지난 2년간 월평균 16만명 넘게 늘던 일자리가 최근에는 2만명대 증가에 그쳤다. 미국 고용은 경기 탄력성이 매우 높다. 2020년 코로나19로 소비가 급격하게 위축되자 기업은 그해 3~4월에 고용을 2187만명 줄였다. 그 이전 거의 10년 동안 늘었던 일자리가 단 2개월 사이에 사라진 셈이다. 앞으로 소비가 감소하면 고용이 급격하게 줄 수 있다. 내년 상반기쯤 소비 중심으로 경기침체 신호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물가다. 팬데믹 시기 연준은 과도한 통화 공급으로 경기회복을 도왔지만, 그 여파로 2022년 개인소비지출(PCE) 물가는 6.6%까지 치솟았다. 긴축으로 2024년에 물가상승률을 2.5%까지 낮췄지만, 올해 들어 다시 오름세다. 연준의 금리 인하는 통화공급 확대를 의미한다. 이는 시차를 두고 물가를 상승시킨다. 여기에 트럼프 행정부의 고율 관세까지 겹치며 소비자물가는 더 오를 수 있다.
미국의 주가지수는 경기보다는 금리 인하 기대를 반영하면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해가고 있다. 그러나 주가지수가 경제를 과대평가하고 있다. 대표적 지표가 명목 GDP 대비 시가총액으로 표시되는 '버핏 지수'이다. 미국 전체 주식시장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하면 올해 2·4분기 버핏 지수가 329%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2000년 IT 버블 붕괴 직전의 210%나 지난 25년(2000~2024년) 평균인 197%보다 훨씬 높다. 이를 반영하여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해서웨이가 올해 상반기에 3400억달러 넘는 사상 최대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제 버핏 지수가 주식시장에서 의미 있는 지표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이번에는 다르다"는 말은 과거에도 늘 거품 붕괴 직전 시장에서 회자됐다.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시기에 미국의 10년 국채수익률, 달러 인덱스, 주가지수가 같이 하락했다. 2000년 1월에서 2025년 8월 데이터로 분석해보면 연방기금금리와 10년 만기 국채수익률 사이의 상관계수가 0.76으로 높게 나타났다. 연방기금금리와 달러 인덱스도 정의 상관관계(0.42)가 있었다. 또 기준금리와 S&P500 사이에도 관계는 다소 약하지만, 양의 상관관계(0.23)가 있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달러 인덱스가 떨어질 때 미국 주가지수보다는 한국을 포함한 신흥시장 주가가 더 많이 올랐다. 2000년 이후 통계로 분석해보면 코스피와 S&P500의 상대지수와 달러 인덱스 사이에는 상관계수가 -0.83으로 매우 높다.
올해 들어 9월 19일까지 코스피가 43.6% 상승했는데 S&P500 상승률은 13.3%에 그쳤다. 또 베트남, 브라질, 중국 등 신흥시장 주가지수가 미국보다 더 오르고 있다. 지난해 말 한국 투자자의 해외 주식 비중 중 미국이 68%를 차지했는데, 앞으로는 신흥시장 비중을 조금 늘리는 투자전략이 유효해 보인다.
김영익 더제이자산운용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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