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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정보유출에서 김범석 향하는 칼날…범죄인 인도 가능성은

쿠팡 정보유출에서 김범석 향하는 칼날…범죄인 인도 가능성은
김범석 쿠팡 Inc 의장(쿠팡 제공)


쿠팡 정보유출에서 김범석 향하는 칼날…범죄인 인도 가능성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반노동·반사회·반인권 총체적 범죄기업 쿠팡 규탄 기자회견에서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등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5.12.23/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쿠팡 정보유출에서 김범석 향하는 칼날…범죄인 인도 가능성은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쿠팡 본사 모습. 2025.12.9/뉴스1 ⓒ News1 이호윤 기자


(서울=뉴스1) 문창석 기자 = 최근 김범석 쿠팡 Inc 의장의 과로사 노동자 사건 축소 지시 의혹 등이 제기되면서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로 시작된 쿠팡 사태가 김 의장에 대한 의혹 공방으로 옮겨가는 모양새다. 다만 해외에 거주하는 데다 정확한 거주지를 알 수 없어 실질적인 조사가 진행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택배노동자 과로사대책위원회 및 전국택배노조는 김 의장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및 증거인멸 교사,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지난 2020년 쿠팡 칠곡 물류센터에서 근무하던 근로자가 과로로 숨지자, 당시 쿠팡 대표이사였던 김 의장이 '장 씨가 열심히 일했다는 기록을 남기지 말라'며 조직적인 산업재해의 축소·은폐를 지시한 정황이 최근 드러난 데 따른 것이다.

또 김 의장이 쿠팡맨 노조 결성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회사를 분할하려 했다는 의혹과 자신의 책임을 줄이고 수사기관이나 국회 등의 출석 요구를 회피하려고 조직적으로 움직인 정황이 최근 언론 보도를 통해 제기된 점도 혐의에 포함됐다.

문제는 현재 김 의장이 해외 체류 중이라 한국에 스스로 들어오지 않는 이상 직접 조사가 이뤄지기 어렵다는 점이다. 현재 김 의장은 미국과 대만을 주로 오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도 청문회에 불출석한 김 의장을 국회증언감정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지만 이 역시 국내에 없으면 수사 진행이 어려운 상황이다.

일각에선 김 의장이 소재한 국가에 범죄인 인도 청구 절차를 밟아 국내로 송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박석운 과로사대책위 공동대표는 전날 경찰 고발 기자회견에서 "한국과 미국은 범죄인 인도 조약을 체결했다"며 "정부가 범죄인 인도 청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법조계에선 김 의장이 소재지가 불명 상태라는 점을 문제로 보고 있다. 범죄인 인도법에 따르면 법무부장관의 인도심사청구명령이 있을 때 검사는 지체 없이 법원에 인도심사를 청구해야 하지만, 범죄인의 소재를 알 수 없는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고 명시돼 있다.

서울고법 형사20부는 지난 10월 외국 국적 범죄인의 소재를 알 수 없는 경우에 제기된 인도심사청구를 각하했다. 당시 재판부는 "소재를 알 수 없으면 법원이 인도심사청구서를 송부할 수 없고 인도심사 절차가 실질적으로 진행되기 어렵다"며 "향후 범죄인의 소재를 확인한 후 재차 인도심사를 청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 17일 국회에서 진행된 쿠팡 청문회에서 김 의장의 소재를 묻는 질문에 해롤드 로저스 쿠팡 대표가 '소통은 하고 있지만 정확히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는 취지로 지속 답변한 건 이를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김 의장이 오가는 것으로 알려진 대만의 경우 한국과 범죄인인도 조약을 체결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통상 해외에 체류하는 범죄인은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대신 기소 중지 후 체포영장을 발부해 수배하지만, 김 의장이 지금처럼 '글로벌 비즈니스를 위해 한곳에 머물지 않고 있다'는 입장을 지속할 경우 강제 구인 집행이 현실적으로 어렵다.

정부는 쿠팡에 대해 전방위로 압박하며 김 의장의 결단을 촉구하고 있다. 최근 국세청의 특별 세무조사에 이어 공정거래위원회도 쿠팡에 대한 영업정지를 검토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도 쿠팡에 대한 택배운송사업자 인허가권 박탈을 논의하고 있다.

국회는 여론전을 통해 김 의장을 압박하고 있다.
지난 17일 쿠팡 청문회에 이어 오는 30~31일 이틀 동안 5개 상임위원회가 공동으로 개최하는 연석 청문회를 열 방침이다. 이날 청문회에서도 원론적인 답변이 이어지면 김 의장에 대한 비판 여론이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개인정보 유출 사고는 이제 민관합동조사단의 손으로 넘어갔고 최근에는 김 의장 본인에 대한 의혹이 다수 제기되며 불이 옮겨붙는 분위기"라며 "정부의 제재와 국민 여론 등의 변화를 놓고 귀국 여부를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