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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1.2척→2척 필요…미 핵잠 생산 공백, 한화가 메운다

연 1.2척→2척 필요…미 핵잠 생산 공백, 한화가 메운다
한화가 22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니아주 필리델피아에 위치한 한화필리조선소에서 한국 기자들을 대상으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조종우 한화필리조선소 소장, 데이비드 김 한화필리조선소 사장, 톰 앤더슨 한화디펜스USA 조선사업부문 사장, 알렉스 윙 한화그룹 CSO(왼쪽부터)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파이낸셜뉴스 뉴욕=이병철 특파원】 한화그룹이 미국 필리조선소에서 미국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2일(현지시간) 미 해군 프리깃함을 필리조선소에서 건조할 수 있다고 밝힌 가운데, 필리조선소가 미국 조선업 부활의 상징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한화그룹 미국 현지 고위 인사들 역시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미국 핵추진 잠수함 건조 경험을 한국 핵추진 잠수함 건조로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한화는 필리조선소에서는 미국 핵추진 잠수함을,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에서는 한국 핵추진 잠수함 건조를 추진하고 있다.

미국 해군 장성 출신인 톰 앤더슨 한화디펜스USA 조선사업부문 사장은 이날 필리조선소에서 한국 기자들과 만나 "한화 필리조선소는 한국이라는 강력한 동맹국과 함께 핵추진 잠수함 공동 생산을 실현하는 데 중요한 강점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화그룹 고위 관계자가 필리조선소에서 핵추진 잠수함 건조 계획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이미 미국 잠수함 건조를 위한 준비 작업을 진행 중"이라며 "인력 확충, 생산 효율 개선, 시설 투자, 한국 조선소의 기술 이전 작업이 실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버지니아급 잠수함 설계·건조·운용 경험을 보유한 인력, 특히 잠수함 프로그램의 모듈 또는 구성 블록 제작 관련 전문가를 영입해 미국 현지 팀을 확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은 2054년까지 버지니아급 핵추진 잠수함을 최대 66척까지 확대 보유한다는 계획을 세웠으며, 현재 24번함까지 취역했다. 앞으로 20년 안에 40여 척을 추가로 건조하려면 연간 2척 이상의 생산 능력이 필요하지만, 현재 생산 속도는 연 1.2척 수준에 그치고 있다. 여기에 호주에 3~5척의 잠수함을 제공하기로 하면서 핵추진 잠수함을 추가로 건조할 수 있는 생산 거점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다.

데이비드 김 한화필리조선소 사장은 핵추진 잠수함 건조 여건이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는 일부 의견에 대해 선을 그으며 "상선 분야에서 이미 확보한 경쟁력을 기반으로 해군 함정 등 군용 선박 건조 가능성도 병행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필리조선소는 '마스가(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프로젝트 재원을 활용한 중장기 부지 확장과 추가 투자를 검토 중이다. 도크 2기와 안벽 3기 확보, 39만6694㎡(약 12만 평) 규모의 블록 생산 기지 신설, 자동화 설비 및 스마트 야드 시스템 도입 등이 계획돼 있다.

연 1.2척→2척 필요…미 핵잠 생산 공백, 한화가 메운다
한화가 22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니아주 필리델피아에 위치한 한화필리조선소에서 한국 기자들을 대상으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톰 앤더슨 한화디펜스USA 조선사업부문 사장, 알렉스 윙 한화그룹 CSO(왼쪽부터)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한화는 필리조선소의 미국 핵추진 잠수함 건조가 한국형 핵추진 잠수함 사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핵추진 잠수함 건조 경험이 한국형 핵추진 잠수함 건조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이다.

앞서 지난 10월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에서도 핵추진 잠수함 협력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24일 "미국과 핵잠수함 협력과 관련해 양측이 별도의 협정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이를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조종우 한화필리조선소장은 "향후 필리조선소에서 미국 핵추진 잠수함 건조가 본격화되면 국내 협력업체의 글로벌 공급망 편입과 지역 산업 전반의 동반 성장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오션은 현재 미 해군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사업을 부산·경남 지역 16개 조선소 및 협력업체와 함께 진행하고 있다.

한편 한국형 핵추진 잠수함 건조에 따른 중국의 반응과 관련해 한화는 "한국 정부와 긴밀히 협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알렉스 윙 한화그룹 글로벌 최고전략책임자(CSO)는 "세계 주요 방산 기업은 필연적으로 지정학적 문제나 국가 간 이해관계와 맞닿아 있다"며 "방산 기업의 역할은 최고 수준의 기술 역량을 바탕으로 고객에게 최상의 전력을 제공하고, 자국 정부와 긴밀히 조율하며 움직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pride@fnnews.com 이병철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