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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란 마음에 달려있죠"... 튜더의 소박했던 삶 속으로 [Weekend 문화]

타샤 튜더 탄생 110주년 기획展
삽화·수채화·수제인형 등 190여점 모아
자연·가족 등 키워드로 12개 섹션 구성
잠실 롯데뮤지엄서 내년 3월 15일까지
가족과 함께 보내던 크리스마스 그림
정원 돌보며 남긴 식물 수집자료도 눈길

"행복이란 마음에 달려있죠"... 튜더의 소박했던 삶 속으로 [Weekend 문화]
타샤 튜더 '타샤의 크리스마스 양말'
"행복이란 마음에 달려있죠"... 튜더의 소박했던 삶 속으로 [Weekend 문화]
타샤 튜더 '후레이 포 크리스마스'
"행복이란 마음에 달려있죠"... 튜더의 소박했던 삶 속으로 [Weekend 문화]
서울 잠실 롯데뮤지엄에서 열리는 타샤 튜더 탄생 110주년 기념 기획전 '스틸, 타샤 튜더: 행복의 아이콘, 타샤 튜더의 삶' 전경. 롯데뮤지엄 제공
"우리가 바라는 것은 온전히 마음에 달려 있어요. 난 행복이란 마음에 달렸다고 생각해요."

따뜻한 벽난로 앞에 온 가족이 둘러앉아 크리스마스 선물을 뜯어보고 있었다. 강아지들이 아이들 곁에서 뛰놀고, 지하실 생쥐들까지 트리에 조명을 달며 춤추고 웃었다. 타샤 튜더(1915~2008)의 1995년 작 '타샤의 크리스마스 양말' 속에는 그가 바라는 '행복'이 멀게 느껴지지 않았다. 우리 곁에 머무는 가족과 풀내음을 느낄 수 있는 자연, 즉 소박한 일상이 곧 행복이었다.

일상 속 행복을 전했던 미국의 대표 동화 작가 타샤 튜더의 탄생 110주년 기획전이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뮤지엄에서 열린다. 롯데문화재단은 '스틸, 타샤 튜더: 행복의 아이콘, 타샤 튜더의 삶' 전을 내년 3월 15일까지 개최한다고 25일 밝혔다.

이번 전시는 튜더의 삽화 원화와 수채화, 드로잉, 수제 인형, 영상 자료 등 190여점을 한자리에 모은 대규모 기획전이다.

미국 보스턴에서 태어난 튜더는 23세에 첫 그림책 '호박 달빛'(Pumpkin Moonshine)으로 데뷔했고, '마더 구스'(Mother Goose)와 '1은 하나'(1 is One)로 '그림책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칼데콧상을 두 차례나 받았다. '비밀의 화원', '소공녀'의 삽화를 비롯해 70여년간 100권이 넘는 그림책을 냈다. 이 전시에서는 '1은 하나', '마더 구스'와 같은 그의 대표작 30여권의 초판본을 볼 수 있다.

전시는 거꾸로 움직이는 대형 시계에서 시작한다. 시간을 거슬러 튜더의 생전으로 들어가는 방식이다. 이어 주요 작품을 미디어아트로 확장한 복도를 지나며 그의 삶 속으로 걸어 들어가게 된다.

자연, 가족, 수공예, 정원 등 주요 키워드를 기반으로 총 12개 섹션으로 전시가 구성됐다. 튜더는 50대에 미국 버몬트주 산골에 99만㎡ 규모의 대지를 사들여 직접 정원을 가꾸고 동물을 기르며 전원생활을 했다. 그는 정원을 '지상낙원'이라 표현했다. 튜더가 직접 가꿨던 꽃과 나무, 계절마다 달라지는 정원의 모습, 튜더와 함께 지냈던 웰시코기 강아지들과 반려묘들을 그린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1998년작 '이토록 큰 기쁨을 가져다줄 계절은 없다'(There is no Season such Delight can bring)에는 아이들과 엄마가 부러진 나무 위에 올라선 모습이 그려졌다. 옆에는 강아지들이 함께 뛰놀고 있다. 튜더는 자연과 동물, 사람이 조화롭게 어울리는 모습을 이상으로 여겼는데 그의 이상이 잘 드러나는 작품이다.

튜더는 대규모 농장 속 오두막에서 전기 없이 생활했다. 염소젖으로 버터를 만들고, 손수 기른 식재료로 요리하는 등 자급자족의 삶을 실천했다.

자연을 사랑하는 그의 마음은 대표작 '야생 딸기'(Wild Strawberries)에도 고스란히 녹아있었다. 튜더에게 식물은 일상의 중심이자 철학을 담은 매개였다. 그는 계절에 맞춰 씨앗을 뿌리고 꽃을 가꾸며, 자연의 순환 속에서 삶의 리듬을 찾았다. 눈이 녹으면 라벤더 가지를 치고, 봄에는 미나리아재비와 아네모네가 피었으며, 여름에는 장미와 허브가 무성했다. 가을에는 사과와 호박을 수확하고, 겨울에는 씨앗을 모아 다음해를 준비했다.

정원을 돌보는 일은 그에게 매일의 기록이자 성찰의 시간이었다. 이 공간에서는 타샤가 남긴 식물 수집 자료와 스케치를 통해 그가 가꿨던 정원의 세계를 살펴볼 수 있다. 식물의 성장과 계절의 변화를 따라가며, 일상 속 작은 순간에서 기쁨을 발견했던 태도를 느낄 수 있다.

이밖에 그의 그림은 소박한 일상에서 비롯됐다. 오후의 차 시간이나 저녁 식사처럼 가족이 함께하는 순간을 소중히 여겼다. 작품에도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엄마, 함께 식사하거나 차를 나누는 장면 등 가족의 일상이 자주 등장한다. 특히 성탄절과 밸런타인데이를 중요하게 여겼다. 매년 직접 만든 장식품으로 집을 꾸미고, 가족과 이웃을 초대해 기념했다. 그는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마음이 설레고 벅찬다. 행복할 가족과 친구들을 상상하며 정성을 다해 준비하면 어김없이 환상적인 크리스마스가 찾아온다"고 말했다.


전시 공간은 튜더의 부엌과 온실, 정원, 작업실을 재현해 그의 일상을 직접 들여다보는 듯한 인상을 준다. 마지막 섹션에서는 튜더가 가꾸던 정원을 실제로 옮겨놓은 듯한 공간을 만날 수 있다. 롯데뮤지엄 관계자는 "이번 전시는 타샤 튜더가 평생 실천했던 '자연과 함께하는 삶, 그리고 소박한 행복'이라는 메시지를 전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