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순환' 수렁에 빠진 전세난
10·15 대책 후 전세 씨 마르자
강남물건 가격 폭등 불안 커져
계약갱신권 사용 '외곽의 2배'
월세 증가도 전세 감소 부추겨
정부의 10·15 부동산 대책 등으로 전월세난이 심해지고 있는 가운데 강남 3구(강남, 서초, 송파) 지역 전세 계약갱신요구권 행사가 1년 전보다 47%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를 끼고 사는 '갭투자'가 사실상 금지된 데다 실거주 의무까지 생기면서 전세 매물 자체가 줄어들자 세입자들이 너도나도 요구권을 사용하는 상황이다. 갱신권 사용이 늘어나며 강남 지역 전세난 심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강남 3구 계약갱신요구권 증가
25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0월 16일~12월 22일 강남 3구 내 갱신권을 사용, 전세를 연장한 수는 3202건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2178건 대비 47% 늘어난 수치다. 강남과 서초, 송파 모두 최소 270건에서 최대 380건 이상 증가했다. 계약갱신요구권은 세입자가 기존 전세 계약을 1회에 한해 2년 더 연장해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요구권을 사용하면 총 4년 거주할 수 있는 셈이다.
반면 신규 전세계약 건수는 32% 넘게 줄었다. 올해 이 기간 강남, 서초, 송파 지역 신규 전세계약은 각각 961건, 667건, 961건으로 지난해 동기 1321건, 970건, 1546건 대비 크게 감소했다. 송파는 감소폭이 600건에 육박한다.
서울 외곽 지역도 계약갱신요구권 사용이 늘었지만 강남 3구 대비로는 낮다. 강북구의 경우 같은 기간 계약갱신요구권 사용이 24.7% 증가했는데 강남 3구와 비교하면 20%p 이상 차이가 난다. 신규 전세계약 규모도 24.4%가량 떨어지는 데 그쳤다. 강남 3구 대비 8%p가량 낮은 수치다.
■전세 감소 불안이 계약갱신 확대로
강남 3구의 전세 계약갱신권 규모가 늘어난 이유는 정부의 10·15 대책 이후 전세 씨가 말랐기 때문이다. 대책 이후 전세 물건이 줄어들자 가격이 오를 수 있다는 불안감이 계약갱신으로 이어졌고, 이에 따라 공급 자체가 줄어든 것이다. 실제 부동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지난 22일 기준 강남구 전세 물량은 6032건에 불과하다. 지난달 6420건에서 더 줄어들었다.
이 같은 모습은 월세 전환이 빠른 데다 애초에 전세가 많지 않은 강남 3구의 특성도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김호철 단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교육적인 부분 등 단기수요 지속으로 강남 지역 월세가 늘어난 부분도 전세 감소를 부추겼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갱신요구권이 늘어나며 해당 지역 전세난이 더 심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전세가 순환돼야 전세난이 일어나지 않고 이동으로 이어질 수 있는데,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장을 지낸 안명숙 ㈜오지랖 대표는 "강남은 집값이 워낙 비싸기 때문에 전셋값에 얼마를 더해 그 지역 집을 사는 게 어렵다"며 "전세 연장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늘며 (강남 3구) 계약갱신요구권 행사는 더 많아질 가능성이, 반대로 전세 물량은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kjh0109@fnnews.com 권준호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