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당국 고강도 구두개입의 영향으로 원달러 환율이 하락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26일 서울 중구 명동의 환전소에 환율이 표시돼 있다. 뉴시스 제공
[파이낸셜뉴스] 최근 원·달러 환율이 1500원선 인근에서 고점을 형성한 가운데, 정부가 내놓은 외환 수급 안정 대책이 시장 불안 심리를 되돌리는 정책 트리거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외화 유동성 공급과 선물환 시장 활성화, 공공·기관 보유 외화의 시장 환류 확대 등 수급 개선 조치를 통해 환율 상승 압력을 완화하겠다는 목표지만, 실제로 연내 환율이 1450원 아래로 되돌림 흐름을 만들지 못할 경우 정책 실효성 논란이 재점화될 수 있다는 평가도 동시에 제기된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3.70p 하락한 1442원에 거래됐다. 지난 24일에는 원·달러 환율이 무려 35.30p 급락한 1445.70원으로 지난 23일 1481원 대비 급락한 바 있다.
외환시장에서는 최근 원·달러 환율 급등을 펀더멘털 악화보다는 수급, 심리 요인이 과도하게 반영된 결과로 해석하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미국 통화정책 불확실성과 글로벌 달러 강세, 연말 계절적 외화 수요, 해외 투자 관련 환헤지 수요 등이 복합적으로 겹치며 환율 레벨을 끌어올렸다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정부가 외환 수급 불균형을 직접적으로 완화하는 대책을 가동한 만큼, 시장에서는 “이번 조치가 고환율 구간을 누그러뜨리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가 조심스럽게 확산되고 있다.
특히 전문가들은 1450원 하회 복귀를 향후 정부 대책의 성과를 가늠할 첫 번째 가시적 신호로 본다. 환율이 1500원 인근에서 등락을 반복하는 현 상황이 지속될 경우 물가,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외국인 투자심리에도 부담이 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1450원 아래에서 안착 시도를 보일 경우 시장의 과도한 불안이 완화되고 수급이 정상화되는 과정에 진입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는 게 시장의 공통된 시각이다.
증권업게 관계자는 “최근 고환율은 특정 경제지표의 급격한 악화 때문이라기보다 해외 상장지수펀드(ETF), 선물환 포지션, 마감 수요 등 수급 요인이 증폭된 측면이 컸다”며 “외환 공급 경로가 넓어지면 심리가 빠르게 안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연내 환율이 1450원 아래를 테스트할 여지는 충분하다"면서 "대외 변수의 변동성은 여전히 남아 있어 정책 효과가 나타나더라도 속도는 점진적일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정부 대책이 기대만큼의 시장 체감도를 확보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선물환 거래 활성화나 외화 환류 유도 등이 단기적으로는 심리 안정에 기여할 수 있지만, 글로벌 달러 강세 기조가 유지되는 상황에서는 환율 하락 폭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 정책 신호가 시장에 충분히 전달되지 못할 경우 오히려 '정책 대응에도 환율이 내려오지 않는다'는 인식이 형성될 위험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평가도 뒤따른다.
증권사 한 연구원은 “환율의 절대 레벨을 낮추는 데에는 대외 환경의 도움이 불가피하다”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통화정책 방향, 글로벌 금리·유가 흐름, 지정학 리스크 등 변수들이 완전히 정리되지 않은 만큼, 정책 효과는 불안 심리 완화와 급등 억제에 초점을 맞춰 평가하는 게 타당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1450원 하회 시도는 의미 있는 변화지만, 그 이후의 추가 하락은 대외 변수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dschoi@fnnews.com 최두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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