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창희 디지털산업정책 연구소장
사전적으로 생태계는 특정 환경에서 서식하는 생물군과 그와 관련된 제반 환경을 포함하는 복합체를 뜻한다. 미디어를 생태계라고 하는 이유는 미디어와 관련된 역학 관계에 포함된 주체가 다양하고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이다.
미디어 생태계에 포함된 주요한 행위자로 이용자, 사업자 그리고 정부 이렇게 세 주체를 꼽을 수 있다. 사업자는 이용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이용요금을 받거나 광고수익을 창출한다. 좋은 정책을 통해 국민에게 복지를 제공해야 하는 정부는 사업자를 규율해야 하는 책무를 가진다. 여기서 규율이란 정부가 사업자를 일방적으로 통제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사업자와 이용자가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정부가 수행해야 하는 역할을 뜻한다.
지난 10월에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가 출범했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담당했던 유료방송 기능을 맡게 되어 기존의 방송통신위원회보다 업무 범위가 넓어졌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가 출범하면서 미디어 거버넌스에 변화가 생겼다.
거버넌스는 통상 정부의 부처를 의미하지만 거버넌스가 포괄하는 범위는 그보다 훨씬 넓다. 거버넌스는 각계의 이해관계자들이 협의를 통해 사안을 해결해 나가는 체계를 의미한다. 필립 M 나폴리는 '소셜미디어와 공익'에서 미디어 거버넌스가 미디어 분야의 규범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에 참여하는 다양한 주체들을 포괄하는 개념이라고 얘기한다. 전환과 위기를 맞이한 미디어 생태계에 필요한 것은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상호 호혜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좋은 거버넌스를 구축하는 일이다. 2026년을 맞이하면서 해야 할 중요한 고민 중 하나는 미디어 생태계를 위한 굿 거버넌스를 어떻게 만들어 나가야 하는가다.
굿 미디어 거버넌스를 공동으로 구축해야 하는 주요한 주체는 이용자, 사업자, 정부다. 이 세 주체가 모두 희망하는 것은 대한민국 미디어 산업의 발전과 다양성 증진이다. 대한민국의 국민은 어느 나라보다도 자국 콘텐츠를 선호한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고, 좋은 콘텐츠가 국내에서 지속적으로 생산되기 위해서는 미디어 생태계의 중요한 축인 미디어 사업자들이 각자의 역할을 잘 수행해야 한다.
미국에서는 워너브러더스 인수전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넷플릭스와 전통의 강호 파라마운트가 인수를 둘러싸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미디어 생태계의 구조개편을 위한 다양한 상상력이 발휘될 필요가 있다. 선택은 사업자의 몫이지만 정부에서도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변화에 대비하고 시장의 움직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반드시 인수합병(M&A)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긍정적 변곡점을 만들어 낼 계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굿 거버넌스의 주인공은 이용자가 되어야 한다.
2026년 미디어 생태계가 지향해야 할 목표는 이용자가 양질의 콘텐츠와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접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고, 이는 생태계의 공동 발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일이다. 당연해 보이는 이러한 목표를 얘기하는 이유는 2026년에 이 목표를 달성하기가 만만치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미디어 생태계의 공생을 위한 굿 거버넌스 구축이 필요하다.
노창희 디지털산업정책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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