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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틸렌 만들면 손해"… 석화업계 깊은 한숨

유가·나프타값 동반 상승한 탓
에틸렌 스프레드 3년 내 '최저'
'中 공급과잉' 등 수요 부진 겹쳐

"에틸렌 만들면 손해"… 석화업계 깊은 한숨
글로벌 경기 침체로 수요가 위축되면서 국내 석유화학업계가 실적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시황이 급속히 악화된 가운데 석유화학 제품의 수익성을 가늠하는 에틸렌 스프레드가 3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며 올해 1·4분기 실적 전망도 한층 어두워지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석유화학 기업들은 시장 예상치를 밑도는 실적을 기록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영업손실 9436억원를 기록했고, 한화솔루션 역시 연간 영업손실이 3553억원에 달했다. LG화학은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1조1809억원으로 전년 대비 35% 증가했지만, 자회사인 LG에너지솔루션을 제외하면 석유화학 본업에서는 사실상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 같은 실적 부진의 배경에는 석유화학 수익성의 핵심 지표인 에틸렌 스프레드 급락이 있다. 문제는 에틸렌 스프레드가 지난해 4·4분기보다도 추가로 하락하며 수익성 압박이 더욱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에틸렌 스프레드는 t당 54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2023년 1월 20일 t당 29.62달러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에틸렌 스프레드는 '석유화학의 쌀'로 불리는 기초유분 에틸렌 가격에서 원재료인 나프타 가격을 뺀 값으로, 업계에서는 통상 t당 250달러 안팎을 손익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현재 같은 흐름에서는 공장을 돌려봐야 손해를 보는 셈이다.

지난 2023년에는 에틸렌 스프레드가 일시적으로 급락한 뒤 약 2주 만에 t당 159.37달러 수준으로 반등했지만, 이번에는 침체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최근 지정학적 불안으로 국제유가가 상승하면서 석유화학 원료인 나프타 가격도 함께 오르고 있어 업계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나프타는 원유 정제 과정에서 생산되는 중간 유분으로, 국제유가 상승 시 가격이 동반 상승해 석유화학 기업의 제조 원가를 끌어올리는 구조다.

문제는 글로벌 경기 둔화와 중국발 공급 과잉이 겹치며 석유화학 수요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수요가 견조한 국면이라면 유가 상승에 따른 원가 부담을 제품 가격에 반영해 수익성을 방어할 수 있지만, 현재와 같은 수급 환경에서는 원가 부담만 확대되며 스프레드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공장 가동률을 지나치게 낮출 경우 제품 공급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며 "설비를 완전히 멈췄다가 재가동하려면 정비 비용 부담이 크게 늘어나 셧다운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진호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세제 정책 변화로 국내 화학 기업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되고 있지만, 중국발 증설 물량 유입이 이어지면서 업황의 의미 있는 반등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