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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누구를 위한 금메달 기다리나

[포럼] 누구를 위한 금메달 기다리나
오동윤 동아대 경제학과 교수
서울 강남의 한 스포츠센터 앞, 동트기 전부터 어르신들이 삼삼오오 모여든다. 수영 강습을 등록하기 위해서다. 온라인 수강 신청도 가능하지만, 1초 만에 끝난다. 온라인이 익숙하지 않은 어르신들이다. 혹시나 해서 칼바람에 줄을 선다. 강남구의 공영 실내수영장(2023년)은 4개다. 구민 14만명당 1개꼴이다. 재정자립도 1위라는 강남구가 이 정도다. 전국으로 넓혀도 493개, 인구 10만명당 1개 수준이다. 우리에게 수영은 돈보다 자리의 문제다.

시선을 돌려보자. 호주스포츠재단(ASF)에 따르면 국가대표급 선수의 46%가 연 소득이 2300만원 미만의 소득 구간에 있다. 호주에선 빈곤층에 해당한다. 올림픽에 나가려면 '투잡'은 기본이다. 오죽하면 세계선수권 챔피언 제임스 매그너슨은 상금 때문에 약물 복용이 허용된 대회 참가를 선언했다. 그러니 수영만으로 먹고살 만한 선수는 손에 꼽을 정도다. 그럼에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다. 박수받기에 충분하다.

한국은 다르다. 일반인(성인) 등록 수영선수는 약 300명이다. 선수의 95% 이상이 공무원과 다름없는 시청, 도청, 군청 또는 시설관리공단 소속이다. 매달 꼬박꼬박 월급이 나온다. 이들은 전국체전 참가가 가장 중요하다. 선수 잘못이 아니다. 체육정책이 그렇게 만들었다. 역대 올림픽 수영에서 한국은 메달 5개를 획득했다. 다행인지도 모른다. 호주는 2024년 파리 올림픽 수영 첫날에만 메달 4개를 땄다.

그동안 호주가 거둔 올림픽 수영 메달은 239개다. 전국의 2100개 수영장이 만든 결과다. 인구 1만2000명당 1개다. 쉽고 싸게 물을 접하면서 선수 저변이 두껍게 형성된 덕분이다. 우리는 박태환 같은 스타 한두 명에 기댄다. 이걸 엘리트 체육이라 부른다. 지금 한국의 수영 스타 김우민과 황선우도 도청 소속이다.

수영장 줄서기는 차라리 애교다. 운 좋으면 월 4만 원에 다닐 수 있다. 하지만 아이가 축구나 야구를 한다면, 문제는 돈이 된다. 이제 한국에서 축구선수가 되려면 월 200만원이 필요하다. 차라리 영어나 수학 학원을 보내는 게 더 싸다. 야구는 더 한다.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교 졸업 때까지 최소 1억원이 든다. 학부모들 사이에 정설로 통하는 금액이다. 독일의 아이들은 연간 15만원짜리 동네 스포츠클럽(Verein)에서 축구를 한다. 독일에서 스포츠는 누구나 누리는 공공재이지만 한국에선 돈이 필요한 사치재다. 이마저도 문턱이 높다.

프랑스 축구대표팀의 에이스 킬리안 음바페는 이민자 가정 출신이다. 한국에도 제2의 음바페가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지금 구조는 다문화·저소득 가정의 접근을 막는다. 그렇다고 엘리트 체육의 강화는 아니다. 생활체육을 넓혀야 한다. 누구나 동네에서 쉽게 운동할 수 있어야 저변이 생기고, 엘리트도 나온다.

마침 동계올림픽이 한창이다. 피겨 여왕 김연아가 일반인과 섞여 점프를 뛰던 시절로부터 20년이 지났다. 지금도 피겨를 시키려면 새벽 대관료와 레슨비가 필요하다.
월 300만~500만원이 든다. 우린 이런 현실을 외면한 채 금메달이 나오길 기다리는 건 아닌가. 메달은 축하할 일이다. 그러나 국격은 시상대가 아니라 우리가 즐길 수 있는 수영장 레인이다.

오동윤 동아대 경제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