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텐더 홀은 국회 중앙홀의 별칭
美 워싱턴 의회 로툰다 홀서 변형
대통령 취임식·의원 피켓시위도
로통드 카페는 예술가 성지 상징
화가인 모디가 천재성 꽃피운 곳
헤밍웨이가 소설에서 언급하기도
조성관 작가, ‘지니어스 테이블’ 대표
벌써 까마득한 일처럼 느껴진다. 지난 1월 말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8일간 단식투쟁을 벌인 곳이 국회 '로텐더'홀이었다. 여당에 통일교·공천비리 특검을 요구하며 벌인 장 대표의 단식투쟁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중단 권유로 끝났다.
미국 워싱턴DC 의회의사당의 초대형 원형공간이 로툰다홀. 미 의회의사당 로툰다(US Capitol Rotunda)는 고유명사다. 미국 대통령 취임식 같은 국가행사가 개최되는 공간이다. 2025년 1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도 이곳에서 열렸다.
로툰다는 짐작하는 대로 라틴어가 기원이다. 둥글다는 뜻의 로툰더스(rotundus)에서 나왔다. 로툰다는 그리스·로마 문명권 건축양식의 핵심 요소다. 돔 형태의 원형 건축물이나 돔 지붕 아래의 뻥 뚫린 원형 공간을 일컫는다. 로마의 판테온 신전 내부 원형 홀이 미국 의회의사당 원형 홀과 함께 가장 유명한 로툰다이다.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도 돔 지붕이 있다. 돔 지붕 아래가 중앙홀이다. 원형은 아니지만 이 중앙홀 별칭이 '로텐더'홀. 로툰다가 이상하게 '로텐더'로 변형되어 굳어졌다. 언론은 중앙홀보다는 이 외래어로 쓰는 걸 선호한다. 로텐더홀은 미디어에 자주 등장한다. 대통령 궐위 시 선거에 의해 당선되는 대통령 취임식이 여기서 열리고, 국회의원들이 피켓시위를 할 때도 이곳을 이용한다.
르네상스 시대의 위대한 예술가 미켈란젤로(1475~1564). 그는 조각과 회화에서 거의 신(神)의 경지에 이르는 작품을 남겼다. '피에타' '다비드'(이상 조각), '천지창조'(회화)….
미켈란젤로의 작품 중 목판화에 그린 소품의 제목이 '도니 톤도'. 피렌체의 부유한 상인 아뇰로 도니가 첫아이를 낳고 미켈란젤로에게 주문한 성가족(聖家族)화다. 성모 마리아, 성 요셉, 예수 그리스도가 함께 나온다. 톤도(tondo)는 '원형'을 뜻하는 이탈리아어 로톤도(rotondo)에서 파생한다. 그러니까 '도니 톤도'는 도니가 의뢰한 '원형목판 그림'이라는 뜻이 된다.
모딜리아니 단골 카페 로통드 조성관 작가 제공
라틴어 로툰더스를 원형으로 영어 로툰다, 이탈리아어 로톤도, 프랑스 로통드 등이 갈라져 나왔다. 로툰다는 의학용어에도 등장하고, 식물 이름에도 쓰인다.
파리 몽파르나스의 대표 카페가 라 로통드(La rotonde)다. 이 건물은 돔 지붕도, 원형 홀도 없는데 로통드로 명명되었다. 로통드라는 이름은 이 건물의 구조에서 기인한다. 주상복합 건물의 가장자리 부분이 반원형으로 되어 있었던 데서 로통드를 붙였다.
카페 로통드는 19~20세기 파리 문화예술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공간이다. 몽마르트르는 오랜 세월 보헤미안 예술가들의 성지로 여겨졌다. 제1차 세계대전 직전, 파리 문화예술의 중심이 몽마르트르에서 몽파르나스로 이동한다. 그 몽파르나스의 상징 공간이 바로 '라 로통드'.
카페 로통드 하면 자동 연상되는 화가가 아메데오 모딜리아니. 이탈리아에서 1906년 파리에 온 모딜리아니를 파리지앵들은 줄여서 '모디'로 불렀다. 재능은 있지만 절제력이 약했던 모디는 술과 마약에 절어 살았다. 그림을 그릴 시간이 없었다. 그가 술 한 잔 시켜놓고 진종일 죽치던 카페가 로통드.
모디는 이곳에서 잔 에뷔테른을 만난다. 첫눈에 반한 모디는 에뷔테른 주위를 맴돌다 사랑을 고백한다. 에뷔테른과 동거를 하면서 모디는 미치광이에서 순한 양이 되었다. 마침내 천재성이 꽃을 피운다. 불후의 작품들이 모두 이때 태어난다. 로통드 카페에 들어가면 온통 벽면에 모디 그림(복제품) 천지다. 마치 모딜리아니 미술관 같다.
헤밍웨이는 파리에서 두 번 살았다. 캐나다 신문 토론토스타 파리특파원을 하다 전업작가로 나선 뒤 첫번째 히트작이 '해는 또다시 떠오른다'. 이 장편소설에 로통드가 언급된다.
'택시는 로통드 카페 앞에 섰다.
센강 우안에서 택시를 타고 몽파르나스로 가자고 하면 어떤 카페라고 말하든 택시기사는 언제나 로통드 앞에 세워주곤 했다.'
국회의사당 로텐더홀을 보며 떠오른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로통드 카페와 모딜리아니까지 이어졌다. 다시 파리를 여행할 기회가 생긴다면, 첫날 저녁은 무조건 로통드에서 먹고 싶다.
조성관 작가, ‘지니어스 테이블’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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