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벽 고려대 석좌교수·HD행복연구소 공동소장
세상에는 두 종류의 문제가 있다. 정답이 있는 문제와 해답만이 있는 문제다. 한국 학생들은 정답 찾기 도사들이지만 지식의 가치가 급락하고 있는 인공지능(AI) 시대에 우리가 갖추어야 하는 문제해결력은 해답 설계능력이다. 정답은 기존 지식에 기반을 둔 정해진 답이어서 AI가 가장 잘 찾아내지만, 해답은 지혜에 기반을 둔 깨달음이고 인간 고유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초중고 12년 내내 배운 것은 단 하나의 정답을 골라내는 기술이다. 권위자가 제시한 범위 밖의 모든 생각은 '틀린 것'이며, 다른 가능성에 대한 탐구는 원천적으로 봉쇄되었다. 그래서 한국인은 "다르다"고 말해야 할 상황마저 흔히 "틀렸다"고 말한다. 틀렸을 땐 다르다고 말하지 않으니 단순한 혼용이 아니라 포용성 상실이다.
이러한 언어적 습관은 다른 몇 나라에도 있다. 동질성이 높은 고맥락 문화권과 정답풀이 수능시험 지옥이 있는 일본이 그러하다. 북한을 포함한 전체주의 국가는 국가가 제시하는 정답에서 벗어난 개인의 다름을 반동적 틀림으로 규정하고 극단적 처벌도 마다하지 않는다.
정답 지상주의는 모든 인간관계에 존재하는 갈등에 두 가지 위기를 초래한다. 첫째, 사회 전반의 갈등을 관리 불가능한 수준으로 증폭시킨다. 타인의 다른 의견을 마주할 때 그것을 맞고 틀림의 이분법적 경쟁의 장으로 끌어들이고, 필연적으로 배타적이고 대립적인 관계를 만든다. 부부, 자녀, 직장 동료, 나아가 남북관계와 정치적 진영 갈등까지도 "누가 맞고 틀렸는가"라는 잣대를 대는 순간 파국으로 치닫는다. 논쟁에서 승리해 상대방을 오답으로 입증하더라도, 결국 관계를 파괴하고 고독한 길로 들어서는 '승리한 패자'가 양산되는 이유다.
둘째, 더 큰 위기는 갈등의 외주화다. 스스로 해답을 찾는 능력을 상실한 사회는 모든 갈등을 권위자에게 위임한다. 학교폭력 문제를 변호사에게 맡기고, 이웃 간 소음 갈등을 경찰에 호소하고, 정치인들도 사사건건 법원에 고소하고, 심지어 국내 일도 해외 기구에 떠넘긴다. 이는 갈등을 해결하는 게 아니라 남에게 결정권을 반납하고 의존하는 무책임하고 무기력한 행위다. 결과적으로 사회적 비용이 폭증하고, 민주주의의 기초인 자정능력은 퇴화한다. 이런 위기는 남북 통일 과정에 치명적이다. 우리는 반일, 반공, 반독재, 반쿠데타 등 '틀림'에 반대해야 할 때에는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하나로 자발적으로 응집하는 자랑스러운 역사와 전통을 지녔다. 그러나 혹시 반통일로 이어질까 걱정스럽다. 그건 통일에 대한 해법을 보지 못하는 창의력과 비전 부재에서 나오는 발상이다. 통일 시 쏟아져 나올 극심한 갈등에 정답은 없다.
우리 모두 지혜롭게 해법을 얻어야 한다.
이제 학교에서 정답 있는 문제를 푸는 시간의 절반을 덜어내어 정답이 없는 문제를 다루는 기술을 가르치자. 비제로섬 사고방식, 대립이 아니라 대안을 창조하는 갈등 관리기술, 입장 뒤에 숨겨진 욕구를 볼 수 있는 통찰력 등은 교과목과 정반대로 조기교육일수록 좋다. 다름을 틀림으로 심판하지 않고 축제로 즐길 줄 아는 교실에서 자라난 아이들만이 분열된 한국 사회를 치유할 것이며, 한국이 AI 시대에도 성공을 이어갈 수 있는 해법이다.
조벽 고려대 석좌교수·HD행복연구소 공동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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