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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값 급등' 정유-주유소 업계 '네 탓 공방'…협력 합의했지만

'기름값 급등' 정유-주유소 업계 '네 탓 공방'…협력 합의했지만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 유류 가격이 표시돼 있다.2026.3.6 ⓒ 뉴스1 김진환 기자


'기름값 급등' 정유-주유소 업계 '네 탓 공방'…협력 합의했지만
ⓒ 뉴스1 양혜림 디자이너


(서울=뉴스1) 김진희 기자 = 기름값 폭등 원인을 두고 정유 업계와 주유소 업계가 '네 탓 공방'을 벌이다 기름값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로 뜻을 모았다. 이재명 대통령의 질타와 정부의 고강도 압박에 백기를 든 모양새다.

중동 상황이 계속 악화하고 있어 당분간 기름값은 고공행진이 예상된다. 기름값 상승 원인을 두고 언제든 책임 공방이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다.

다만 정유 업계와 주유소 업계 모두 담합 가능성에 대해서는 선을 긋고 있다. 정유사들은 국제 석유 제품 가격과 연동해 가격을 결정하고 있어 인위적으로 과도하게 인상할 수 없다고 설명한다. 주유소 역시 전체 60%가 자영업자여서 담합이 불가능한 구조라고 항변한다.

전문가들도 최근 기름값 급등은 국제 석유 제품 가격 상승과 초과수요, 환율 급등이 맞물린 결과로 보고 있다. 일부 주유소의 얌체 인상을 선별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가격 인상 책임론에 정유사-주유소 핑퐁 게임

7일 업계에 이재명 대통령은 전날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대통령 주재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최근 기름값 인상을 '바가지 인상'에 비유하며 "국민이 겪는 국가적 어려움을 이용해 자기 이익만 보는 행위는 엄정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름값 바가지 논란으로 인한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자 정유사와 주유소 간 책임 전가가 이어지고 있다.

정유사는 주유소의 사재기 및 자체 가격 인상을 기름값 폭등 사태 원인으로 지목한 반면, 주유소 측은 정유사의 공급 가격 상승을 꼽는다.

한국주유소협회는 전날 입장문을 통해 "석유제품 가격의 상당 부분은 유류세(약 50~60%)가 차지하며 유류세가 포함된 정유사 공급가격(유류세 포함)을 제외하면 주유소의 유통비용 비중은 전체의 4~6% 수준에 불과하다"며 "이번 기름값 상승은 '정유사 공급가격 인상'이 1차 요인"이라고 밝혔다.

협회는 "주유소 가격은 사실상 유류세와 정유사 공급가격에 의해 결정되며 주유소가 마음대로 올릴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며 "'폭리' 단정은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유사들 역시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가격 급등은 휘발유를 직접 파는 주유소들이 가격을 올렸기 때문"이라며 "주유소들의 사재기 역시 문제가 된다"고 꼬집었다.

정유사, 공급가격 인상했지만 주유소 인상 폭과 큰 차이

주요 정유사들은 중동 상황이 발생한 직후인 지난달 28일 이후 공급가격을 올린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주유소 기름값 인상 폭에는 크게 못 미친다는 입장이다.

주요 정유사 A사 관계자는 "어느 정도 가격 인상이 이뤄졌으나 국제 유가 인상분보다는 훨씬 작은 규모"라며 "석유 시장 점검회의를 통해 정부와 소통하면서 유가안정 정책에 협조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정유사 B사 관계자는 "공급가 결정에는 순수 원유가만 반영되는 것은 아니고 국제 석유제품의 가격과도 일부 연동된다"며 "중동 전쟁 이후 국제 석유제품 가격이 급등한 관계로 공급가의 일부 상승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정유사별 공급가격은 한 주 지나서 공개된다. 이에 따라 기름값이 급등했던 3월 1주차 정유사별 공급가격은 오는 13일에 공표될 예정이다.

"전례 없는 상황…기름값 인상 불가피"

소비자들은 중동 상황 등으로 기름값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다만 기름값 인상 폭이 과도하다 보니 최근 상황을 이용해 폭리를 취하는 게 아니냐고 의심한다. 특히 국제 유가가 내렸을 때는 국내 기름값에 반영되기까지 2주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고 설명했던 것도 발목을 잡고 있다. '올릴 때는 신속하게 내릴 때는 천천히'라는 평소 불만에 불을 붙인 셈이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주유소나 대리점의 경우 향후 가격 인상이 확실한 상황이라 급격한 인상에 대비해 지금부터 서서히 올리려는 의도가 선반영됐다"며 "여기에 가수요까지 몰리면서 최근 기름값이 탄력적으로 오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주유소 간 담합 의혹에 대해 "전국에 주유소가 1만 8000여 곳이 있는데 1만 1000곳가량이 자영업자"라며 "이들이 일제히 담합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해협 봉쇄가 장기화할 시 석유 제품을 확보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점도 기름값 인상을 부추긴다.

한편 대한석유협회, 한국석유유통협회, 한국주유소협회 등 석유 3단체는 전날 밤 중동 정세 악화로 급등하고 있는 국제유가가 국내 주유소 가격에 급격하게 반영되지 않도록 적극 협조하기로 뜻을 모았다. 이에 따라 기름값 인상 원인에 대한 핑퐁 게임은 당분간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