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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한강버스 ‘성숙한 기다림’ 필요

[기고] 한강버스 ‘성숙한 기다림’ 필요
김학소 청운대학교 교수

지난 2월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공사)는 '한강버스 글로벌 인사이트 포럼'을 개최해 런던, 뉴욕, 브리즈번 등 주요 도시의 수상교통 전문가들과 귀중한 경험을 공유했다. 이 포럼의 핵심 메시지는 세계 그 어느 도시도 수상교통 시스템을 단번에 성공시킨 사례는 없다는 점이다.

연간 500만명이 이용하는 '런던의 리버버스'도 초기에 안정적인 모델이 아니었다. 통근 중심의 설계는 제한된 수요와 높은 운영비라는 현실적인 벽에 부딪혔다. 그러나 관광 및 여가 수요를 결합하고 기존 대중교통망과의 물리적·체계적 통합을 강화하며 점진적으로 자립 기반을 다졌다.

'뉴욕 페리' 역시 연간 700만명이 이용하는 도심 대중교통 시스템으로 정착하기까지는 막대한 보조금 논란과 수익성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하지만 노선 최적화와 서비스 개선, 유연한 요금 정책을 통해 승객 수를 꾸준히 확대하며 이제는 뉴욕 교통의 당당한 한 축이 됐다.

호주의 '브리즈번' 또한 초기 운항 미숙과 사고라는 혹독한 시행착오를 겪었으나, 투명한 정보 공개와 인력 재교육을 통해 시민의 신뢰를 회복하면서 연간 800만명이 이용하고 있다.

이들 해외 사례가 공통으로 시사하는 바는 명확하다. 수상교통은 태생적으로 시행착오를 통해 체질을 개선하며 안착하는 '진화형 모델'이라는 사실이다. 수상교통은 도로 위 교통수단과 본질부터 다르다. 강이라는 거대한 자연환경 위에서 구동되는 만큼 수심, 기상, 조류 등 통제 불가능한 변수에 끊임없이 노출된다. 따라서 시스템이 환경에 동화되기까지는 반드시 물리적인 적응과 학습의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러한 변수는 역설적으로 수상교통만이 가질 수 있는 독보적인 가치를 창출한다. 물 위를 이동하며 도시의 경관과 자연을 입체적으로 향유하는 경험, 즉 '공간의 점유'가 곧 '이동의 즐거움'이 되는 고유한 매력이다. 이것이 바로 한강버스가 가진 근본적인 힘이다.

한강버스는 단순히 강을 건너는 수단을 넘어, 서울이라는 도시의 미래 경쟁력과 브랜드 가치를 상징하는 전략적 자산이다. 하지만 그간 한강은 '바라보는 대상'에 머물러 있었다. 한강버스의 안착은 한강을 '이용하고 경험하는 공간'으로 대전환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며, 이는 곧 서울의 도시 브랜드를 '수변 중심의 매력 도시'로 탈바꿈시키는 핵심 동력이 될 것이다.

한강버스의 성공은 서울시가 지향하는 스마트시티,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친환경 교통 체계 구축이라는 미래 비전과도 궤를 같이한다. 육상 교통의 포화 상태를 해결할 대안이자, 친환경 이동 수단으로서 한강버스의 가치는 시간이 갈수록 더욱 빛을 발할 수밖에 없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조급한 결론이 아니라, 시스템이 정교해질 수 있도록 신뢰를 쌓아가는 시간이다.

성급한 잣대를 들이대는 평가가 아니라, 긴 호흡으로 지켜보는 성숙한 기다림이다. 그 기다림의 끝에서 우리는 한 단계 더 도약한 서울의 품격과 마주하게 될 것임을 확신한다.

김학소 청운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