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봉쇄로 해상운임 6배 ↑
사태 장기화땐 "경영난 가중 우려"
삼성 생산조정·LG 대체루트 검토
긴급대책회의 열고 모니터링 강화
수증기 피어오르는 여수 석유화학단지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봉쇄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한 가운데 국내 주요 수출 기업들에 비상이 걸렸다. 9일 전남 여수시 석유화학단지 공장에서 수증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봉쇄로 인한 '물류비 쇼크'가 현실화되면서 국내 주요 수출 기업들이 비상에 걸렸다. 삼성전자는 지역별 생산량을 유동적으로 조정하고 있으며, LG전자는 육로 등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지 않는 대체 루트를 찾고 있는 상황이다. 정유 및 석유화학 계열사를 둔 그룹들은 총수가 직접 대책회의를 주재하는 등 국제유가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해상 운임 '6배 급등'
9일 산업계에 따르면 174K급 액화천연가스(LNG)선 단기(스팟) 요금은 지난달 27일 하루 3만5500달러에서 3월 6일 20만5000달러로 약 6배 급등했다. 초대형 원유 운반선(VLCC) 스팟 운임은 사실상 사상 최고치다. 호르무즈해협 봉쇄 여파다. 호르무즈해협의 일평균 항행 척수는 약 150척이었으나 현재는 90% 이상 급감한 상태다. 약 3230척(글로벌 운항선 1만1290척)이 페르시아만에 묶인 것으로 파악된다. 총톤수 기준 글로벌 선복량의 약 2%, 원유탱커 선복량의 6%에 해당한다.
삼성전자는 장기 계약 점검, 지역별 생산 조정에 나섰다. LG전자는 중동 물량 납품은 지속하되 대체 루트를 검토하고 있다. LG전자 전체 매출 중 중동 비중은 한 자릿수 내외다. 한화토탈에너지스, 한화솔루션 등 석유화학 계열사를 둔 한화그룹은 그룹 차원에서 원료 수급, 공장별 가동 상황 등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 HD현대는 중동 사태 이후 지속적으로 긴급회의를 열고 정부의 에너지 수급 안정 정책에 협조할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GS그룹은 허태수 회장을 중심으로 고위급 임원진이 사태의 추이와 영향을 챙기고 있다. 그룹의 정유 계열사인 GS칼텍스는 호르무즈해협 봉쇄 등 중동 사태 장기화에 대비해 비축유 활용, 원유 수송 우회경로 확보 등 대책을 마련 중이다.
■기업들 생산 조정·대체 루트 검토
유류비 비중이 높은 항공·해운업계도 유가 헤지(위험회피) 확대를 포함한 대응 방안을 다각도로 들여다보고 있다. 대한항공은 연간 예상 유류 소모량의 최대 50%에 대해 유가 헤지를 실행 중인 가운데 국제 유가 추이를 모니터링하며 탄력적으로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국내 최대 컨테이너선사 HMM은 조만간 유류할증료를 부과할 계획이다.
다만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주요 가전업체들은 대부분 해상 운임을 장기 계약 방식으로 체결하고 있어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 상승이 즉각적인 비용 부담으로 이어지는 구조는 아니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해상 운임은 대부분 6개월~1년 단위의 장기 계약으로 진행돼 운임 지수 상승이 즉각적인 타격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사태 장기화 가능성에 대비해 물류 운영 전략을 점검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운임 급등이 단기 이벤트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봉쇄가 길어지면 높은 수준의 탱커·LNGC 운임 및 용선료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고, 과거 컨테이너선에서 '병목발 운임 급등→신조 발주 사이클'이 재현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한승한 SK증권 연구원은 "호르무즈해협 봉쇄가 장기화될 경우 높은 수준의 원유탱커, LNGC 운임 및 용선료가 유지될 것"이라며 "노후 선대 비중이 높은 원유탱커 시장에서 친환경 교체 수요를 기반으로 새로운 대규모 발주 사이클이 촉발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 카타르 LNG 수입 의존도가 높았던 국가들이 미국 LNG 수입으로 전환할 가능성도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moving@fnnews.com 이동혁 강구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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