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당장 영향 없지만 예의주시
식품 "운송비 올라 원재료값 부담"
'원료수급 불안' 제약·바이오업계
공급망·수출 경고등에 전략 수정
중동 전쟁 여파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하면서 식품·유통업계와 제약·바이오업계도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당장 상품 수급에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지만, 유가 상승이 장기화할 경우 물류비 부담과 소비 위축이 동시에 나타날 수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유통업계, 물류비·소비 위축 촉각
9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이란 전쟁 여파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면서 유통업계의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다만 유통업계는 현재까지 상품 수급에 큰 영향은 없다는 분위기다. 중동·유럽발 상품 대부분이 선박으로 운송돼 국내 도착까지 한 달 이상 걸리고, 아직까지 재고 확보가 충분하다는 판단이다.
대형마트에서 취급하는 수입식품 상당수가 냉동·건식·가공식품 등 보관기간이 긴 상품이라는 점도 단기적 공급차질 가능성을 낮추는 요인으로 꼽힌다.
그러나 업계는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일부 원료 수급과 비용 측면에서 타격을 우려하고 있다. 유럽에서 조달된 원료가 태국·베트남 등 동남아 지역에서 가공돼 다시 유통되는 구조가 많아 공급망에 간접적인 차질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여기에 유가 상승이 이어질 경우 물류비와 상품 생산단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편의점과 이커머스 업계도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수요나 상품 수급에 큰 변화가 없지만 유가 상승이 장기화할 경우 원·부자재 가격과 배송비용 상승으로 이어져 소비자가격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유가 상승이 물가 전반을 자극할 경우 소비심리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어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식품업계도 대두, 소맥, 옥수수, 전분 등 주요 원재료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유가 급등을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원재료 단가 대비 부피와 무게가 큰 특성상 운송비 상승이 원가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여기에 고유가 여파로 라면과 과자 등 포장지의 주원료인 나프타 가격 상승도 걱정하고 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고유가는 물류비뿐 아니라 원재료비, 공장 가동비 등에도 단계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만큼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식품기업 관계자는 "매년 유가 수준을 예측해 사업계획을 세우는데 배럴당 100달러 돌파와 고환율 등 예상치를 벗어난 상황이어서 대응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자급률 30%…제약업계도 비상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도 중동발 전쟁의 충격파가 밀려오고 있다. 가장 우려되는 구조적 취약점은 낮은 원료의약품 자급률이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원료의약품 동향 및 지원 방안' 리포트에 따르면 국내 원료의약품 자급률은 2023년 기준 25.6%이며, 2024년 추정치도 약 31%에 불과하다. 일본(50~60%), 유럽(40~50%)과 비교하면 현저히 낮다. 유가와 환율 상승이 맞물리면 조달원가가 이중으로 뛰어오르게 된다. 원료 수급불안은 감기약이나 항생제 같은 필수의약품의 수급불균형으로 이어질 수 있어 보건안보에 위협이 될 수도 있다.
환율이 오르면 수입원료 가격은 즉각 상승하지만, 제품 가격에 반영하기 쉽지 않은 구조도 문제다. 건강보험 약가체계와 정부의 가격관리 구조상 원료비 인상분을 소비자가격에 곧바로 전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제네릭(복제약) 비중이 높은 중소 제약사일수록 이 부담을 흡수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높다. 중동 시장을 겨냥해 온 기업들의 수출전선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당장 이달 말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개최될 예정이었던 국제피부미용전시회 '두바이 더마' 행사가 무기한 연기되면서 국내 업체들의 전략 수정도 불가피해졌다.
wonder@fnnews.com 정상희 박경호 이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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