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광혁 연세대 인공위성시스템학과 교수
해마다 한국인이 맞는 3월은 늘 기미독립선언과 유관순 열사로 대표되는 삼일절로 시작한다. 미국 뉴욕타임스가 3월 '여성 역사의 달'을 맞아 세계 역사에 족적을 남긴 여성인물 104명에 마더 테레사와 재클린 케네디를 비롯, 한국의 유관순 열사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 할머니를 포함하였다. 유관순 열사는 "일본의 지배에 맞선 한국의 독립운동가"로 소개되면서 때 이른 죽음을 맞이한 여성 8명 명단에도 포함되었다. 일제강점기 대한의 여성이 헤쳐나간 아픈 역사를 통해 세계인의 역사인식을 제고하는 계기가 된 것 같아 의미가 크다. 3월 8일은 '세계 여성의 날'이다. 1908년 3월 8일 미국 여성 섬유노동자 1만5000여명이 뉴욕 럿거스광장에 모여 생존을 위한 작업환경 개선, 여성 참정권을 요구하며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이후 미국과 유럽, 우리나라 일제강점기에도 여성 운동가들이 주도하여 이날을 기념하기도 했다. 1977년 유엔이 공식 기념일로 지정하여 여성의 권리와 성평등을 재조명하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항공우주 역사에도 3월 8일은 매우 의미 있는 날이다.
1882년 배관공의 딸로 파리에서 태어난 레몽드 드 라로슈는 청년 시절 배우로 활동하다 윌버 라이트의 동력비행 시연에 영감을 받고 화가에서 비행사로 전향한 비행사들과 친분을 쌓아 비행기 조종을 배우게 된다. 1910년 3월 8일 드 라로슈는 프랑스 항공클럽으로부터 36번째의 면허증을 발급받으며 여성으로는 세계 최초로 조종사 면허를 취득하게 된다. 2010년 조종사이자 항공 교육자인 미레유 고이에는 드 라로슈 면허 취득 100주년을 기념하고 항공우주 산업의 여성 참여 확대를 목표로, 세계 여성항공주간을 제정하여 현재까지 52개국에서 이를 기념하고 있다. 일부 해외 항공사에서는 이 주간에 기장, 승무원, 관제사 모두를 여성으로 운영하는 항공기를 운항하기도 했다.
우리나라를 돌아보자. 구한말에 출생한 권기옥은 1917년 미국인 아트 스미스의 평양 곡예비행을 본 이후 비행사가 되기로 결심한다. 숭의여학교 재학 중 일어난 3·1 만세운동은 소녀 권기옥의 꿈을 비행을 통한 독립운동으로 변모시키게 된다. 임시정부 추천으로 중화민국 윈난 육군강무학교(항공군사학부)를 졸업함과 동시에 항공비행사 자격을 취득,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비행사가 되었다. 중화민국 공군에서 대위로 활약하며 일본과의 상하이전투에서 무공을 세웠으며, 광복 후에는 국회 국방전문위원으로 활동하며 한국 공군의 산파 역할을 하였다.
대한민국 최초이자 유일한 우주인은 여성인 이소연 박사이다. 2008년 4월 러시아 소유스 우주선을 타고 국제우주정거장에 10일간 머물며 과학실험을 수행하고 귀환했다.
현재 그는 미국에 거주하고 있어 한국에 직접적인 기여를 하고 있지 않지만, 치열한 선발 과정을 거쳐 유리천장을 깨고 우주로 올라간 여성으로 이름을 올린 바 있다.
기술적인 문제로 4월 초로 연기된 아르테미스 2호 발사에 탑승할 크리스티나 코크는 임무가 성공적으로 진행될 경우 지구궤도를 벗어난 최초의 여성이 될 예정이다. 여성 역사의 달을 맞아 항공우주 역사를 새로 쓰는 대한민국 여성도 많이 배출되길 희망한다.
주광혁 연세대 인공위성시스템학과 교수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