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장중 100달러 재돌파
산업계 원가 상승 부담 확대
전쟁 장기화시 수익 악화 우려
美, 무역법 301조 조사 개시
유가·환율·관세 3중고…어려움 가중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사상 최대 규모 비축유 방출 계획에도 국제 유가가 다시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다. 브렌트유 선물은 전날 종가가 배럴당 91.98달러로 전 거래일 대비 4.76% 상승한 데 이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12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국제유가 선물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2026.03.12. yes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홍세희 박나리 기자 = 유가 급등과 환율 변동성에 이어 미국의 무역법 301조 조사까지 겹치며 국내 산업계 전반에 복합 위기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중동 전쟁으로 촉발된 에너지 가격 불안이 제조 원가를 끌어올리는 가운데 미국의 보호무역 기조까지 강화되면서 수출 중심 산업 구조를 지닌 한국 경제가 '에너지·환율·관세' 삼중 압박에 직면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가 장중 100달러 재돌파…원가 상승 부담 커져
13일 외신에 따르면 전날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사상 최대 규모 비축유 방출 계획에도 국제 유가가 장중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다.
5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한국시간 12일 오후 12시28분 기준 배럴당 100.44달러를 기록했다.
앞서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지난 9일 장중 한때 배럴당 119달러까지 치솟았다가 전쟁이 조기에 끝날 수 있다는 낙관론이 확산되면서 배럴당 80달러선까지 떨어진 바 있다.
그러나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에서 글로벌 선박을 피격하는 한편, 이라크 영해에 정박 중이던 유조선도 피격한 사실이 전해지면서 유가 상승 압력이 다시 커지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서 국내 산업계 전반에는 원가 상승 부담이 급격히 커지고 있다.
당장 원유 가격이 급등하면서 원유를 정제해 생산하는 항공유가 줄인상 돼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항공권 가격도 뛸 가능성이 높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내달 발권하는 일본과 동남아 노선 항공권은 현재보다 약 2만~3만원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뉴시스]호르무즈 해협을 항해하던 태국 화물선 마유레 나레호가 11일 공격을 받았다고 태국 해군이 밝혔다. 해군은 현재까지 20명의 승무원이 구조돼 오만으로 이송됐다고 덧붙였다. 사진은 공격받은 마유레 나레호의 모습. <사진 출처 : 스플래시247닷컴> 2026.03.11. 석유화학 업계는 중동 수입 의존도가 높은 원자재 수급 불균형이 심화하면서 '불가항력' 선언이 잇따르고 있다.
여천NCC는 원료 수급 차질을 이유로 불가항력을 선언하며 사실상 공급 중단에 들어갔고, LG화학과 롯데케미칼도 불가항력 선언 가능성을 고객사에 통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석화 업체들은 원유에서 추출하는 나프타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에틸렌 생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내 수출액 1위 산업인 반도체도 이란 사태가 격화하면서 핵심 소재 공급망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CNBC는 지난 10일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반도체 핵심 소재 공급망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도했다.
헬륨은 반도체 웨이퍼 냉각에 필수적인 원료다. 지난해 우리나라 헬륨 수입량의 64.7%는 카타르에서 들어왔다. 또 반도체 식각 공정에 사용되는 브롬은 97.5%가 이스라엘에서 수입된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을 겪으며 소재 공급망을 다변화한 만큼 당장의 영향은 적지만,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소재 가격이 인상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한다.
업계 관계자는 "전쟁이 길어지면 공급망이 다변화돼 있어도 다른 공급처에서 가격을 올릴 가능성이 있다"며 "전쟁이 얼마나 계속될지 알 수 없는 만큼 상황을 계속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美 무역법 301조 조사 개시…관세 리스크 재등장
[평택=뉴시스] 김종택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11일(현지 시간) 한중일을 포함한 16개 경제주체를 상대로 추가 관세 부과를 위한 사전 절차인 무역법 301조 조사를 개시한다고 밝혔다.사진은 12일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 야적장에 수출입 컨테이너가 쌓여 있는 모습. 2026.03.12. jtk@newsis.com 고유가는 물론 원·달러 환율 변동성까지 확대되면서 경기 하방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는 국책연구기관의 진단도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전날 발표한 'KDI 경제동향 3월호'에서 중동 전쟁 발발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는 등 대외 불확실성이 확대됐다"며 "향후 유가가 급등하면서 소비자물가 상방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밝혔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미국 정부는 지난 11일(현지 시간) 무역법 301조에 따른 조사 추진을 공식화했다.
이번 조사가 실제 관세 부과로 이어질 경우 관세율 상한이 사라져 현행보다 더 높은 수준의 관세가 부과될 가능성도 있다.
현재 품목별 관세 15%를 적용받고 있는 자동차 업계는 이번 조사 결과에 따라 관세가 과거 논의됐던 25% 수준으로 재인상될 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미국이 이번 조사 명분으로 제조업의 구조적 과잉 생산을 지목하고 있어 철강이나 석유화학 분야가 타깃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산업계에서는 수출 중심 경제 구조를 지닌 우리나라가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와 미국의 보호무역 강화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지정학적 불확실성으로 유가가 오르면 가격 경쟁력이 악화되고, 미국발 보호무역 강화시 각국이 수입 장벽을 높이는 경향이 있다"며 "우리나라처럼 수출로 경제를 유지하는 국가들은 과거보다 수출하기 어려워진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기업들은 단기적으로 원자재 수급이나 계약된 수출 생산분을 내보낼 때 물류 차질은 없는지 점검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비해 공급망 재편 등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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