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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값 '일단 안정'됐지만 국제유가 급등 '최고가격제' 언제까지

기름값 '일단 안정'됐지만 국제유가 급등 '최고가격제' 언제까지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최고가격제 시행 나흘째인 16일 오전 청주시 소재 자영 알뜰주유소를 방문해 주유소 소비자 가격 반영 동향을 점검하고 있다. (산업통상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3.16 ⓒ 뉴스1


(서울=뉴스1) 원태성 황진중 기자 = 최고가격제 도입 이후 국내 기름값이 안정을 되찾았지만 과연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 것인지에 관심이 쏠린다. 특히 중동 상황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제도 시행 이후 국내 주유소 가격은 L당 1800원대 중반까지 내려왔지만 국제유가 흐름과의 괴리는 점차 커지는 모습이다.

정부는 우선 2주간의 시행 기간을 뒀지만 종료 시점을 명확히 밝히지 않은 채 시장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유동적인 입장만을 고수하고 있다. 국제 유가 변동이 국내 가격에 반영되기까지 2~3주의 시차가 존재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현재의 유가 상승분이 본격적으로 상륙하는 시점에는 정부의 가격 통제가 수급 붕괴를 초래하는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제유가 폭등세 속 국내가만 '역주행'…기약 없는 통제에 불확실성 증폭

최고가격제 도입 이후 국내 유가는 정부가 설정한 공급 상한가(휘발유 1724원, 경유 1713원)에 맞춰 빠르게 하향 안정화되는 모습이다.

17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L당 1832.68원, 경유는 1831.77원까지 떨어지며 열흘 전 1900원을 넘겼던 공포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이는 국제 유가 흐름과는 정반대의 '역주행'이다. 이번 주 두바이유 가겨은 127.9달러에 거래되며 전주 대비 39달러 올랐다. 국제 휘발유 가격은 27.4달러 상승한 128.4달러, 국제 자동차용 경유는 40.7달러 오른 179.7달러로 집계됐다.

정부는 당초 이번 조치를 발표하며 2주 단위로 상한액을 조정하겠다는 계획과 함께 전국 평균가가 1800원대에 안착할 경우 해제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의 기간 동안 1800원대가 유지돼야 하는지 혹은 전쟁 상황의 진전을 어떻게 반영할지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은 제시하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2주간 시행이라고만 했지 그 이후 해제 조건에 대해서는 러프한 가이드만 줬을 뿐"이라며 "현재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풀리지 않았고 국제 제품 가격이 떠 있는 상태라 통제가 풀리는 순간 국내 가격은 곧바로 1800원을 훌쩍 넘어 폭등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진단했다.

결국 분쟁 상황에 변동이 없다면 정부가 시장 정상화보다는 물가 관리를 위해 통제를 무기한 연장할 가능성이 크다.

원가 상승·수출 제한 겹친 '역마진' 늪…수급 붕괴 및 셧다운 리스크 상존

정유업계는 정부의 기약 없는 가격 통제가 산업 생태계를 파괴할 수 있다며 비상등을 켰다.

정부는 정유사가 입은 손실을 사후 정산해 주겠다는 방침을 세웠지만 현장에서 체감하는 리스크는 단순한 금전적 손실 이상이다. 현재 정유사들은 국제 유가와 환율 상승분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 채 정부 고시 가격으로만 물량을 출고하고 있다. 여기에 정부가 수급 안정을 명분으로 수익성이 높은 수출 물량까지 작년 수준으로 동결시키면서 정유사들은 비싼 값에 원유를 들여와 헐값에 파는 '역마진 구조'의 늪에 빠졌다.

더 큰 문제는 원료 확보의 어려움이다.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70%에 달하는 상황에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자 정유사들은 급하게 남미나 아프리카 등지로 눈을 돌리고 있다.
하지만 이들 대체선은 장기 계약이 아닌 '스폿(Spot)' 물량이어서 중동산보다 20% 이상 비싸고, 해상 운임(BDTI) 역시 55%나 급등한 상태다. 운송 기간도 중동(2~3주)의 두 배 이상인 1.5~2개월이 소요돼 물량 확보에 성공하더라도 '공급 공백'을 피하기 어렵다.

업계 관계자는 "울며 겨자 먹기로 비싼 스폿 원유를 들여와도 정부 규제 탓에 팔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에서 정유사가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재고 물량은 한정돼 있는데 추가 도입 단가는 치솟고 공급가까지 묶여버리면 결국 확보된 원유를 정제하지 못하거나 설비를 멈춰야 하는 셧다운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도 있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