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후 전남 여수국가산업단지 여천NCC 3공장 앞.2025.8.11 ⓒ 뉴스1 김동수 기자 (서울=뉴스1) 원태성 기자 = 국내 석유화학 산업의 핵심 원료인 나프타 수급에 비상이 걸리면서 산업 전반이 마비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로 원료 가격이 폭등한 데다 물리적인 확보조차 어려워지자 주요 기업들이 공장 가동률을 사상 최저 수준으로 낮추며 버티기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이미 일부 기업은 불가항력(FM)을 선언했으며 남아있는 재고도 한 달을 넘기기 힘든 상황이라 4월 중순 이후 설비가 멈춰서는 '연쇄 셧다운'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단순히 석화 업계를 넘어 플라스틱, 자동차, 전자 등 후방 산업 전체를 강타하는 국가적 공급망 위기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나프타 가격 2배 폭등에 가동률 60% '임계점'…4월 셧다운 현실화하나23일 업계에 따르면 중동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국내 석유화학 업계는 전례 없는 원료 수급난에 직면했다.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이 고조됨에 따라 중동산 나프타 도입이 사실상 차단됐다. 이 영향으로 전쟁 전 배럴당 600달러 수준이던 나프타 가격은 현재 1100달러 이상으로 두 배 가까이 치솟았다. 가격 부담보다 더 큰 문제는 '물량 확보' 그 자체다. 중동에서 출발해 국내에 도착하기까지 통상 20여 일이 소요되는 구조상 지난달 말 이후 추가 공급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내 주요 나프타분해시설(NCC) 가동률은 평시 80~90% 수준에서 최근 60%대로 급락했다. 통상 60%대 가동률은 설비 효율과 안정성 측면에서 사실상 '마지노선'으로 평가된다.
롯데케미칼과 LG화학, 한화솔루션 등은 가동률을 낮추고 정기보수를 앞당기며 원료 소모를 최소화하는 '버티기 운영'에 들어갔다. 여천NCC는 이미 업계 최초로 '불가항력'을 선언했고 주요 기업들도 공급 차질 가능성을 잇달아 고객사에 통보했다.
문제는 재고다. 업계가 보유한 나프타 재고는 평균 2~3주에 불과하다. 업계에서는 이달 말~다음 달 중순을 '데드라인'으로 보고 있다. 이후에는 재고 소진 순서대로 공장 가동 중단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부분의 업체가 이미 고객사에 불가항력 가능성을 선언했는데 조만간 현실화할 수 있다"며 "에틸렌 공급이 중단될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계속될 경우를 가정하면 3월 말부터 일부 석화 업체가 셧다운될 것이라고 했다.
수출 줄여 내수 90% 집중에도 중소업체 '고사'… "국가 차원 관리 체계 시급"석유화학 기업들은 위기 대응을 위해 수출을 줄이고 국내 공급을 우선하는 전략으로 선회했다. 실제 일부 기업은 국내 공급 비중을 기존 40%대에서 최대 90%까지 끌어올리며 내수 안정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는 플라스틱·화학 소재 등 후방 산업으로의 충격 확산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다.
그러나 이러한 대응에도 불구하고 중소 플라스틱 업체들은 이미 한계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원가에서 원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80%를 넘는 구조에서 가격 급등과 공급 축소가 동시에 발생하면서 사실상 '버티기'가 불가능하다는 호소가 이어진다. 일부 업체들은 톤당 수십만 원의 가격 인상 통보를 받은 데 이어 추가 인상과 공급 중단 가능성까지 통보받은 상태다.
업계에서는 대기업의 수출 축소에도 불구하고 전체 수요를 감당하기에는 물량이 부족한 상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 과정에서 원가 부담이 중소기업에 집중되는 '샌드위치 구조'가 심화하며 산업 생태계 전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에 정부는 자원 안보 위기 경보를 '주의' 단계로 격상하고 나프타를 경제안보품목으로 한시 지정해 수출 제한 및 비축유 방출 준비에 들어갔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원유나 LNG처럼 나프타 역시 전략 자원으로 관리해 전용 저장 인프라를 확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한 원자재 가격 변동이 납품단가에 즉각 반영될 수 있도록 '납품단가 연동제'의 실효성을 확보, 중소 제조업체들이 일방적으로 부담을 떠안는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나프타는 산업의 쌀이자 모든 제조 산업의 시작점"이라며 "단순한 기업 지원을 넘어 국가 차원의 원료 수급 및 관리 체계 구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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