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화 감산 이어 전방 산업도 타격
쓰레기 종량제봉투 품귀현상까지
플라스틱업계 '셧다운' 위기 처해
종량제봉투 사재기 벌어질라 중동사태 영향으로 비닐과 플라스틱 원료가 되는 나프타 등 석유화학 제품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24일 서울시내 한 마트에 판매 중인 다양한 크기의 종량제봉투. 연합뉴스
비닐·플라스틱 원재료인 나프타 수급 불안 조짐에 일부 지역에서는 쓰레기 종량제봉투가 때 아닌 품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일부 마트와 편의점에서는 수요가 급증하면서 인당 구매 수량을 제한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종량제봉투를 비롯한 비닐과 포장재는 나프타를 기초로 한 합성수지로 만들어지는데, 중동 정세 불안으로 원유 수송 여건이 악화되면서 나프타 가격이 상승 압력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중동 정세 불안으로 나프타 도입에 차질이 빚어지며 석유화학 업계의 감산이 이어지고 그 여파가 가전·뷰티·식품·제약 등 전방 산업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이에 정부는 이번 주 중 나프타 수출제한 조치를 추진하기로 했다.
■나프타발 위기, 전 산업으로 번진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나프타 수급 차질과 가격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면서 폴리에틸렌(PE)과 폴리프로필렌(PP)을 공급받아 제품을 생산하는 플라스틱 가공업체들은 원료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플라스틱은 비닐·포장재 등 일상 전반에 쓰이는 기초 소재인 만큼 파장은 전방 산업으로 빠르게 확산되는 모습이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중기중앙회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진행한 '중동상황 대응을 위한 중소기업 간담회'에서 "중소 플라스틱 업계가 원자재 부족으로 셧다운 위기에 있다"며 "중동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현장 애로를 잘 조율하고 대안을 고민해 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채정묵 한국플라스틱공업협동조합연합회 회장은 "러시아 등을 통한 수입선 다변화가 해법"이라며 "급등한 원자재 가격에 대한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화장품 업계에서는 용기·포장재 가격 인상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으며, 일부 중소 브랜드를 중심으로 수급 불안 우려가 커지고 있다. 패션업계도 향후 여파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식품업계 역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라면 봉지, 스낵 포장지, 음료·생수 페트병 등 대부분의 포장재가 플라스틱을 원료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제약업계에서도 의약품 용기 가격 인상 가능성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정부는 가전업계도 영향을 받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 가전에는 PP, 아크릴로니트릴부타디엔스타이렌(ABS) 등 나프타를 가공해 만든 소재가 다량 들어가기 때문이다. 양기욱 산업통상부 산업자원안보실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일일 브리핑에서 "개별 업체마다 사정은 다르겠지만 일반적으로 재고를 2~3주 정도 보유하고 있다"며 "수급 애로를 석유화학 업계와 논의해 풀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나프타 수출제한·매점매석 금지 검토
정부는 나프타 수출을 제한하는 방안을 준비 중이다. 양 실장은 "나프타의 생산·도입 물량을 의무적으로 보고받고 매점매석을 금지하며 수출을 제한할 수 있는 조치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나프타의 약 55%는 국내 정유사가 생산하고 나머지는 해외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수출제한 조치는 국내 정유사가 생산한 나프타의 수출 물량을 내수로 전환해 수급난을 완화하겠다는 취지다. 정부는 해당 조치로도 상황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긴급수급 조정 명령까지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나프타 가격이 급등한 상황에서 나프타 대체 수입 시 발생하는 추가비용을 추경에 반영해 기업들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김현철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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