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이란 전쟁 개전 3주밖에 안돼
우리 경제·민생 충격 가늠 어려워
장기화하면 추경 제대로 편성해야
반도체 슈퍼사이클로 세수 많을 때
쇠락한 중소제조·내수 서비스업에
양극화 대책기금 쏟을 절호의 기회
김동원 전 고려대 초빙교수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3일 "위기일수록 민생안정과 경제회복이 뒷걸음질 치지 않도록 재정의 신속한 투입이 필요하며, 결국 추경 편성을 하지 않을 수 없는데, 최대한 신속하게 편성해 달라"고 지시했다. 최근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대통령 지지도가 취임 이래 최고치인 67%를 기록한 것은 바로 이러한 능동적이고 치밀한 국정운영에 대한 국민의 긍정적인 평가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대통령의 추경 조기편성 지시에 따라 당정은 25조원 규모의 추경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추경 추진에 더하여 보다 신중하게 검토해야 할 몇 가지 문제가 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선 미국·이란 전쟁이 발발한 지 3주가 막 지난 시점에서는 이 전쟁이 우리 경제와 민생에 미칠 충격을 제대로 가늠하기 어렵다. 당장에 추경을 하고 전쟁의 충격이 예상보다 클 경우 추가로 추경을 편성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둘째, 작년 하반기부터 본격화된 반도체 슈퍼사이클은 대체로 내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로 인한 세수 증대는 금년은 물론 2028년까지 재정에 상당한 기여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현재 미국의 데이터센터 건설 붐이 내년을 정점으로 2028년부터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인 만큼, 2028년부터 인공지능(AI) 붐에 주도되고 있는 미국 경제가 침체로 전환되고 이에 따라 세계 경제성장률도 저하되어 상당 기간 침체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이 있다.
2026년부터 2028년까지 반도체 슈퍼사이클로 인한 세수 증대는 그야말로 특수수입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통상적 재정수입으로는 추진할 수 없었으나 반드시 해결해야 할 국정과제를 추진하는 재원으로 사용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할 것이다. 그 예로 양극화 완화를 추진하는 특별기금을 조성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제조업 생산지수는 금년 1월 기준으로 10년 전인 2016년 1월 대비 21.9%, 제조업 제품 출하지수는 8.2% 상승했으나 반도체 및 부품을 제외한 제조업 생산지수 상승 폭은 2.9%로 낮아지며 제조업 제품 출하지수는 오히려 0.2% 하락했다. 한편 제조업 내수출하지수는 5년 전 2021년 1월에 비해 제조업 전체로는 3.9% 하락했으며, 반도체·자동차·의약품 등을 제외한 상당수 산업에서 20% 내외의 감소를 보이고 있다. 서비스업 총지수는 금년 1월 기준으로 10년 전인 2016년 1월 대비 29% 상승했으나, 금융보험업의 86.8% 상승을 제외하면 민생업종인 대부분의 소매업은 20~40% 감소를 보이고 있다.
한마디로 한국 경제는 현재 K양극화가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다. 반도체·조선·방산·원전·제약 등은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한 반면 나머지 산업에서는 심각한 침체가 계속되고 있다. 1월 기준 국내공급지수에서 2016년 1월 대비 최종재 수입은 33% 증가한 반면 국산은 0.7% 증가에 그쳤으며, 중간재에서는 수입이 23% 증가한 반면 국산은 오히려 2.6% 감소했다. 그 결과로 중소 제조업과 내수의존 서비스업은 심각한 쇠락 양상이 진행되고 있다.
최근 이창용 한은 총재는 3년 연속 이자보상비율 1 이하의 한계기업 비율이 역대 최고인 17%에 달한다고 언급한 바 있으며, 국가데이터처의 가계동향 조사 결과에 따르면 작년 4·4분기 기준 적자가구 비율은 25%, 특히 소득하위 20%인 1분위의 적자가구 비율은 58.7%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주목해야 할 위험은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끝난 다음 경기침체 국면에서 양극화의 상처는 더욱 악화되어 민생의 어려움을 가중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그런 만큼 정부는 최대한 재정여력을 축적하여 양극화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 추진이 절실하며, 반도체 슈퍼사이클로 재정이 숨통을 트는 2026년부터 2028년까지가 그 재원을 마련할 적기라고 할 것이다.
미국·이란 전쟁이 장기화할수록 우리 경제가 받는 충격과 민생의 어려움이 커지는 만큼 추경을 편성해서라도 대책을 마련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잦은 추경으로 재정을 소모할수록 양극화와 같은 구조적인 문제에 대한 재원 마련은 외면당하고, 그 결과로 양극화 문제는 갈수록 악화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재명 정부의 성공적 마무리를 위해서도 양극화 대책은 반드시 추진해야 할 정책과제임이 분명하다. 따라서 반도체 슈퍼사이클로 인한 재정수입 증대는 양극화 대책기금을 조달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만큼 정부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아야 할 것이다.
김동원 전 고려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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