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

[포럼] ADB가 터준 소형원자로 수출

[포럼] ADB가 터준 소형원자로 수출
김경민 한양대 명예교수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개발도상국들이 경제성장을 할 수 있도록 금융 지원을 하고 있는 국제기구이다. ADB는 69개 가맹국 중 2024년 말 시점으로 미국과 일본이 각각 15.6%씩 출자, 출자금액이 216억달러로 가장 많다. 지금까지 ADB는 내부문서에 원자력 에너지에 대한 융자를 해주지 않는다는 것이 공식적으로 언급되어 있는데, 이번에 그 방침을 변경해 개발도상국들이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한다면 금융 지원을 해주기로 한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의 협력을 얻기 위해 국제원자력기구(IAEA)와도 원자력 에너지 획득을 위한 제도 설계와 인재육성을 위한 협력각서를 체결한 바 있다.

그동안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하고자 하는 개발도상국에 융자를 해주지 않았던 가장 큰 이유는 원자로 건설에 수십조원의 엄청난 돈이 투여되는 문제도 있고, 공사기간이 길다 보니 인프라도 구축되어야 하고 인재도 많이 필요해 비용이 팽창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소형모듈원전(SMR) 등장으로 정책 변환이 생긴 것이다.

SMR은 30만㎾ 이하인 기존 원자로와 달리 공장에서 원자로를 만들어 예정된 부지에서 조립하는 형태다. 한국이 아랍에미리트(UAE)에 수출했던 APR1400 원전이 140만㎾급인데, UAE의 바라카에 가서 원전을 지어준 것이다. 그런데 SMR은 공장에서 만들어 필요한 곳 어디든 가서 조립만 해주면 되니 값도 저렴해 개발도상국들이 도입하고 싶어 하는 원자로인 것이다. 이른바 원자력 시장을 SMR이 주도하는 세상이 열리고 있는 것이다. 특별히 인공지능(AI) 시대가 되어 데이터센터 구축으로 전력이 많이 필요해지고 있는데, 태양광과 풍력 등의 자연적 한계가 있는 발전 방식으론 AI 시대 전력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 그래서 원자력발전의 르네상스 시대가 열린 것인데, ADB가 특정 지어 SMR과 같은 소형원전을 건설하겠다는 나라에 적극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소형원자로인 SMR 시대가 열리면서 원자력 선진국인 미국과 일본이 앞장서고 있다.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국내에서 원전을 새로이 짓는 일은 어려워진 형편이라 SMR을 도입하려는 국가에 투자를 늘리는 것으로 수익창출을 도모하고 있다. 항공기 엔진을 주로 생산하는 이시가와지마 하리마(IHI)까지 SMR을 개발하는 해외 기업에 적극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미국도 그동안 원자로 건설을 외면했지만 AI 시대에 들어서면서 원자력 에너지의 중요성을 인식, 원자력 에너지 창출에 크게 투자하겠다는 입장이다

일본의 정책투자은행 보고서에 의하면 세계에는 60종류가 넘는 SMR이 있는데 SMR 상업화는 중국과 러시아가 앞서 나가고 있고, 서방 세계에서는 2025년 5월 캐나다 정부가 처음으로 SMR 도입을 승인했다. 일본의 히타치는 캐나다에 부품을 수출하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전 세계가 SMR 시대를 준비하는 가운데, 세계적으로 수준급의 원자로 건설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한국으로서는 정부와 국회 그리고 한국수력원자력이 협력하여 SMR 관련 입법도 속도감 있게 추진해서 SMR 시대를 장악할 준비를 해나가야 할 것이다.

김경민 한양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