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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정부출연硏 경쟁력 높이려면

[포럼] 정부출연硏 경쟁력 높이려면
박정수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구개발 투자는 이스라엘 다음으로 높은 편이다. 하지만 2024년 8월 네이처 인덱스가 우리나라 연구개발투자의 생산성에 의문을 제기한 뒤 투자 대비 성과에 대한 많은 논의가 있었고, 이에 기초해 국책연구기관 지원시스템이 PBS제도에서 이를 폐지하는 방향으로 정책결정이 이루어졌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PBS제도는 'Project-Based System'(연구과제중심 운영제도)의 약어인데 정부출연연구기관 연구원이 외부과제를 수주하여 인건비를 충당하는 제도로, 1996년 도입되었다. 1996년 당시 출연연구원의 연구 소홀 및 경쟁력 저하 문제를 해결하고, 연구 경쟁을 통한 생산성 향상을 위해 도입되어 지난 30년간 연구비 운영방식의 주도적 패러다임이 되어왔다.

이재명 정부에서는 단기성과 중심의 과도한 수주 경쟁, 장기연구 저해 등의 부작용에 주목해 올해부터 PBS시스템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인건비 전액을 정부가 출연하는 방식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연구기간, 즉 호흡이 긴 과학기술계는 오는 2030년까지 단계적 접근방법을 취하고 있으나 인문사회계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산하 26개 연구기관은 당장 올해부터 전면 출연금 지원방식으로 전환되었다.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도록 하는 노력이 매우 중요해졌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을 비롯해 대한민국의 경제사회 발전을 위한 싱크탱크 역할을 해온 이들 연구기관이 동요 없이 연구에 매진할 수 있도록 유인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전략적 접근이 필수적이다.

첫째, 정부출연연구기관 설립목적이 다양하다는 점에서 획일적 접근보다는 범주적 접근이 필요하다. 개발연대만큼은 아니지만 대전환 시대를 선도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이들 출연연구기관의 역할이 중요한바 이들 기관 구성원의 사기진작이 관건이며, 기관의 성격이 다양한 만큼 단기적·중장기적 안착을 위한 전략적 밑그림이 그려져야 한다. 기관의 자율성과 정부가 추구하는 전략목표를 조화하는 것은 쉽지 않은 과제가 될 것이다.

둘째, 인센티브 구조가 경쟁을 통한 역량 제고가 아니라 개별 기관의 설립목적 달성을 위해 인건비 100% 출연시스템으로 바뀌었는바 자칫 저성과자의 입김이 지나치게 커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과거 PBS시스템하에서는 능률성과급이 과제 수주규모에 달려 있었지만 이제는 2024년 기준으로 성과급을 포함한 인건비 전액이 기관출연금으로 지급되기 때문이다.

수주 용역부분이 미미해질 것이므로 출연기관 평가에 따라 기관 성과급이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될 경우 공공기관 경영평가 성과급에 지나치게 기관들이 매달리는 부작용을 출연연구기관도 그대로 답습하기 십상이다. 단기적 정책수요 대응과 함께 장기적으로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바를 선도해야 하는 미션도 강조되어야 한다.
한편 내부성과급을 어떻게 차별적으로 활용해 역량 제고를 도모했는지를 제대로 측정, 기관평가에 반영하는 과제의 우선순위가 높아져야 한다.

셋째, 중장기적으로 출연연구원 기능조정과 구조개편의 길도 열어 놓아야 한다. 국민의 세금으로 기관이 운영된다는 점에서 시대 변화에 따라 기득권을 고집하기보다 유연한 구조로 거듭나야 한다.

박정수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