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은 법무법인 비트 대표변호사
6·3 지방선거가 2주 앞으로 다가오며 전국이 달아오르고 있다. 과열된 선거 분위기 속에서 법의 경계를 위태롭게 넘나드는 행태 역시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특히 일상적 관행으로 여겨 무심코 저지른 행동들이 선거법 위반으로 판명되어 당선무효라는 최악의 결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어 우려된다.
실제 지난 선거에서 지역 행사에 참석해 고사상 돼지머리에 5만원권 지폐를 꽂고 절을 올린 출마 예정자가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된 사건이 있었다. 오래된 풍습이자 작은 성의 표시라고 항변했으나, 법원은 통상적 의례에서 벗어나 유권자의 합리적 선택을 왜곡하고 선거의 공정성을 저해할 위험이 있는 위법한 금품 제공으로 판단해 유죄를 선고했다.
물론 법이 모든 금품 제공을 무조건 금지하는 것은 아니다. 친족 간 관혼상제의 부조금, 정기적인 종교 헌금, 재난 구호품 제공 등은 사회상규상 허용된다. 그러나 선거구 내 주민이 참여하는 체육대회에 찬조금을 내거나 개업식에 축의금을 제공하는 경우 등은 법의 허용범위를 벗어난다. 법원은 행위의 동기·대상·시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서도, 선거와의 관련성이 전면 배제되는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허용되는 금품 제공의 범위를 매우 좁고 엄격하게 해석하고 있다.
지역 축제 현장에서도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후보자가 음식을 대량 구매해 축제 참석자들에게 나눠주거나 경품을 협찬하는 행위 또한 명백한 선거법 위반이다. 그것이 설령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선한 뜻에서 비롯되었다 하더라도 표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일방적인 기부는 허용되지 않는다. 동호회의 식사비를 대신 결제하거나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에게 차량 편의를 제공하는 행위 역시 단속 대상이다. 표심을 잡고 유권자와의 접점을 넓히려는 노력이 도리어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 실착이 될 수 있다.
금품이나 편의 제공뿐만 아니라 공무원의 지위를 이용한 선거 관여 역시 엄격히 금지된다. 한 지자체 단체장이 지역 모임에서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내용으로 노래 가사를 바꿔 부른 사건에서, 의례적·사교적 행위라는 변명에도 불구하고 법원은 지위를 이용한 단체장이 통상적인 활동 범위를 벗어나 위법한 선거운동을 한 것으로 판단했다.
불법선거로 인해 초래되는 기회비용은 정량적으로 산정하기 어려울 정도로 막대하다. 선거법 위반으로 당선무효가 되면 재선거 비용으로 국민 혈세가 낭비될 뿐만 아니라 행정공백으로 인한 혼선과 정책 추진 지연으로 인한 피해가 고스란히 주민들에게 돌아간다. 깨끗하고 투명한 선거가 도덕적 당위성을 넘어 지역 발전과 민생 안정의 출발점이자 사회적 인프라의 핵심이라고 하는 것도 결코 과언이 아니다.
후보자는 유권자의 선택을 받는 과정에서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이 공직선거법이라는 촘촘한 그물망 위에 놓여 있음을 한시도 잊지 말아야 한다.
유권자 역시 정(情)이나 관행이라는 포장 뒤에 숨은 유혹을 단호히 거절해야 한다.
법을 지키는 선거가 곧 민심을 얻는 첫걸음이다. 이번 지방선거가 공명정대하게 치러져, 선출된 일꾼들이 저마다 지역사회에 희망과 활력을 일궈내는 민주주의의 진정한 축제로 기록되기를 기대한다.
김태은 법무법인 비트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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