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수 한양대학교 자원환경공학과 교수
이란 사태와 같은 위기가 닥칠 때마다 우리는 에너지의 의미를 다시 묻게 된다. 에너지는 단순한 연료가 아니라 산업을 움직이고 전력을 유지하며 국민의 일상을 지탱하는 국가의 기반이다. 제조업 비중이 높고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절대적인 한국에서 에너지 안보는 곧 산업 안보이자 경제 안보다. 국제 분쟁이나 해상 운송 차질이 발생하면 그 충격은 가격 상승에 그치지 않고 발전과 도시가스, 산업용 연료 공급으로 연쇄 파급되어 국가 경쟁력 자체를 흔든다. 에너지를 시장의 단기 변수로만 바라봐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런 점에서 LNG는 한국 에너지 시스템의 현실을 떠받치는 핵심 축이다. 재생에너지 확대와 탄소중립이 시대적 과제라는 점은 분명하나, 전환기에는 전력계통의 안정성과 산업 수요를 감당할 가교가 반드시 필요하다. LNG는 전력과 열 수요에 유연하게 대응하고 급격한 수급 변동에도 신속히 대처할 수 있어, 원전, 재생에너지와 함께 전원구성의 안정성을 보완하는 단순한 대체 연료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관건은 도입 물량이 아니라, 그것을 언제든 안정적으로 공급할 저장과 송출 체계를 갖췄는가에 있다.
바로 여기서 LNG 인프라의 가치가 분명해진다. 저장시설은 단순 저장의 기능을 넘어, 수입한 LNG를 국내 수요 패턴에 맞게 조절하고 동절기 피크나 예기치 못한 수입 차질에 대응하며 전력계통과 도시가스 공급의 연속성을 떠받치는 전략 인프라다. 에너지 안보는 평상시에는 드러나지 않다가 위기에 비로소 그 가치가 확인된다. 따라서 LNG 인프라는 평균적 상황이 아니라 비상 상황을 견딜 수 있는가의 관점에서 평가해야 한다.
최근 불거진 저장시설 등 LNG 인프라 과대 규모 논란도 이 맥락에서 보아야 한다. 계절별 수요 편차가 큰 한국에서 평균 가동률만으로 설비의 적정성을 따지는 것은 한계가 있다. 혹한기 최대수요와 돌발적 수입 차질, 설비 고장 가능성까지 고려하면 일정한 예비 능력은 비효율이 아니라 안정 공급의 필수 조건이다. 설비가 평소 여유로워 보인다는 것이 그 설비가 불필요하다는 증거가 되지는 않는다. 저장시설의 가치는 평상시 숫자가 아니라 위기 대응력과 공급망 회복탄력성까지 놓고 판단해야 한다. 인프라가 부족했을 때의 사회적 비용은 과잉 논란보다 훨씬 크기 때문이다.
결국 LNG 저장시설은 비용의 문제가 아니라 위기 시 생존 역량의 문제다. 설비를 유지하는 비용은 분명 부담이지만, 그것은 공급 중단이라는 더 큰 비용을 막는 보험료다. 에너지 정책은 유행에 흔들려서는 안 되며, 장기적 관점에서 수급 안정과 산업 경쟁력, 에너지 전환을 함께 설계해야 한다.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LNG 저장 인프라의 무게는 더해진다. 에너지 안보는 눈에 보이지 않는 준비를 지속하는 데서 시작된다. LNG 저장시설은 그 준비의 최전선에서 위기 속에서도 국민 생활과 산업을 지켜내는 국가의 안전판이다.
김진수 한양대학교 자원환경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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