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혜림 정보미디어부
지난 1일 미국 상무부가 앤스로픽의 '미토스5'와 '페이블5' 수출통제를 해제했다. 최근 미토스 수출통제와 프로젝트 '글래스윙' 무산 위기에 관한 기사를 썼던 터라 규제가 풀렸다는 이야기에 기자도 안도했다.
하지만 이내 씁쓸해졌다. 타국 결정에 불안과 안도를 번갈아 느낀다는 것 자체가 다른 나라 기술에 전적으로 의존한다는 뜻이니 말이다.
최근 미국이 미토스 빗장을 걸어 잠근 것은 인공지능(AI) 기술이 곧 국가 전략자산임을 여실히 보여줬다. 오픈AI가 미국 정부 요청에 따라 최신 모델 'GPT-5.6'을 일부 기관에만 공개한 것도 유사한 맥락이다.
이제 AI는 더 이상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범용 기술이 아니다. 국가 경쟁력과 안보를 좌우하는 자산이 되면서 접근까지 통제받는 시대가 열렸다. 핵심 기술을 해외에 의존하는 한 비슷한 상황은 언제든 반복될 수 있다.
AI 주권 확보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이유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정부와 산업계가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피지컬 AI 개발과 AI 데이터센터 구축 등 풀스택 역량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점이다. 글로벌 AI 강국을 단기간에 따라잡기는 쉽지 않다. 그렇다고 세계 최고가 아니면 의미가 없다는 식의 냉소도 위험하다. AI 주권은 있으면 좋은 것이 아니라 국가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재가 됐다.
보안 특화 AI도 빼놓을 수 없는 영역이다. 나날이 고도화되는 생성형 AI는 사이버 공격 속도와 규모를 기하급수적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AI 주권을 위해서는 AI 모델과 인프라를 넘어 자체적인 AI 보안 기술까지 갖춰야 한다.
최근 국내에서 잇따라 출범한 AI 보안 협력체 '프로젝트 캐노피' '한국정보보호산업협회(KISIA) 인텔리전스' 등장은 반갑다. 우리 기업들이 주축이 돼 AI로 취약점을 찾아내고 제보와 검증, 패치까지 이어지는 보안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움직임이다. 민간이 발 벗고 한국형 AI 보안 안전망 마련에 힘을 모은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정부는 오픈AI 정부·기관용 신뢰 기반 접근 프로그램(GTAC)에 참여 중이다. 글로벌 협력도 중요하지만 자국 AI 보안 생태계에도 힘을 보탤 필요가 있다.
더 유능한 AI가 등장할수록 기술통제는 빈번하고 강력해질 것이다. 그때마다 다른 나라의 결정에 불안과 안도를 오갈 수는 없다. AI 시대 국가 경쟁력은 스스로 만들고 지키는 힘에 달렸다.
kaya@fnnews.com 최혜림 정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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