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테크윈 무기사업, 한화에 매각
반드시 특수복합거래 해야 하는데
삼성의 이미지와 맞지않았기 때문
캐나다 차세대 잠수함 수주 실패
나토 방위산업 파트너십 2.0에도
중장기 필승전략 없으면 백전백패
남성욱 숙명여대 석좌교수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
2016년 개봉한 영화 워 독(War Dogs)은 '전쟁무기 거래 실화'라는 독특한 소재와 블랙코미디 장르의 결합으로 적지 않은 기대를 모았다. 미국 플로리다에서 팍팍한 삶을 살아가던 데이비드는 우연히 고교 동창 에프레임을 만난다. 에프레임은 미 국방부 조달시스템의 틈새시장을 노려 소규모 무기 계약을 따내는 비즈니스가 직업이다. 에프레임의 솔깃한 제안에 합류한 데이비드는 노트북과 전화기 한 대로 수백만달러가 오가는 무기 밀매의 세계에 발을 들인다.
처음에는 소소한 군용 장비 계약으로 재미를 보던 두 청년은, 점차 대담해지며 미 국방부가 내놓은 3억달러 규모의 초대형 아프가니스탄 군 무기 공급 계약을 따내는 데 성공하지만, 기쁨도 잠시다. 계약된 엄청난 양의 탄약을 구하기 위해 봉쇄된 이라크 전장에 들어가고, 동유럽의 무기 암시장을 전전하며 목숨을 건 위험에 직면한다.
돈맛을 알아버린 20대 청년들이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거대하고 위험한 전쟁 비즈니스의 소용돌이 속에서, 두 사람의 파트너십과 운명은 아슬아슬한 균열을 맞이한다. 돈과 성공이 커질수록 위험도 비례해서 커진다. 그들이 발을 들인 세계는 단순한 사업 영역이 아니라 국제정치와 전쟁산업이 얽힌 복잡한 정글임을 깨닫게 된다.
영화는 전쟁을 다루지 않고 전쟁 비즈니스를 다룬다. 군인과 전투가 아니라 전쟁 뒤편에서 돈을 버는 사람들에게 앵글을 맞춘다. 총성이 울리는 전선이 아니라 계약서와 이메일, 협상 테이블이 무대가 된다. 전쟁이 산업이 되는 과정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전쟁은 국가와 이념의 충돌이지만 이면에는 막대한 부를 축적하는 거대한 산업이 존재한다.
토드 필립스 감독은 전쟁산업이라는 거대한 시스템을 젊은 사업가들의 무모한 시도로 포장해 풍자했다. 영화사적으로 대박 작품은 아닐지라도 21세기 방산 거래의 아이러니를 블랙코미디라는 형식으로 풀어낸 수작임은 틀림없다.
필자가 워 독을 다시 넷플릭스에서 찾아 본 것은 60조원 규모의 캐나다 차세대잠수함 사업 수주 실패 때문이다. 독일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스(TKMS)가 12척의 잠수함 수주를 따냄으로써 한화는 또 한번 해외 대형 방산 프로젝트 수주에 실패했다. 폴란드 오르카(ORKA) 사업에 이어 캐나다까지 연이어 고배를 마셨다.
한국은 이번 수주전을 위해 잠수함 '도산안창호함'을 현지에 파견하는 등 민·관·군이 총력 지원했다. 2032년 첫 잠수함 인도라는 빠른 납기와 2044년까지 약 700억캐나다달러(약 75조원) 규모의 경제효과 창출을 제시했으나 패배했다.
양측의 기술력 차이보다 독일이 나토(NATO) 회원국이라는 구조적 강점이 최종 선택에 있어 크게 작용했다는 평가다. 한화오션은 입장문을 통해 "진인사(盡人事)의 자세로 이번 사업에 임했지만 결국 나토 동맹이라는 높은 벽을 넘지 못했다"고 했다. 과연 진인사의 의미를 어떻게 봐야 할까. 진인사에는 기술력과 가격만이 들어가지 않는다.
사실 정부는 대통령 비서실장을 현지에 보내고 업체는 캐나다 현지에 대규모 신문 광고를 내보내는 등 외형적이고 거시적 측면에서는 진인사를 했다. 하지만 무기 거래의 은밀성과 복잡성은 고차방정식이다. 평가 배점은 성능 20%, 후속군수지원 50%, 산업협력 15%, 금융 및 사업 역량 15%다. 한국은 현대차 공장 건설 등 산업협력 요소만이 우세했을 것이다. 배점 평가는 매우 주관적이다.
현지 정·관계 인사는 물론 해군 관계자 등 다양한 계층의 인물과 동업자처럼 유대관계를 맺어야 한다. 캐나다 현지 인맥과 취향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도 충분하지 않다. 동양 유색인이 백인을 상대로 무기를 판매한다는 것의 복잡성을 이해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기존에 잠수함을 수출한 인도네시아에 그칠 것이다. 요컨대, 무기 외적인 요인이 최종 승부를 가른다.
과거 삼성이 무기 사업 회사인 삼성테크윈을 한화에 매각한 이유는 반드시 특수복합거래를 해야 하는데 삼성의 이미지와 맞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소문도 간단히 흘려버릴 이야기가 아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나토 방산포럼에서 한·나토 방위산업 파트너십 2.0을 제안했다. 무기를 사고파는 관계에 머무르지 않고, 함께 연구 및 생산하고 운용하는 표준 구조로 협력 단계를 높이자는 의미다.
하지만 나토에서 강력한 경쟁자인 한국에 이런 협력을 허용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과거 일본이 네덜란드에서 화포와 군함 기술을 배우기 위해 자국인을 귀화시키고, 스코틀랜드에서 위스키 증류법을 습득하기 위해 현지에서 장인의 딸과 결혼까지 했던 중장기 전략은 필수다. 올림픽처럼 방산 입찰 공고에 무한 도전하면 백전백패다.
남성욱 숙명여대 석좌교수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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